어둠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몸통, 날카로운 이빨, 길고 가느다란 꼬리무려 1억 6000만 년 동안 중생대의 지구를 활보하며 생태계의 정점에 섰던 생물, ‘공룡’이다.
인류는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와 한 번도 동시대를 살아간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부터 장난감까지 늘상 공룡을 마주친다. 어떻게 공룡은 우리의 일부분이 됐을까. 이를 알아보려면 2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824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공룡에게 이름이 붙여진 시점으로 말이다.
최초의 공룡을 찾아서, 과학동아가 영국을 직접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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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란 단어에서 당신은 어떤 인상을 받는가.
사납고 무서운 중생대의 지배자? 덩치만 크고 둔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한 실패자?
200년 동안 공룡 연구가 혁신을 거듭하면서, 인간이 복원해낸 공룡의 모습도 계속 변해왔다.
크게 세 시대로 나눠 공룡의 변천사를 확인해보자.
최초의 공룡, 느리고 둔한 도마뱀
높게 쳐든 머리, 느릿하고 둔한 표정, 바닥에 질질 끌리는 무겁고 거대한 꼬리까지. 1800년대 발견된 공룡 화석은 매우 일부였고, 공룡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 또한 적었다. 때문에 공룡 복원엔 많은 오류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헨리 페어필드 오스본 당시 미국 자연사박물관장이 1905년 복원한 티라노사우루스다. 오스본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캥거루처럼 꼬리를 바닥에 끌며 두 다리로 곧게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거대한 몸을 다리로만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꼬리로 함께 바닥을 지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스본의 복원도는 1900년대 초반의 많은 과학 문헌과 대중 출판물에 등장해 티라노사우루스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식시켰다. 또한 대부분 공룡들은 크고 둔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공룡의 습성이 냉혈동물인 파충류의 습성과 흡사하리라 추측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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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르네상스, 무섭고 활발한 지배자
1960년대 후반, 공룡에 대한 전통적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공룡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대중적으로 공룡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음은 물론 학술적으로도 혁명적인 연구가 촉발했다. 르네상스를 이끈 고생물학자인 존 오스트롬과 팔레오아티스트인 로버트 바커는 공룡의 뼈 구조를 분석했고, 그 결과 공룡이 냉혈동물이 아닌 온혈동물로 높은 대사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자국 화석을 통해 공룡이 꼬리를 끌지 않고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며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을 밝혔다. 공룡 르네상스 이후로 공룡은 느리고 둔한 파충류가 아니라, 포유류나 조류에 가까운 역동적인 포즈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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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혁명, 새는 공룡이다
조류가 파충류에서 기원했는지, 공룡에서 기원했는지는 이미 19세기부터 고생물학자들의 단골 논쟁 주제였다. 1996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깃털이 보존된 소형 육식 공룡 화석이 최초로 발견되며 공룡과 새가 진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입증됐다. 공룡 복원 방식도 크게 변화했다. 특히 현생 조류와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수각류 공룡은 체온 조절을 위한 짧은 털부터 짝짓기에 사용됐을 법한 화려하고 풍성한 깃털까지, 새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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