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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수상대성 이론의 예언

시간은 느려지고 거리는 짧아진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화두는 '빛' 이었다. 빛은 시간을 지배하고 거리를 지배한다. 시간이 늘어나고 길이가 줄어들고 질량이 증가하는 현상도 빛이 부리는 마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예언했던 것과 그것들이 어떻게 증명되었는지 살펴보자.

1905년 특허청 직원에 불과했던 27세의 아인슈타인은 불과 몇달 사이에 세계 물리학사에 빛날 세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수상대성이론, 광전자 효과, 브라운 운동에 관한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특수상대성이론은 19세기까지의 뉴턴 물리학이 가지고 있던 기본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때까지 물리학의 모든 부분, 특히 역학부분은 뉴턴 물리학으로 거의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었다. 당시의 실험설비와 관측시설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못해, 실험결과와 관측 사실은 뉴턴의 물리학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완벽하다고 여겨졌던 뉴턴 물리학이 버티고 있어서 그러한 기본틀을 흔드는 특수상대성이론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았다. 놀라운 업적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 때문이었다. 훗날 들리는 얘기로는 노벨상을 심사하는 사람들 중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제부터 특수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아인슈타인의 예언과 함께 살펴보자.
 

마이켈슨-멀리의 간섭 실험
 

에테르가 존재한다면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따라 에테르의 흐름이 발생한다. 이때 에테르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빛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빛은 속도의 차이가 발생해 간섭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간섭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언1.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 마이켈슨 몰리 실험

특수상대성이론은 뉴턴 물리학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확장했다. 그 출발점은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운동과 관계없이 누가 측정하든지 항상 초속 30만km로 같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골치를 썩였던 문제는 빛의 속도였다. 그런데 이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것을 마이켈슨과 몰리가 에테르 확인 실험에서 밝혀놓았다.

19세기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빛이 전파하기 위해서는 에테르(ether)라는 매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파가 전파하기 위해서 공기라는 매질이 필요한 것처럼 빛도 그러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일 에테르가 존재한다면 관측자가 에테르에 대해 어떤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가에 따라서 빛의 속도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즉 에테르는 절대적인 기준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빛의 전파도 이 기준계에 대한 절대운동으로 기술할 수 있다.

에테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를 확인하기 위해 1887년 마이켈슨과 몰리는 간섭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거울과 반거울을 이용해 만든 간섭계를 설치했다. 만일 우주공간에 에테르가 존재한다면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따라 에테르의 흐름이 발생한다. 에테르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빛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빛이 속도의 차이로 인해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면 에테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간섭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에테르가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려고 했던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이 이뤄낸 중요한 성과는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사실은 18년 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유용하게 쓰였다. 아인슈타인의 공적은 진공중의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해 낸 것이다.

예언2. 우주여행을 하면 젊어진다 쌍둥이 패러독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알면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뉴턴 물리학에 젖어왔던 사람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실들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물체의 속도든 관측자의 속도든 빛의 속도에 견줄 만큼 아주 빠를 경우에 효과가 드러난다.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도입하고 있는 특수상대성이론은 뉴턴 물리학과는 다르다. 뉴턴 물리학에서 공간은 상대적이지만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봐 왔다.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관측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빛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길이가 수축된다고 예언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운동하는 물체의 길이가 정지해 있을 때보다 더 짧아져야 한다. 이것을 '로렌츠-피츠제럴드 수축'이라고 한다. 그리고 움직이는 시계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천천히 움직인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 지연'이라고 한다. 이때 물체의 속도나 관측자의 속도가 빨라지면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길이는 점점 더 줄어 보이고 시간은 더욱 늘어나게 돼 그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면 길이는 없어지고 시간은 무한정 늘어지게 된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뒷받침하는 예로 '쌍둥이 패러독스'가 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쌍둥이의 형이 우주 여행을 하면 지구에 있는 동생보다 나이를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광속의 60%로 여행하면 우주선을 탄 형이 8살을 먹을 때 지구에 있는 동생은 10살을 먹는다. 문제는 우주선을 탄 형이 보면 지구 자체가 여행하는 것처럼 보여 지구에 남은 동생이 나이를 덜 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를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우주선을 탄 형이 나이를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진짜 주인

특수상대성이론을 누가 만들었나 하는 것이 노쟁에 오른 적이 있었다. 1990년 한 신문에 "특수상대성이론의 공은 아인슈타인의 첫째 부인 밀레바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기사가 실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밀레바 역시 과학자였다. 그는 취리히공과대학에서 아인슈타인과 함께 공부했다. 아인슈타인이 베른 특허국에 근무할 때 결성한 '아카데미 올림피아' 라는 학습 모임에도 참석해 토론을 즐겼다. 그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아인슈타인과 밀레바 사이에 오갔던 편지가 발단이었다. 그 편지 속에는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그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말들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밀레바는 대학시절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고, 그의 생각은 아직까지도 체계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머리 속에서 상상해 실시하는 사고실험을 즐겼다. 상대성이론은 이러한 사고실험과 복잡한 수학 계산에서 태어났다. 다른 이론들에 비해 상대성이론은 거의 아인슈타인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도움이 있었다면 아카데미 올림피아의 회원들과 수학자 그로스만을 꼽을 수 있다. 아카데미 올림피아의 회원은 고작 3명. 아인슈타인 자신과 모리스 솔로비누, 그리고 수학교사인 콘라드 하비히트가 전부다. 가끔 모임에 밀레바도 참석했다.

마르셀 그로스만(1878-1936)은 아인슈타인이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계산하는 데 크게 도왔던 스위스의 수학자다. 많은 사람들은 그로스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언3. 소립자의 수명이 길어진다 뮤입자 축지법

인간이 아직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없기 때문에 쌍둥이 우주실험은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간이 느려지고 길이가 줄어드는 좋은 예가 있다.

뮤(μ)라고 불리는 불안정한 소립자는 수명이 불과 1백만분의 2초(0.000002초)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입자는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생성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지표면을 항해 떨어진다. 뮤입자가 광속으로 운동한다고 해도 살아있는 동안 낙하거리는 (300,000km/초)×(0.000002초)로 겨우 0.6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의 뮤입자들이 지표면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뮤입자의 입장에서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낙하하기 때문에 축지법을 이용하는 도사와 같이 '수축된 공간'을 이용해 1백만 분의 2초의 수명을 가지고도 지표면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지표면의 관측자 입장에서는 뮤입자의 '시간이 지연'된 나머지 뮤입자의 수명이 연장돼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간이 늘어나는 현상과 길이가 줄어드는 현상은 동일한 효과다. 이와 같은 특수상대성이론의 현상들은 우주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예언4. 관측자의 속도에 따라 질량이 증가한다 부헤레르의 실험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
= $\frac{정지했을 때의 질량}{\sqrt{{1-(\frac{운동물체의 속도}{빛의 속도})}^{2}}}$

■빛의 속도 ≒ 30만km/초

특수상대성이론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예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다 동역학적인 운동법칙을 적용하면 관측자의 속도에 따라 질량이 증가한다. 이 질량 증가 현상은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만일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이르면 질량은 무한대로 커진다.

1908년 부헤레르가 처음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의 전하와 질량의 비, 즉 비전하(전하량 나누기 질량) 값이 전자의 속도가 커짐에 따라 점점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질량 증가 현상은 관측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우주선을 만들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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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5. 질량은 곧 에너지다 E=mc²

특수상대성이론이 세계를 뒤흔든 것은 질량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전 물리학에서 물체의 역학적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만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을 적용하게 되면 여기에 정지질량에너지를 추가해야만 한다. 정지질량이란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의 질량으로 변하지 않는 질량이다. 정지질량이라고 특별히 구별하는 까닭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질량도 변하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 따라서 두 물리량은 언제든지 상호 변환할 수있다.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하거나 수소가 핵융합한 후 질량은 반응 전의 질량에 비해 적다. 이 질량결손분이 E=mc²(결손질량에다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양)라는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로 변한다. 이러한 에너지를 원자력 에너지라고 하며, 인류는 원자폭탄으로 그 위력을 처음 실감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을 천천히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다.

가벼운 원소들이 결합해 핵융합할 때도 질량결손 에너지가 나온다. 태양과 별에서 나오는 열과 빛은 바로 핵융합에 따른 질량결손 에너지다. 그러나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은 아주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생활에서 응용되고 있지 못하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도넛 모양의 진공관(위쪽)과 강력한 자기장을 일으키는 시설물(왼쪽).


과거로의 시간여행 가능한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제다. 과연 시간여행은 가능할 것인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먼 미래에 발달한 과학에 힘입어 어떤 사람이 시간여행을 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과거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로부터 온 방문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역사를 아무리 살펴봐도 먼 미래로부터 온 방문자를 만났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먼 미래에 가서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과학에서 불변의 진리로 통하는 인과율(因果律)을 벗어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과거로 돌아갔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부모가 그를 보자 반가운 나머지 충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면 그는 어떻게 태어날 수 있을까. 인과율을 무시한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정이 잘못된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나대일/세종대학교 지구과학과 교수, '아인슈타인과의 두뇌게임'에서)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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