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경매사 소더비의 자연사 경매에서 ‘에이펙스(Apex)’라는 이름의 스테고사우루스 화석이 4460만 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616억 원에 낙찰됐다.
소더비 측의 예상 낙찰가였던 400~600만 달러를 약 10배 초과한 낙찰가이자 지금까지 기록된 화석 중 최고가였다. 왜 화석은 자꾸 비싸지는가. 비싸지는 화석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스테고사우루스는 중생대 쥐라기 후기에 살았던 초식공룡이다. 등 위로 넓적한 골판이 솟아있고 꼬리 끝에는 가시가 달린 독특한 외형으로 잘 알려졌다. 2022년 5월 미국 콜로라도 근처 모리슨 지층에서 발견된 ‘에이펙스(Apex)’는 두 측면에서 이목을 끌었다. 우선 남아있는 골격이 70% 정도로, 화석 보존율이 매우 높았다. 공룡 화석은 신체 일부분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펙스는 전체 모습이 잘 보존됐다. 두 번째로, 길이 8.2m, 높이 3.4m로 지금까지 발견된 스테고사우루스 중 가장 컸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또 다른 스테고사우루스 ‘소피’보다 1.3배 가량 큰 거구였다.
종합하면 에이펙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스테고사우루스 화석 중 크기와 보존 상태에서 최상급으로, 충분히 비싸게 팔릴 만한 화석이었다. 놀라운 점은 에이펙스가 소더비 측의 예상보다도 10배 초과한 낙찰가에 팔렸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화석을 향한 뜨거운 낙찰 경쟁이 있다.
공룡 화석이 경매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수(Sue)’가 소더비 경매에서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측에 약 836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후로 화석 가격은 계속 상승 가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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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는 화석 가격, 연구에는 악영향
문제는 가격 상승이 연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공룡을 연구하려면 당연히 화석이 필요하다. 특히 에이펙스처럼 보존 상태가 좋은 화석들은 공룡의 생리학, 진화적 변천, 생태적 역할 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비싼 경매가로 인해 좋은 화석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부유한 수집가에게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공룡 화석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기회가 줄어든다.
운이 좋은 경우, 개인 수집가가 화석을 박물관에 연구나 전시 목적으로 대여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에이펙스를 낙찰받은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자 켄 그리핀이 에이펙스를 미국의 한 박물관에 대여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경매에서 낙찰된 화석은 개인 소장품으로 남게 된다. 2020년 경매에서 낙찰된 티라노사우루스 ‘스탠’은 이후 원본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과학 연구에서도 멀어졌다.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만난 중국의 공룡 연구 권위자 쉬 싱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 및 고인류연구소 교수는 “화석 가격 상승이 불러온 또 다른 악영향은 도굴과 불법 거래”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채굴된 화석은 화석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지층에서 발견됐는지 기록이 남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 화석의 연구적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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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연구의 시작인 화석, ‘자연유산’으로 보존해야
중국이 공룡 연구에서 가지는 지위는 특별하다. 1996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최초의 깃털 공룡 시노사우롭테릭스가 발견된 데 이어, 다양한 깃털 공룡이 발견되면서 조류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깃털 공룡 연구의 권위자로 20년 이상 중국에서 공룡 연구를 이끌어 온 싱 교수는 “중국 또한 한때 화석 불법 채굴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연구 경력을 시작하던 1997년 당시에는 해외의 박물관으로 유출되는 중국 화석이 많았습니다. 시골 농부들이 농사하다 나온 화석을 알음알음 팔아버리고는 했죠.”
중국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이때부터 중국 법은 모든 화석을 국가 자산으로 규정했지만, 화석은 꾸준히 도굴되고 팔렸다. 싱 교수는 “도굴과 불법 거래를 막을 자원도 부족했을뿐더러, 화석이 소중한 유산이라는 인식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천천히 개선됐다. 2000년대 들어 랴오닝성 지방 정부가 화석 발굴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고, 2010년에는 중국 국무원에서 불법 채굴 시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현재는 화석 불법 거래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독일과 북미의 박물관이 더 이상 중국 화석을 구매하거나 전시하지도 못합니다. 해외 반출된 중국 화석이 불법 장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까요.”
동아시아에서 가장 풍부한 공룡 화석이 발굴되는 몽골도 한 예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몽골은 2012년 6월, 불법 반출돼 미국 경매에 나온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돌려받은 후로 화석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화석 송환에 차히야 엘벡도르지 당시 몽골 대통령까지 개입하면서 화석은 단순한 학술적, 경제적 가치를 넘어 몽골 고유의 문화적 유산이라는 지위를 획득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화석을 한정된 지질 자원으로 인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공 차원에서 화석을 보호하려는 논의가 늘고 있다. 화석을 자연유산의 일부로써 보존하고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이 지구의 역사를 밝히는 과학 자산이며, 후대 세대를 위한 교육적, 문화적 가치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싱 교수는 “화석 가격 상승으로 정부와 대중이 고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좋은 측면”이라면서도, 화석 보호를 위해 세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석을 지키는 일은 과학자 개인이나 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가 협의해 함께 풀어나가야죠.”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에는 어떤 화석이 남아있고 이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을까. 다음 파트에서는 한국의 화석 연구 현장을 돌아본다.
자꾸만 비싸지는 공룡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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