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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에서 과학동아로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과학동아 독자분들 반갑습니다. 저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DMTS(Distinguished Member of the Technical Staff) 연구원이자 미 물리학회 회원인 박혜숙입니다. 저는 1980년, 학부생의 신분으로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죠. 1987년에 LLNL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2003년, 국립점화시설(NIF)에 합류했습니다.

 

NIF가 건설되는 동안, 저는 짧은 펄스 레이저로 고에너지 X-ray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X-ray 소스는 지금도 실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NIF가 모든 테스트를 끝내고 운영을 시작한 2009년부터는 최초의 NIF 실험자 중 하나로 고압 하에서 재료가 어떤 특성을 갖는지를 연구했고, 천체물리학 실험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 플랫폼도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천체물리 현상과 관련된 플라즈마 물리와 극단적인 조건에서 물질을 연구하는 고에너지 밀도 물리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NIF는 2009년, 많은 기대 속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당시엔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NIF에서는 ‘관성 가둠 핵융합 캠페인’(campaign특정 목적을 가진 조직적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캠페인의 수석 실험자였습니다.

 

관성 봉입 핵융합 방식에서 점화를 하기 위해서는 단열 곡선, 빠른 속도, 연료 혼합 및 모양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합니다. 단열 곡선은 열핵 점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 함수로, 캡슐을 폭발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또 핵융합 연소 중에 연료를 함께 고정하는 데 필요한 압력을 생성하려면 빠른 속도가 필요합니다. 융제재 표면의 불안정성 때문에 연료 코어에 불필요한 물질이 혼합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압축된 캡슐이 올바른 모양을 갖도록 내부폭발의 대칭성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합니다.

 

이 캠페인에서 제가 맡은 연구는 혼합물을 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밀도가 서로다른 가벼운 유체 사이의 경계면에 발생하는 불안정성) 완화가 목표였습니다. 저희는 연료 표면의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이 추정치보다 커서 중성자 수율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죠. 표면을 더 빨리 태워 물질이 섞이는 것을 줄였습니다. 3년 간의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중성자 수율을 10배 향상시켰고, 이 때 배운 물리,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실험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에도 NIF에선 점화를 위한 캠페인이 몇 번 더 있었습니다. 후속 캠페인은 캡슐 내부 폭발 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했죠. 수십년 동안 저흰 분명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이어진 단계별 연구로 점화를 이루어낸 물리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 NIF가 순에너지를 얻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연구소 내부 여러 개의 팀들이 측정값을 교차 확인했습니다. 분석을 완료하는 데만 몇 주가 걸렸죠. 진정한 점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놀라운 과학적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NIF 점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관성 가둠 핵융합에서 점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남은 문제는 기술적 세부 사항을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것들이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깨끗한 에너지를 즐길 겁니다.

 

물리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고, 물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물론 물리는 어렵지만,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 만하고 또 보람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학동아 독자분들에게 열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항상 생각을 크게 하세요. 꿈과 목표를 높고, 크게 잡으며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실수를 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수와 질문은 여러분을 더 크게 만들어 줄겁니다.

 

2023년 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서 박혜숙

202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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