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정말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끼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태풍을 뚫고 9월 5일 윤희연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다양한 조경,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산사태 등 취약성 평가도 해왔다. 2017년에는 우면산 산사태가 주택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산사태 직후 우면산으로부터 250m, 500m 이내 주택은 각각 15.5%, 14.3%씩 가격이 낮아졌다. 그러나 금세 회복돼 산사태 발생 1년 후에는 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택이 판매됐다. 과학동아는 윤 교수에게 ‘기후변화가 집값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가
실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글쎄다. 영향을 주긴 하지만 일시적일 것이다. 산사태나 홍수, 지진, 태풍, 해일 등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긴 한다. 그러나 관련 논문을 종합해 분석해보니,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가격이 회복됐다.
예를 들어서 산사태가 난 다음 공사를 하면, ‘산사태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거다. 더 안전하다’라는 인식이 생겨 가격이 올라간다. 2017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10% 정도 하락했지만 금방 가격이 원상복구됐다. 태풍이나 해일과 같은 수해도 시군구 단위의 월별 데이터를 보면 0.002%~0.008% 수준으로만 낮아졌다. 완전히 재해를 입은 ‘임팩트 존’을 보면 수치가 다르겠지만, 평균값으로 보면 영향이 낮게 나타났다.
한국에서 자연재해는 부동산 정책이나 학군, 교통시설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한국처럼 재해 피해가 금방 복구되는 상황이라면 가격이 원상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선진국 중 자연재해가 집값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는지
그렇다. 미국 비도시 지역의 사례가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비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 비도시 지역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서 재해가 발생하면 각개전투를 벌여야 하다 보니, 더 자연재해에 민감하다. 미국의 수해보험은 어느 정도 의무화돼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침수지도를 발간하는데, 침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을 구역별로 표시한다. 이 지역에 담보대출을 얻어 집을 사려면 보험료를 내야 한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부터 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와 닿게 된다. 한편 도심 한복판인 뉴욕 맨해튼은 침수 지역이라 보험 가입이 의무인데도, 높은 가격으로 주택이 거래된다.
미래에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게 될까
일부 지역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비도시 지역에 (재해 복구)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곳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기후변화에 의한 데이터(집값 감소)로 관측될지는 의문이다.
기후위기에서
살아남을 도시는
배수시설과 녹지율 등 인프라가 좋은 도시다. 도시 지역은 결국 인프라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로우임팩트디자인(LID)이라고 표현하는데, 투수가 잘 되는 포장, 옥상 녹화 등이 있다면 중간 중간 물을 담아둘 수 있어 빗물이 한꺼번에 낮은 곳으로 흘러 침수피해를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100년 빈도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잦아진다면, 대규모 인프라도 필요하다. 빗물 시뮬레이션 등을 정교하게 해서 적재적소에 배수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녹지율도 높아야 한다. 녹지는 열섬 현상을 줄여 폭염 대비 효과도 있다. 녹지를 만들 곳이 없다면 벽면이나 옥상에라도 식물을 심어야 한다. 현재 택지 개발을 할 때 자연재해가 우선순위로 고려되지 않는다. 돈을 아끼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인프라를 넣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육군공병대(USACE)는 해수면 상승 등 수해에 대비해 방조벽(Sea wall)이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콘크리트벽을 설치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