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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취약한 정도를 국가마다 색깔로 나타냈다. 색이 진할수록 더 취약한 국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취약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정도를 국가마다 색깔로 나타냈다. 색이 진할수록 더 취약한 국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취약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축하합니다(?). ‘기후 이민’ 칸에 걸리셨군요.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시죠? 아무 데로나 떠날 순 없을 테니 정보를 좀 드리겠습니다. 책을 넘겨 49쪽을 펼쳐 보세요. 나에게 맞는 이민지가 어딘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는 게 좋을 겁니다. 결말을 스포 하자면…, 어디로 가든 여러분은 실망하게 될 테니까요.
 

결말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이민씩이나 갈 일이야?’하고 생각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기후위기 때문에 이사를 가는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션뷰, 또는 해세권(바다가 가까운 지역)이라 불리던 해안가 지역의 인기가 떨어지고 지대가 높은 곳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죠. 


그 변화는 집값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 지역 신문인 마이애미 뉴 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가을 동안 마이애미 ‘리틀 아이티’ 지역의 월세가 평균 13% 올랐거든요. 이 지역은 본래 바다 바로 앞인 마이애미 비치에 비해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해수면 상승 위험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개발 지역이 됐습니다. 마이애미 비치보다 해발고도가 수 미터 높은 지역으로, 침수 위험이 비교적 적다는 게 장점이 됐죠.
 

Moniruzzaman Sazal, Climate Visuals Countdown
▲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아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방글라데시 중북부에 있는 시라지간지 지역에 홍수가 나 주민들이 대피한 모습 Moniruzzaman Sazal, Climate Visuals Countdown

 

이미 진행 중인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2018년, 미국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제스 키넌 연구원은 이 현상을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doi:10.1088/1748-9326/aabb32 
젠트리피케이션은 외부인들이 낙후된 지역에 들어와 지역을 개발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은 이 현상의 원인이 ‘기후위기’일 때입니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에 살던 외부인들이 기후위기에선 안전한 낙후 지역으로 옮겨 원주민을 밀어내는 거죠. 


이렇게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이주를 고민하는 건 마이애미뿐만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아예 수도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2022년 1월 18일, 인도네시아 의회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칼리만탄티무르로 옮기는 법안을 통과시킨 겁니다. 


자카르타에 인구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킨다는 이유도 있지만, 기후 위기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는 전체 면적의 40% 정도가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습니다. 게다가 도시 건설, 지하수 개발이 이뤄지면서 도시 지반이 빠른 속도로 침하하고 있어 홍수와 해일 위험에 더욱 취약해졌죠. 자연적인 이유로 지반 침하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지하수 개발로 땅속에 빈 공간이 계속 생겨나는 동시에 땅 위에 건물이 계속 지어지면 빈 곳이 무너지며 지반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2021년 독일 쾰른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이런 이유로 1년에 6cm씩 지반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재단(The Prince Albert II of Monaco Foundation)이 주최한 2022 환경사진전 수상작.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재단(The Prince Albert II of Monaco Foundation)이 주최한 2022 환경사진전 수상작.

 

해수면 상승 말고 따져봐야 할 것

기후 이민을 준비하면서 따져봐야 할 게 해수면 상승만은 아닙니다. 폭우로 생기는 장마, 가뭄, 폭염, 산불까지 고려해야 할 게 더 있습니다. 


2022년 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런 위험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전 세계 지역별로 어떤 기후위기에 취약한지를 다각도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죠.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남미, 북미, 유럽, 섬나라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이 특히 취약한 기후변화와 대비 상황 등을 분석한 겁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보면, 어느 곳 하나 안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아시아 전역은 폭염에 시달리고,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는 홍수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는 모래 폭풍과 가뭄 위험이 있는데, 그중 인더스강, 갠지스강 유역은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측하죠.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유럽은 더위가, 북미 지역은 가뭄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북미 지역은 눈이 빨리 녹아내려 유출되면서 정작 여름철 물이 필요할 때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물론 모든 지역이 저마다 기후위기에 처해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IPCC가 분석한 결과 가장 심각한 곳은 아프리카 대륙이었습니다. 보고서는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아프리카의 경제 생산량과 성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기후 이재민이 생기고 있습니다. 2018년,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에서 기후 이재민이  260만 명 발생했고, 2019년엔 340만 명 이상 발생했죠.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년 뒤, 이 수는 훨씬 더 늘어납니다. IPCC는 “2050년까지 지구 기온이 1.7°C 높아지면 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1700만~4000만 명이, 2.5°C 높아지면 5600만~8600만 명이 기후 이재민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유종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일수록 이주를 하거나 방벽을 세우는 것 같은 대비를 하기 어렵다”며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평등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깆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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