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6T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6T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도대체 6T가 무엇이기에, 우리나라는 이처럼 국운을 걸고 있듯 투자하는 것일까.
“IT는 알겠는데, BT가 뭐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생소한 용어 때문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IT가 정보기술, 즉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인 것처럼 BT는 생명공학기술, 즉 Bio Technology의 약자야.” 이 정도 알고 있으면 “와!”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NT(나노기술, Nano Technology)의 경우는 상식 수준이 아니었다. 모 방송 퀴즈 프로그램에서 전도유망한 참가자를 단번에 탈락시킬 정도로 전문가들만 아는 용어였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신문과 방송에서 IT와 BT, NT에 관한 얘기를 자주 접하고 있고, 또 그리 낯설어 하지 않는다. 여기에 ET(환경공학기술, Environmental Technology)와 ST(우주항공기술, Space Technology), CT(문화콘텐츠기술, Cultural Technology)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IT, BT, NT, ET, ST, CT 등 6가지 기술을 편의상 6T라 부른다. 정부는 6T가 국가발전을 주도할 첨단산업의 바탕이 된다며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발표한 정부계획만 하더라도 6T분야에 올해부터 5년 동안 무려 13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6T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처럼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쏟아붇는 것일까.
1년도 되지 않은 신조어
6T는 첨단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류 역사상 과학기술이 인류의 생활 전체를 뒤흔든 적이 몇번 있었다. 가장 처음은 동굴을 찾아다니면서 수렵 생환을 하던 인류가 정착하고 농사를 짓는 계기가 된 석기 도구의 제작, 즉 신석기 혁명이었다. 정복의 역사를 열면서 국가를 형성시킨 청동기 무기의 발명과 농업생산량의 획기적인 증가를 가져온 철제 농기구 발명 또한 인류의 생활 수준을 업그레이드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를 몰고왔던 과학기술은 18세기 등장한 증기기관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 인간은 기계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놀라운 진보를 이루게 된다. 기계를 이용해 상품을 대량 생산했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세기 들어서 눈부시게 발달한 화학, 전기, 전자 산업과 사회·경제 체계가 모두 산업혁명이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1세기를 맞이한 현재 산업혁명에 못지 않은 메가톤급 태풍이 감지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리라 예상되는 6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포스트 산업혁명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는 6T. 그런데 6T란 말을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6T란 말이 등장한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6T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눈 것이 언론에 등장한 처음으로 생각된다. 2000년의 경우만 해도 6T 대신 IT, BT, NT, ET를 모은 4T가 얘기되고 있었고, 1999년에는 IT와 BT만이 미래의 핵심기술로서 대접받고 있었다.
6T란 말이 신조어라고 해서 각 기술이 최근에 등장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BT의 경우 바이오 테크놀로지란 용어는 이미 1980년대 초반에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줄이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정보기술 분야를 IT란 약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테크놀로지가 IT기술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BT라 줄여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뒤에 등장한 NT, ET, ST, CT의 경우도 IT, BT와 똑같이 보조를 맞춘 것이다.
자동차보다 짭짤한 애니메이션
미래 기술 6T는 어떤 배경에서 등장한 것일까. 6T 중 가장 먼저 각광받기 시작한 분야인 IT분야부터 살펴보자. IT는 컴퓨터라는 강력한 도구의 탄생을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1945년 1만9천개의 진공관으로 이뤄진 최초의 컴퓨터 ENIAC이 탄생했을 때만 해도 컴퓨터는 덩치만 큰 기계에 불과했다. 사실 진공관을 일일이 배열해야 계산하는 기계가 인류 생활에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1970년대를 거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72년 인텔이 조그마한 칩을 내놓으면서 컴퓨터는 작고 빠른 두뇌를 얻었고, 1975년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된 후 소프트웨어라는 강력한 도구가 선보였다. 1981년 IBM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출시되면서 컴퓨터는 책상 위로 자리를 옮겼다. 1969년 최초의 인터넷이 가동된지 불과 30년만인 2000년 2억이 넘는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IT의 혁명은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BT가 바탕으로 하는 생물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다. 그러나 BT는 생명현상을 밝히는 전통적인 생물학과는 달리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BT의 뿌리는 1953년 왓슨과 클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에 둘 수 있다. 이후 생명현상을 결정하는 DNA와 단백질에 대한 상당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결국 2001년 2월 인간게놈 지도의 작성이란 결실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더욱 거센 BT 바람이 불고 있다.
NT의 시작점은 1982년 IBM 취리히 연구소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 발명되면서부터다. 인간은 STM을 통해 나노세계를 엿볼 수 있었는데, 1990년 IBM 연구소에서는 원자로 글씨를 써보이는 것까지 성공했다. 1991년 선보인 탄소나노튜브는 나노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NT는 이제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ET가 다루는 환경과 에너지문제는 지난 세기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돼 왔다. 그러나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21세기 들어 더욱 큰 규모로 더욱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원고갈에 따른 에너지문제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ET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ST는 1950년대 미국과 옛소련이 벌이던 우주개발 경쟁으로 인해 군사적 측면에서 크게 발전했다. 1957년 옛소련에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고, 1969년 미국이 인간을 최초로 달에 보내는데 성공한 것 모두 냉전시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방송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ST는 상용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CT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같은 문화기술이 속한다. 1989년 닌텐도가 겜보이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게임산업은 몇몇 사람의 여가를 위한 산업이었다. 그런데 최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하나가 수만대 자동차를 판매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핵심 산업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엄청난 투자 필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전통 산업은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이끌 6T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6T는 연구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산업분야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때문에 흔히 6T를 바탕으로 한 산업을 지식·정보기반산업이라고 부른다.
6T가 실제 산업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투자가 상당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는 6T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인류의 생활과 산업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엄청난 투자와 함께 집중 양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월 21일에는 IT(12개), BT(17개), NT(14개), ET(18개), ST(9개), CT(7개) 등 77개의 집중개발 대상기술을 선정했는데, 효율적인 지원과 함께 개인이나 기업이 장래에 어떤 분야로 진출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6T 분야를 강조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미래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6T처럼 산업현장에 바로 이용되는 응용기술의 강조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인색하게 만들 수 있다. 좀더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기초과학 분야가 소외되지 않도록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6T 분야 모두에 대해 투자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IMF한파가 불어닥쳤을 때 유망하다고 해서 여러 분야에 뛰어들었던 문어발식 기업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6T에 대한 투자는 물론 그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6T가 인류를 한단계 진화시킬 미래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6T 분야가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치러질 전장이 되리라는 점도 분명하다. 전세계적으로 펼쳐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미리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드림 테크놀로지 6T의 미래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