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말하는 기업은 많다. 코팅 종이봉투를 재생 용지 봉투로 바꾸기도 하고,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친환경’ 이미지만 소비하는 ‘그린워싱’인지, 찐 친환경을 추구하는 건지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여기 모든 제품, 모든 단계에서 친환경을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 ‘아로마티카’다. 아로마티카의 ‘친환경’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과학동아가 아로마티카 공장과 본사를 찾았다.
아로마티카 공장에 가다
‘공장’이란 푯말을 보고 들어선 곳에서 허브향이 물씬 났다. 7월 8일, 아로마티카 오산 공장에서는 로즈마리 샴푸 생산이 한창이었다.
“이게 지금 나는 향의 원료입니다.”
안호상 아로마티카 공장장이 포대를 열고 로즈마리를 한 움큼 쥐어 보였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건조 로즈마리로, 유기농법으로 길러진 것들이었다. 건조 로즈마리 포대 옆에는 로즈마리 추출액이 담겨 있었다. 화장품을 만들 때 정제수를 대신해 화장품 용기를 채울 액체였다.
“로즈마리는 증류 추출 방식을 쓰지만, 이걸 뺀 나머지 원료들은 대부분 저온 에이징 추출 방법을 개발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고 합니다.”
안 공장장은 과정마다 친환경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덧붙였다.
제품이 담기는 과정에서는 PCR 페트 용기와 수분리 라벨을 써서 용기 재활용률을 높인다고, 또 박스 포장실에선 용기를 담는 박스에 전분으로 붙일 수 있는 종이테이프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 박스들도 재활용할 수 있나요?”
허를 찔렀다고 생각한 질문이었는데, 안 공장장은 “그렇다”고 했다. 물류 창고로 옮겨진 뒤 제품들이 낱개로 팔리면 박스가 그대로 남는데, 이걸 다음 물품 운반 때 쓰려고 다시 수거해온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폐수 찌꺼기도 재활용한다
‘왜 이렇게까지…’란 생각은 안 공장장이 안내한 폐수 처리장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 한 켠에 마련된 ‘오니’가 그 주인공이었다. ‘슬러지’라고도 불리는 오니는 정수, 하수, 공장폐수 등을 처리하면서 생긴 찌꺼기다. 물에 녹지 않아 침전, 여과한 고형물만 따로 모아둔 것들로, 딱딱한 벽돌처럼 보였다.
“이걸 협력사에 보내 녹생토로 만듭니다. 폐기하지 않고 녹생토로 만드는 조건으로 계약했어요.”
안 공장장이 말한 녹생토는 식물이 살 수 없는 죽은 땅이나 불모지를 살리려고 뿌리는 흙을 말한다. 화장품 공장에서 나온 오니는 주로 유기성 오니류라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유기물이 될 수 있다.
화장품 회사가 왜 이렇게까지
‘왜 이렇게까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7월 11일 아로마티카 본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내 가족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2004년 아로마티카를 처음 세울 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아로마테라피에 주로 관심이 있었다. 김 대표는 “미국 환경단체의 자료를 참고해 유해성 논란이 있는 합성향료 대신 천연 에센셜 오일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친환경을 공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원료부터 환경 법안, 정책, 그리고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과정을 공부해야 했다. 직접 발로 뛰며 펠릿 공장, 재활용 페트 제작 업체를 찾고 이들과 함께 재활용 페트 용기를 개발했다. 덕분에 2020년 2월 플라스틱 용기 50%를 재활용 페트로, 2021년 1월 100% 재활용 페트로 대체했다.
환경을 공부하는 방법
김 대표는 “환경을 공부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며 “거대 담론 말고 매일 벌어지는 환경 이슈에만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화장품 용기 등급 표시제를 예로 들었다. 화장품 용기 등급 표시제는 환경부가 2021년부터 제품 포장재 표면 한 곳 이상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1가지를 표기하고 ‘재활용 어려움’ 포장재는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정한 제도다.
문제는 2020년 12월, 환경부가 화장품 업계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를 면제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안 시민단체가 온-오프라인 ‘화장품 어택’으로 반발하자 환경부는 결국 2021년 3월 25일부터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등급을 표기하도록 제도 시행 시기를 앞당겼다.
김 대표는 “시민들이 이슈를 알아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가치 소비가 보여주기식의 ‘있어빌리티’에 그치지 않고 진심을 담아 알아보는 일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로마티카의 다음 계획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에서 지속 가능 농법으로 재배한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국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용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