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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자동화(AFC) 시스템 자동화 시대의 디딤돌

역무자동화는 자체 시스템의 효과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자동화의 초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K양은 고속버스터미날 지하상가에 있는 조그만 옷가게에서 근무하는 아가씨이다. K양의 집은 안국동. 올해 바로 밑에 동생이 ‘전산학과’에 입학한 관계로 평소 ‘자동화’‘컴퓨터’‘전산’이라는 말을 남들보다 자주 접하는 편이다. 자동화시대가 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본인이 직접 자동화의 혜택을 누릴 날은 아마 서기 2천년쯤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K양은 어느날 아침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승차권자동판매기에서 왕복권을 끊어, 마그네틱띠가 있는 승차권을 개집표기 구멍으로 집어넣고 회전도어를 밀고 들어가는 순간, 기계에 의해 자신의 행동이 규격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며칠동안 몸에 익히고나서 5천원짜리 정액권을 사용하면서부터 ‘자동화의 편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상황이 리얼타임으로 체크

86년 4월부터 3,4호선을 시작으로 약 5개월간의 시민사용숙달기간을 거쳐 9월 10일부터 서울 지하철 전구간(수도권 전철 구간 제외)에 자동승차권을 사용하는 역무자동화가 시작되었다.

AFC(Automatic Fare Collection)라 불리는 이 역무자동화시스템은 전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프랑스 CGA사가 국산화업체로 선정된 동양정밀과 함께 설치한 것. 어느 자동화시스템도 마찬가지지만 AFC도 전지하철 구간이 온라인으로 네트웍화 돼있다.

AFC의 시스템구성은 각역을 기본단위로 하고 각 역은 서울지하철공사 내에 있는 전산제어부의 지시를 받는다(그림1). 역에는 TOM(Ticket Office Machine, 승차권자동발매기)과 POM(Passenger Operated Machine, 자동발권기), GATE(개집표기)로 구성된다. 이 세가지 기기는 역전산실에 있는 컴퓨터(SACU, Station Accountancy & Control Unit)와 연결돼 있다. SACU는 모니터와 프린터를 갖추고 있어 각 기기에서 변화하는 상황이 즉시 디스플레이되고 자동으로 프린트된다.

서울지하철공사에 있는 AFC 전산제어부에는 메인프레임(하니웰9648)과 각 호선별로 FSP(Front System Processor)라고 불리는 컴퓨터 한대씩이 배치되어 있다(2호선은 2대, 표 1참조).

각 FSP에는 각역의 TOM POM GATE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항(에러, 돈합계, 승하차인원 등)이 체크되어 리얼타임(실시간 처리)으로 프린트에 찍혀나온다. 예를들면 “**STATION 158** 86 09 28 23 : 54 GATE 19 BEG ELECTRONIC ERROR”가 프린트되어 나오는데 이는 158번 역인 청량리역에서 86년 9월 28일 23시 54분에 19번 개집표기에서 전자에러가 발생했다는 보고이다. 프린트돼 나오는 모든 보고는 30분 간격으로 집산되어 기계고장시에는 정비반을 급파, 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높이고 있다.

전산제어부에는 메인프레임과 FSP외에 오퍼레이터콘솔(Operator Console)과 시스템콘솔(System Console)이 있는데, 오퍼레이터콘솔에서는 월별 일별 시간별 승하차 인원 및 요금액이 막대그래프형식으로 척척 그려져 나온다.
 
(표 1) 각선호별 자동화기기 설치현황(86. 10. 15. 현재)

셀프테스팅 기능 뛰어나

이번에 설치된 승차권자동발매기는 왕복권이 발매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승객의 입장에선 표를 사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반감할 수 있다. 발매기에서 발매되는 표에는 자성(마그네틱)띠가 부착돼 있는데 마그네틱띠에는 역무자동화의 기본요소라 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수록돼있다. 이는 2진수의 코드(Binary Code)로 구성돼있어 승차권종류(보통권 왕복권 정기권 정액권), 승하차구간, 요금액수, 시간, 철도·지하철구분 등 20여 종류의 정보가 실려있다.

이표를 GATE의 구멍에 집어넣으면 모든 정보의 판독과 기록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역전산기(SACU)를 통해, FSP와 메인프레임에 리얼타임으로 전송된다(발매시점관리). 이를 통해 월, 일, 시간대별 수송량통계가 집계되어 열차편성, 운행시간, GATE TOM POM의 시설증감상황의 자료로서 제시되어 경영합리화를 꾀할 수 있다.

AFC시스템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셀프테스팅(Self-Testing)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구비하고 있는 모든 기기들의 상태가 스스로 체크되어 디스플레이됨으로써 기계의 가동률을 최대화한다. 역무자동화는 특수집단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다수의 대중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경향. 이를 셀프테스팅기능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다.

역무자동화의 효과는 여러측면에서 나타난다. 대량의 이용승객을 신속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지금까지 사용했던 보통권 정기권 외에 왕복권 정액권을 추가 개발, 선택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주황색카드라 불리는 정액권은 크레디트카드와 같이 일정금액(5천원권, 3천원권)을 구입하면 사용구간에 따라 운임이 자동 공제되고 누구라도 돌려가며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역무처리의 과학화로 효과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인력에 의하여 집계하던 회계집계 및 각종 통계업무가 컴퓨터에 의해 자동집계되므로 역무경영이 개선된다. 자동화시스템의 효과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인력절감. 1호선 개통시(1975년) 역당 평균 역무원은 50명이었으나 역무자동화로 22명의 인력으로 충분하다. 인건비 절감액수는 연간 1백30억원으로 3백60억원의 투자비를 3년이면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지하철공사측의 설명.
 
(그림 1) AFC시스템구성도

유니카드 시스템을 목표로

지하철역무자동화는 자체시스템의 효과보다도 더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무자동화시스템은 고도정보화사회 즉 자동화시대로 이전하는 중요한 고비길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어떤 전산시스템보다도 다수의 대중이 사용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자동화마인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을 보면 역무자동화의 성공적 운영을 바탕으로 빠른 시일내에 사회전반의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컴퓨터마인드’확산이 시급한 곳에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지하철역무자동화시스템의 단기적 응용분야로는 각종 공원 관광지 등의 입출입, 고속도로 사용요금, 주차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이와같은 모든 장소의 이용을 마그네틱카드(이른바 지하철의 정액권)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86아시안 게임 중 선수촌 등에 일부 설치되어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했던 카드식 공중전화기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정보량이 많아지면 마그네틱 카드는 IC카드로 대체된다.

이것이 좀더 발전하면 우리가 백화점이나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현금없이 바로 하나의 카드로 해결할 수 있는 ‘유니카드시스템’이 실현되는 것이다.

국산화는 시급한 과제

AFC의 자동판매기가 일반자동판매기와 다른 점은 동전의 구분을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것. 동전의 크기 두께 무게와 동전의 합금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전의 크기 두께 무게와 합금상태가 일정치 않고 찌그러진 동전이 많아 ‘발매중지’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정이다. 심지어는 정산시 돈의 액수가 맞지 않는 경우도 가끔 발생하고 있다. 이는 AFC 국산화 업체로 선정된 동양정밀을 중심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자동판매기로 수정보완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함을 시사해준다. 이것은 자동판매기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GATE의 등을 비롯 좀더 우리 몸에 맞는 기기의 설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프랑스 CGA사는 AFC의 모든 기기들의 노하우를 아직 공개하고 있지 않다. 예를들어 전산제어부의 오퍼레이팅콘솔의 기능도 그들만이 고유로 사용하고 있는 랭귀지로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에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사용하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하겠다.

더우기 아직 우리나라는 수도권 전철이 완전 자동화되지 못했으므로 사용자들의 불편은 크다 하겠다. 이는 역무자동화의 의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자동화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도 있다. 수도권 전철을 빨리 자동화 시키는 것이 자동화마인드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198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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