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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생물에서 성이 두가지 밖에 없는 이유는 무얼까.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입각하자면 이는 세포내 게놈간의 갈등 때문이다. 성이 여러 개 있으면 성세포 융합에 수반되는 복잡한 투쟁을 조정하기 어려워진다.

왜 성은 셋 아니고 둘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성이 둘만 있는 것보다는 3개, 4개, 혹은 그 이상 있는 게 훨씬 더 좋을 듯하다. 성이 둘인 경우는 짝을 만날 확률이 50%지만 성이 20개만 된다고 해도 그 집단에서 짝을 만날 확률은 95%까지 증가하니 말이다.

최근 옥스포드대 생물학자들은 많은 생물들이 두가지 성만 가지고 있는 이유를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설명했다. 즉 세포내 게놈 간 갈등(Intragenomic conflict)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포 내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견해는 모든 유전적 요소, 즉 핵 미토콘드리아 세포소기관들이 평화롭게 함께 일하는 작은 가이아(Caia)라는 것. 그러나 옥스포드 학파는 세포가 모든 자기 복제하는 기구들이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찾는 작은 '월 스트리트'(미국의 증권가)라 본다.

이런 관점에서 한 세포 안을 들여다보면, 성에 의해 두 세포가 융합할 때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각 세포의 핵 DNA는 서로 두 쌍의 염색체를 형성하면서 융화할 수 있다. 그러나 세포질을 다른 것과 공유할 이유가 없는, 서로 다른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소기관 사이에는 전쟁이 발발한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성으로 인해 혹 발생할지도 모르는 세포 손상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가령 성이 둘이라면 하나의 성(수컷, 혹은-형태)은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고 세포소기관을 포기하는 반면 또 다른 성(암컷, +형태)은 세포소기관의 영속성을 누릴 방책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서 수컷은 수정란에 어떤 미토콘드리아도 기여 못하는 왜소한 정자를 생산하도록 진화해 왔고 암컷은 아프리카에서 이브가 나타나기 오래 전부터 세포소기관을 전달하는 권리를 누리면서 커다란 난자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성과 성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성과 성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세포내 게놈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성이 둘이면 한쪽이 포기하고 다른 한쪽이 세포소기관을 가지면 되는데 성이 많아지면 혼란이 생긴다. 가령 성이 13가지인 한 점균(Physarium polycephalum)은 미토콘드리아 갈등을 성간 계급으로 해결한다. 즉 자기 계급보다 낮은 계급과 만나면 세포질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고 높은 계급을 만나면 포기해야 한다. 하나의 성이 어떤 경우는 +, 어떤 경우는 -로 작용해야 한다. 이때 혼동을 일으키면 미토콘드리아 전쟁의 위험성이 생긴다. 결국 두가지 성만을 가지는 이유는 만약 더 많은 성이 있다면 삶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생식과정에서 발생하는 세포내 유전적 갈등은 모체의 자궁에서 자라는 태아에서도 발견된다. 태아에서 하나가 된 부계 유전자와 모계 유전자는 본래 서로 관심이 다르다. 부계 유전자는 태아의 성장을 최적화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려는 경향을 가지는 반면, 모계유전자는 다음의 후손도 생각하여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데 더 관심을 가진다.

가령 태아의 발육을 촉진하는 유전자IGF-Ⅱ는 태아 내에서는 부계에서 기원한 유전자만 발현이 된다고 한다. 이 성장인자는 type-1 수용체와 결합하여 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나 모계 DNA에서 발현되는 type-2 수용체와 결합하면 작용하지 않는다. 즉 부계유전자는 가능하면 생장을 촉진시키려 하고 모계유전자는 이를 막는다. 부계유전자와 모계 DNA 사이의 격렬한 전쟁의 결과는 마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상황으로 맺어진다고 한다. 바로 이런 상황이 어머니도 건강하고 태아도 건강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랄까!

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현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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