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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한 마디로 40년을 건너다│ 신진 작가 김상현 씨

감각의 신진 작가 I 김상현 씨의 ‘워치메이커가 자라는 요람’

기존 시계기술자의 무기는 관록에서 오는 노하우다. 반면 신진 시계기술자들은 최신기술과 디자인을 무기로 삼았다. 공장에서 만든 저렴한 시계가 쏟아지는 지금, 그들의 전략은 시계의 디자인에 이야기를 녹여 전하는 것이다.


‘Reverse Idea(역발상)’의 줄임말 REVI를 예명으로 삼은 작가 김상현 씨를 1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앙코르 네트워크 작업장에서 만났다. 앙코르 네트워크 작업장은 신진 시계기술자들을 위한 공유작업장이다. 이곳에서 신진 시계기술자들은 기존 시계기술자들과 교류하며 노하우를 물려받는다. 김 씨 또한 올 1월부터 이곳에 입주했다. 


“기술자를 넘어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다양한 배움을 통해 그가 꿈꾸는 건 ‘워치메이커(watch maker·독립시계제작자)’가 되는 것이다. 김 씨는 “아직 국내에는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기계장치)부터 외관까지 혼자 만드는 시계기술자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내가 만든 시계 무브먼트를 내 시계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예명처럼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상이다. 영감이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 안에 어떤 요소를 넣을지 정리한다. 그리고 오브제(의미가 부여된 상징)를 어떻게 사용해 이야기를 담을지 구상한다. 실제 시계의 부품을 구상하는 건 그 다음이다. 부품의 소재, 색감, 질감을 구상한다. 마지막으로 시계의 심장 역할을 하는 무브먼트를 고심하며 디자인에 어울리는 기능을 채택한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캐드, 솔리드웍스 등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다. 그의 디자인대로 시계가 잘 작동하는지 가상으로 구동시켜 볼 수 있는 단계다. 이후 부품을 마련하고 조립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시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그의 손으로 만드는 건 지난한 과정이다. 그가 이런 과정을 감수할 열정을 품게 된 건 동서울대 시계주얼리학과(현 럭셔리워치주얼리학과) 전문학사과정 졸업전시에서였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할 매개체를 찾던 그에게 졸업전시를 통해 자신이 만든 시계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험은 특별했다. 


“준비하는 내내 전시를 통해 제 시계, 제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흥분감이 있었어요. 시계가 곧 저라고 여겨질 정도였죠. 전시를 지켜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졸업전시를 통해 소중한 인연 또한 얻었다. LED 액자나 벽시계 등 오브젝트를 만드는 디자인회사 아니메이드(ANIMADE)의 최대한 대표가 졸업전시를 찾았다가 김 씨의 작품을 보고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최 대표와 협업을 통해 2019년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입점하기도 했다. 이어 2020년 일산 킨텍스와 부산 벡스코에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작품을 구매한 고객분들과 소통하며 시계는 단순한 장신구에서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잊지 못할 감동이 되는 매개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제가 만든 시계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영감으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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