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생태도시, 생태탐방 같은 단어가 많이 쓰이더니 요즘은 생태문명, 생태정치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생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는 현대 도시의 꼴과 도시인들의 삶이 자연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반성과, 자연과 인간은 결국 공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생태란 무엇인가, 생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생태와 자연과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질문을 해보면 대답이 쉽지 않다. 생태를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느끼기보다 관념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도원 교수의 생태에세이 ‘흐르는 강물 따라’와 ‘흙에서 흙으로’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경험을 소재로 생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생태학’을 엮어내는 등 올해만 벌써 3권의 생태학 저서를 낸 이 교수를 찾아 생태의 소중함에 대해 들어봤다.
문학과 예술에서 찾은 생태학
생태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는 앞의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태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도원 교수는 생태의 뜻을 찾고, 생태란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고, 또 어떤 사람들이 생태라는 말을 많이 쓰는지 조사하는 것을 생태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중국에서 나온 ‘한어대사전’에는 ‘생태’의 뜻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냄, 생동적인 모습, 생물의 생리특성과 어우러진 생활습성으로 풀이하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태는 이중 세번째 경우에 해당하는데, 뜻을 그대로 옮기면 생활하는 모습 즉 삶의 꼴을 말한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생태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생태라는 단어가 쓰인 시와 소설, 옛 지도와 그림, 그리고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김용택의 ‘강가에서’ 같은 문학작품이나 조선시대의 옛 지도와 김홍도의 그림 등 예상치 못한 예술작품과 만나게 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재미는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분야의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생태학이 과학 안에 머물지 않고 문학까지 포괄할 수 있는 대중성은 생태학의 다양성을 키울 수도 있지만 자칫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성격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흐르는 강물 따라’와 ‘흙에서 흙으로’는 저자가 직접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관찰하고 사색한 내용이다. 개인의 삶과 철학, 일상의 작은 일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2권의 책은 ‘생태학’의 긴장감을 잃지 않을까 염려하는 저자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읽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생태학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길
이도원 교수는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과 광릉 숲에서 벌써 10년이 넘게 탄소 순환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생태학 중에서는 습지생태학, 경관생태학, 전통생태학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통생태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생태학’에는 현장활동가, 건축가,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전통생태학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담았다.
전통생태학의 중심개념과 이론을 소개한 1부, 전통생태환경 복원 연구를 소개한 2부, 전통생태학의 실천적 함의를 소개한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여러 학문 속에서 새롭게 생태학의 중심이 정립돼 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교수가 얼마 전 수행한 연구 중에는 ‘윤증고택의 내부 공간배치에 근거한 전통가옥의 환기에 관한 문제’ 같은 재미있는 주제도 있다. 옛 어른들은 마당에 큰 나무를 심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마당의 모양과 비슷한 한자 큰입구몸(口)에, 나무를 뜻하는 한자 목(木)을 더하면 괴롭다, 부족하다, 곤궁하다는 뜻의 곤(困)자가 되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를 좀더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따뜻한 기운을 순환시켜 집 뒤편의 찬기운을 대청마루 쪽으로 보내려면 마당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생태학에서는 어떻게 연구하고 증명하는 것일까. 열쇠는 ‘실험’이다.
나무를 심지 않는 게 공기의 순환을 도운다면 그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순환이 잘 되는지 그래서 앞마당과 뒤뜰의 온도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유체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전통가옥의 마당과 대청마루에 약 4℃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교수는 올바른 생태학은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인간의 모습까지 모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과 사람의 행위까지 포함한 연구라야 제대로 된 생태학이라는 생각이다.
또 예전에는 생물학과 생태학이 잘 구분되지 않던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점점 미시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생물학과 거시적인 안목을 강조하는 생태학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