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소차의 심장,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최전선

2H₂+ O₂ → 2H₂O


화학식 한 줄로 수소차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수소 분자 두 개가 산소 분자 한 개와 만나면 물 분자 두 개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렇게 수소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수소에너지’라 부른다. 수소 내연기관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모두 수소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이용한다.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종류가 수소차의 종류를 가른다. 수소 내연기관차는 수소가 내연기관 내부에서 산소와 만나 연소한다. 이때 에너지는 열로 방출된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서 생기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한다.


연료전지는 연료와 산화제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수소연료전지에서 연료는 수소, 산화제는 산소다. 수소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더 높아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수소차는 대부분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연료전지 뜯어보기

 

‘전지’라는 이름 때문에 수소연료전지가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 꺼내쓰는 배터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장치에 더 가깝다. 연료전지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양 끝에 연료극과 공기극, 두 개의 전극이 있고 사이에 수소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막이 있다. 연료극에 수소가, 공기극에는 산소가 들어간다. 연료극에 주입된 수소 분자는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된다. 이 중 수소이온은 전해질 속으로 이동해 공기극에서 산소와 결합한 뒤 물이 된다. 전자는 외부 회로를 따라 흐르며 전류를 형성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이렇게 발생한 전류로 모터를 작동시켜 바퀴를 굴린다.


수소연료전지차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수소연료전지가 여러 개 필요하다. 연료극, 공기극, 그리고 전해질막 등으로 구성된 수소연료전지 하나를 ‘셀’이라고 부른다. 이런 셀을 샌드위치처럼 수백 개 쌓으면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해 네 종류의 중심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수소탱크에 고압 상태로 보관된 수소를 저압 상태로 바꿔 수소연료전지 스택으로 이동시키는 수소 공급 시스템, 외부 공기를 정화해 연료전지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기 공급 시스템, 수소연료전지 스택,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해 수소연료전지 스택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열 관리 시스템이다. 이들을 통틀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과 효율성은 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달렸다.

 


PEMFC, 차세대 SOCF로 세대교체 한다?

 

수소연료전지의 종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으로 나뉜다. 지금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건 PEMFC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 등이 모두 PEMFC를 사용한다. PEMFC 연료전지는 수소이온을 투과시킬 전해질막으로 고분자 물질을 사용한다. 25~80℃라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며 운전 온도가 낮아 연료전지를 가동시켰다 끄는 과정이 자유롭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박구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료전지연구실장은 “PEMFC는 운전시 기동성이 높고 다양한 용량에 대응할 수 있으며 연료전지기술 중 전력 밀도가 가장 높고 무게도 가볍다”며 “산업적 파급력이 큰 자동차, 항공, 조선, 건물 및 분산발전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집중된 분야”라고 설명했다. 


‘3세대 연료전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SOFC도 주목받고 있다. SOFC는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다. 높은 온도(600~1000℃)에서 작동하며 전력변환 효율이 높다.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에너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박 실장은 “아직 해결할 문제가 다수 있지만, SOFC는 이론적으로 전력변환 효율이 높아 향후 경쟁력이 큰 분야”라고 했다. 


PEMFC, SOFC 외에 인산형 연료전지(PAFC),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MCFC) 등 다양한 수소연료전지가 현재 개발되고 있다. 박 실장은 “다양한 수소연료전지는 각자 운영되는 최적 환경과 특성이 달라 활약하는 분야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PEMFC는 승용차, 상용차, 연안 선박, 열차, 항공 등 모빌리티 전반과 건물, 가정, 휴대용 발전기로 사용하기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SOFC는 상용차의 보조전력이나 대양 선박, 열차 등 규모가 큰 모빌리티와 수 MW(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하는 건물용 발전기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촉매 바꿔 가격 낮추고 열에 강한 전해질 개발한다

 

‘비싸고 수명이 짧다.’ 수소연료전지차에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다. 우선 수소연료전지차가 비싼 이유는 수소연료전지가 비싸기 때문이다. KTB 투자증권에서 2018년 발표한 보고서 ‘수소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수소차 제조원가에서 연료전지 스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해질막과 양쪽 전극을 통틀어 부르는 ‘막전극접합체(MEA)’는 수소연료전지 스택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인 43%를 차지한다. 


막전극접합체가 비싼 이유는 ‘백금칠’이 돼 있기 때문이다. 수소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수소이온이 산소와 만나 물을 만드는 과정을 돕기 위해 연료전지의 양쪽 전극에 촉매가 포함돼 있다. 주로 사용하는 건 2021년 7월 15일 기준 1트로이온스(31.1g)당 1126달러(약 128만 원)꼴로 거래되는 백금이다. 지각 1000t(톤)에 1g 포함돼 있을 정도로 희귀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속 촉매, 의료기기 등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수소차 가격을 잡으려면 백금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연료전지연구실은 저렴한 코발트로 중심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백금 원자를 1~2층 쌓은 코어-쉘(core shell) 구조 촉매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카탈리시스’ 2021년 5월 7일자에 발표했다. 이렇게 하면 백금 사용량은 줄이면서도 기존 백금 촉매보다 성능이 2배 좋고 내구성 또한 5배 향상된 촉매를 얻을 수 있다. doi: 10.1021/acscatal.1c00395


백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촉매 연구도 활발하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아연과 질소, 탄소로 백금을 대체할 촉매를 만들어 2019년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X선 흡광 분석기를 이용해 산소 환원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촉매 구조를 찾았다. 아연과 질소원자가 1:2의 비율로 결합할 때가 가장 이상적인 구조였다. 백 교수는 “촉매의 활성자리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라며 “활성자리 구조를 위주로 촉매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촉매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oi: 10.1038/s41467-019-10622-1

 

수소연료전지차의 또 다른 단점으로 꼽히는 수명은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열과 관련있다. 수소연료전지를 부식시켜 내구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차에 널리 사용되는 PEMFC의 경우, 내부 온도가 최대 80℃까지 상승한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수소연료전지 셀 사이에 냉각수를 흘려 반응온도를 60~70℃로 유지한다”며 “수소연료전지 온도가 너무 낮으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수소연료전지 소자가 부식돼 수소연료전지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했다.


수명이 다한 연료전지는 교체가 불가피하다. 현대자동차가 2021년 초 출시한 ‘2021 넥쏘’의 수소연료전지 보증기간은 10년(또는 주행거리 16만 km)이다. 이 기간이 지나 수소연료전지가 수명을 다하면 차량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소연료전지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그 외에 연료전지를 식히기 위해 설치한 열 관리 시스템이 차량 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열에 잘 견디는 소재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상가라쥬 샨무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팀은 80℃ 온도에서 기존 수소연료전지보다 2배 이상 오래 버티는 수소연료전지 소재를 개발해 2021년 2월 국제학술지 ‘ACS 지속가능 화학&공학’에 발표했다. 현재 PEMFC에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막인 내피온(Nafion)은 열뿐만 아니라 습도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습도가 낮으면 수소이온이 내피온을 쉽게 지나다닐 수 없어 연료전지 성능이 저하되고 수명이 더 빨리 줄어든다. 샨무감 교수팀은 탄소 나노섬유를 내피온과 혼합해 습도가 낮을 때도 열 손상이 절반가량 적은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그 결과 최대 80℃에서 기존보다 2배 긴 400시간까지 작동하는 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 샨무감 교수는 “수소연료전지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면 수소연료전지 성능을 크게 개선하고 시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i: 10.1021/acssuschemeng.0c07846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에너지공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