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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 파트너] 내 몸의 모든 단백질 한눈에 단백체 지도

뉴바이올로지 전공

“한국인을 위한 지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처럼 말이죠.”
2월 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큐바이오 정밀의학 연구실에서 만난 김민식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는 미지의 신대륙을 탐험하며 지도로 만드는 ‘21세기의 김정호’였다. 다만 탐험하고 있는 대상이 광활한 바다나 먼 우주가 아니다. 그는 세포가 만드는 다양한 단백질을 밝히고 그 특성을 상세히 기록한 ‘단백체(Proteome)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한국인을 위한 단백체 지도


2003년 인류는 거대한 과학적 성과를 이뤄냈다. ‘인간게놈(유전체)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세포의 약 30억 쌍의 DNA 염기에 담긴 유전정보를 모두 해독해냈다. 이렇게 해독한 염기서열 정보를 토대로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면 여러 생물학적 특성이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의학적, 생물학적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길잡이라는 뜻에서 유전체 정보를 종종 ‘유전체 지도(genome map)’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유전체 지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여전히 많다. 많은 질병은 단백질의 종류와 양의 차이에 의해서 발병한다. 하지만 유전체 지도로는 인간이 가진 유전자의 종류를 알 수 있을 뿐 여기에서 실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 만약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모든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 정보 전체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단백체 지도 연구다.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맥쿠식-네이선스 유전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김 교수는 일반인 30명의 주요 장기 및 세포에서 단백질을 분석해 제작한 인간의 단백체 지도 초안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단백체 지도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자와 염기서열이 비슷하지만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위유전자(pseudogene)’ 일부가 실제로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doi: 10.1038/nature13302 김 교수는 “유전체 지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인간의 모든 정보를 알아냈다고 생각했지만, 단백질을 들여다보면 유전체 지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목표는 한국인의 단백체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임상의사들과 협력해 지도 제작에 필요한 정상조직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난관이 많다. 정상조직 자체도 얻기 어렵고, 당장 질병치료 목적의 연구가 아닌 만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기도 까다롭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단백체 지도를 만드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적극 협력하면 2~3년 이내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단백체 지도를 통해 국내 많은 환자와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질량분석으로 정밀의료 신기술 개발


김 교수는 단백체 지도뿐만 아니라 질량분석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2019년 김 교수팀은 일반적인 암 진단 방법인 조직검사를 대신할 수 있는 액체 생검 질량분석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폐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외과적인 수술로 폐 조직 일부를 떼어내야 한다. 하지만 조직검사는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받기 어려워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포에 액체를 넣어 녹아 나온 단백질의 종류를 분석해 폐암 여부를 진단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doi: 10.1002/prca.201900028 수술 없이 미세바늘로 단일 세포를 채취해 암을 진단하는 정밀의료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질량분석 기술은 생명정보학 전반의 발전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체와 단백체 외에 그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전사체(DNA에서 전사된 RNA의 총합)와 대사체까지 융합한 연구 분야인 ‘멀티오믹스’가 연구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질량분석이 필수다. 질량분석과 차세대염기서열해독기술(NGS)을 활용하면 세포의 종류, 발생학적 시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추출한 DNA와 mRNA, 단백질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멀티오믹스를 활용하면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각 기관과 조직별로 정확한 유전체 지도와 단백체 지도를 만들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암센터(NCI)에서 주도하는 국제암유전단백체 컨소시엄(ICPC)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국제수준의 연구팀과 활발히 교류하며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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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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