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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지방은 왜 추운가

지형변화가 가져온 이상기후

경기도 양평지방은 극한지대인가. 지난 1월 5일 양평지방은 우리나라 평지로서는 최저기온인 -27.2℃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81년1월5일엔 -32.6℃를 기록, 양평은 혹한지대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양평지방의 극한기록
 

양평지방에 동토지대와 같은 극한이 몰아칠 첫 조짐은 81년1월1일의 폭설로 시작되었다. 이날 내린 눈은 관측사상 최고기록인 2백2㎜나 되었다. 71년에 관측이 시작된 이래 이런 기록은 아직 없고 81년 이전으로서는 74년1월21일의 1백68㎜, 이후는 84년1월3일의 1백70㎜가 있을 뿐이다.
 

눈이 멎고 하루가 지난 3일의 기온이 -30.2℃로 내려갔다. 이어 4일에는 -31.0℃로 내려갔고 5일에는 -32.6℃까지 내려갔다.

'거리는 사람이 살지않는 동네인듯 한산했다. 불을 피워놓지않은 상점의 진열대에 있던 소주 맥주 사이다병이 얼어 터졌다. 일대가 온통 얼어 붙어 마치 메가톤급의 한파폭탄이 투하된듯했다.
 

양평읍 창대2리589 유기선부인(56)의 4백50여평 비닐하우스안에서 재배하던 배추와 쑥갓이 모두 얼어 못쓰게 되었다. 땅도 60㎝깊이까지 얼었다.
 

이때의 기온은 76년간의 한국 기상자료를 통틀어 남한일대 평지기온으로는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양평지방의 혹한을 이렇게 보도했다.
 

6일에는 -31.0℃였고 7일엔 -27.8℃, 17일 -26.2℃, 22일 -27.2℃, 27일 -27.4℃로 근 한달동안에 걸쳐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 뒤로도 85년1월17일에 -27.5℃, 84년 1월5일에 -26.4℃, 85년1월29일에 -26.2℃, 그리고 얼마전인 86년1월5일에 -27.2℃로 내려갔다.

우리나라의 기상관측사상 최저기온은 1933년1월12일 중강진이 -43.6℃로 내려갔던것이 기록이고 그 다음은 1949년12월29일 신막의 -31.6℃, 평양 -30.2℃였다.
 

남한 만의 기록으로는 69년2월6일 춘천이 -27.9℃로 내려갔던 기록이 있을 뿐이다.

중강진의 1월 평균기온이 -20.8℃인데 비해 대단히 많이 내려간 기온이긴 하나 위도상으로 양평이 북위38°아래쪽인데 비해 중강진은 북위42°가까운 지역이므로 비교하기 어렵다.
 

이렇게 양평지방에 추위가 계속 몰아치자 그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양평지방의 환경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평지방의 지형변화
 

양평지방은 74년 팔당댐이 건설된후 군내를 흐르는 남한강의 수역이 크게 넓어졌다. 한전은 댐을 막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막았을 때의 만수위를 25.5m로 계산했으나 지난 79년의 수위는 양평읍 옆을 흐르는 남한강의 수위가 30.3m, 개군면은 37m나 되었고 80년에는 양평읍이 30.45m, 개군면이 37.5m 나 기록할 정도로 수면이 넓어졌다. 한전이 계산한 수위보다 3~10m나 높은 수치였다. 이때문에 양평군은 79년에 36만9천평, 80년에는 69만7천평의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이렇게 양평의 지형이 팔당댐 건설 이후 변화되고부터 기상에 변화가 온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정확한 뒤받침은 아직 없다.
 

천문기상학자들은 이런경우 지구전체의 이상기후 요인을 훑어보고 국지(局地) 기상을 살펴 풀어간다.

 

양평지방의 지형변화

이상기상의 세계적인 원인
 

세계의 이상기상을 다룰때 먼저 '엘니뇨'(El ni$\ddot{n}$o)현상을 얘기한다. 엘니뇨란 적도의 동부 페루쪽 태평양에서 해면의 온도가 급격히 대규모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의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태평양중위도의 고기압이 발달한다. 이 발달한 고기압이 시베리아 상공의 한랭기단이 남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엘니뇨현상이 83년11월 돌연 사라져버렸다. 그레서 시베리아 한랭기간이 남하하기 쉬워졌다.
 

84년 겨울을 앞두고 겨울이 오기전에 미리 월동물자를 운반하던 소련 선박 50여척이 빨리 닥친 동장군에 포위되어 출항하지 못하고 시베리아 연안 항구밖에서 동결된 일이 있었다. 이때 소련에서는 이미 84년의 초겨울이 엘니뇨 현상의 소멸로 혹한이 될것을 예측하고 월동채비를 서둘렀으나 혹한이 먼저 엄습했다고 보도되었다(일본 아사히신문 83. 10. 14).
 

그러나 이 엘니뇨현상이 소멸된 영향과 양평의 혹한이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는 양평혹한의 처음이 81년이고 엘니뇨 소멸이 83년 이어서 시차가 너무 있어 상관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그 영향은 그 뒤로도 계속되고 있어 현재의 양평지방 기온변화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풀이도 있다.
 

그 다음은 화산 분화 영향설이다. 1982년 3월부터 4월에 걸쳐 멕시코 남부의 엘치촌화산이 분화했다. 추정량 약 10억톤이나되는 화산재를 분출했다. 4월3일과 4일의 분화 때는 거의 2천3백만톤이나 되는 분출물이 10㎞높이의 대류권을 꿰뚫고 성층권 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것이 태양의 볕을 차단하여 지표면으로 쏟아지는 일사량을 극동지역의 경우 20%정도나 줄였다고 풀이되었다. 이 일산효과(해를 가리는 우산효과)가 냉해와 폭설을 불러왔다는 설도 있다. 이 영향은 84년에서 85년까지 미쳤다는 것이다.
 

이 엘치촌 화산분화영향설도 양평의 84년1월이후 강추위에 대한 영향을 설명할 먼 원인으로 손꼽아 볼수 있을지 모르나 81년의 극한원인과는 역시 시차가 맞지 않는다.
 

이밖에 기상해설 중'블로킹 현상' 이란것이 있다. 원래 북쪽은 춥고 남쪽은 덥다. 그것은 태양이 경사지게 비치는 것과 바로위에서 쨍쨍 비치는것과의 차이다. 그리고 육지는 바다보다 더워지기 쉬우나 차가와지기도 쉽다. 겨울이 되면 북쪽의 시베리아 대지는 점점 차가와져 간다. 이 유라시아의 차가와진 대지 위에서 조성된 차가운 공기가 군단을 이루어 남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히말라야와 티베트에 막혀 유라시아의 동쪽 바다로 돌파구를 찾는다.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이렇게 서쪽으로 가지않고 동쪽으로 향하는 것은 북위40도에서 60도 부근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편서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편서풍은 직선으로 불지 않고 남쪽으로 꾸불, 북쪽으로 꾸불하고 뱀처럼 전진하므로 겨울에는 특히 한반도를 비롯한 유라시아대륙 동쪽 기슭의 상공이 편서풍의 사행(蛇行)계곡이 되기쉽다. 이 편서풍의 골을 향해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마구 남하하여 한반도가 냉각되어 간다. 편서풍의 꾸불거리는 진폭이 커지면 남하하던 한랭저기압이 소용돌이를 이루고 한편으론 북상하는 기단은 따뜻한 고기압의 소용돌이를 이룬다. 소용돌이가 바레볼의 블로킹과 같은 역할을 하며 편서풍이라는 공은 블로킹을 피해 움직인다. 겨울에 폭설을 몰고 오는것을 이 블로킹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시 설명하면 편서풍이 꾸불거리며 부는 것은 평행으로 나가던 공기의 흐름이 산악지대-히말라야나 티베트고원-를 넘을 때 지표면의 굴곡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것이 주원인이다. 평행인 공기의 흐름을 대하라고 하면 히말라야나 티베트고원은 강물 속의 바위와 같은 것이다.
 

겨울에 편서풍이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에 부딛치면 극제트와 아열대제트로 나눠진다. 극제트는 약간 북으로 치닫다가 남으로 꺾어 내려오면서 한반도 부근에 기압골을 만든다. 여기에 히말라야의 남쪽을 돌아 동쪽으로 몰려온 아열대제트가 합류되어 강력한 저기압의 발달장을 이룬다. 이때 시베리아 한랭기단의 세력이 강하여 냉기를 계속 밀어 붙이면 저기압이 냉각되어 지상으로 몰려 폭설을 동반한 혹한이 되는 것이다.
 

이런 블로킹 현상과 극동지역의 겨울기상 구조는 한반도 전체의 혹한이나 폭설을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일부 국한된 지역인 양평의 혹한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서 기상학자들은 천문기상학적 요인 이외에 다른 요인에서 이상기후의 원인을 찾게된다.

 

양평은 왜 추운가
 

'양평의 강추위는 지난 74년 완공된 팔당댐 때문'이라는 추정은 계속 나오고 있다. 거대한 인공호수 주변에는 겨울에 강설대(snow belt)가 형성된다는 것은 기상학의 일반론에 속한다. 겨울에 거대한 수면을 스쳐간 바람은 습도가 한껏 높아져 기압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이 바람을 맞게되는 지역에서는 많은 눈이 내리는 이른바 강설대(降雪帶)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댐 건설로인한 기상변화현상은 기상학 가운데서도 국지(局地) 기상학에 속한다. 국지기상학이 발달된 나라에서 관측한 이 강설대는 일반적으로 그 면적이 아주 좁은 것이 특징으로 그 폭은 보통 1마일 안팎이다.
 

81년의 양평 강추위에 대해서는 '팔당댐 원인설'을 뒷받침하는 몇가지 견해가 있었다.

환경청대기국 관계자는 "팔당댐건설로 넓어진 내수면이 강원도 쪽 협곡의 기류를 한랭기류로 변화시켜 추위를 몰고 온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댐을 막은 뒤 상류지역 내수면 면적이 넓어졌고 강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얼어 강추위를 몰고 온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기상대 양평기상관측소 이충태 소장은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양평지방은 해발 1천1백57m의 용문산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상태를 이루고 있는데다 눈이 내렸을때 냉기를 흡수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댐 위쪽 내수면에서도 냉기를 반사하는 복사냉각의 폭이 커지기 때문에 심하게 추워진다"는 것이다.

복사냉각현상(Albedo)이란 냉기가 눈이나 얼음에 부딛쳤다가 반사될 때 눈이나 얼음의 냉기가 더 증가되어 반사되는 것으로 복사열과 반대되는 의미다.

강원대 이종범교수(환경학)는 '춘천지방의 인공호에 의한 안개및 구름 양의 변화'라는 논문을 한국기상학회에 보고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지난 56년에는 춘천에 안개가 끼이는 날수가 28.7일이었으나 춘천댐(65년2월 완공), 의암댐(67년7월), 소양댐(73년7월) 등 3개댐이 생긴 뒤 안개일수가 50일이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댐 건설로인한 안개일수 증가에 대한 이런 연구보고는 있으나 댐건설과 주변 기온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보고가 없다.

양평은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한 조그만한 평화로운 지역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기후대 영향권안에 들어있는 국지다. 이 국지의 기후가 이상이 있는 것은 무엇때문인가를 성의있게 밝혀 볼 노력이 필요하다.
 

평년 기온이란 과거 30년간의 평균기온이며 이상기온이란 월평균기온 등이 과거 30년 동안에 관측되지 않았던, 그러므로 평년 기온과는 전혀 다른 기온을 말한다.
 

양평의 1월 기온은 83년 이후 분명히 이상기온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온에 비추어 보아도 특이하였다.

그 다음에 밝혀진것은 댐건설지역주변의 강설대 형성과 안개증가 현상, 냉각복사현상 등이다.
 

그러면 블로킹 현상과 극동지역의 겨울기상구조가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 겨울기상에 미친 영향과 지형이 변화되는 등 양평지방의 특수여건에서 생긴 요인을 겹쳐보면 양평지방의 혹한 원인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양평지방의 혹한은 시베리아기단이 강세로 밀려 닥치면서 블로킹 현상을 일으켜 전반적으로 추위가 몰려왔던 데다 지형이 변형되면서 조성된 양평의 특수 요인 때문' 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남은것은 사실을 과학적인 데이타로 명쾌하게 밝히는 일이다.

기상과학자들도 양평지방의 혹한 원인이 하루 빨리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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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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