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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 파트너] 뇌 속 시냅스에서 찾은 뇌질환의 비밀

뇌·인지과학전공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파킨슨병 등 뇌질환은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은 물론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지 못한 병이 대부분이다.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로 뇌질환 극복이 반드시 꼽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기존과 다른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뇌질환 극복을 시도하는 분야가 뇌인지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뇌질환의 원인을 인접한 두 개의 신경세포(뉴런) 사이 구조인 ‘시냅스’의 기능과 구조 이상에서 찾는 ‘시냅스 뇌질환(Synaptopathy)’이라는 분야다. 


낯선 시냅스 뇌질환 분야를 개척 중인 엄지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를 지난해 12월 1일 DGIST 연구실에서 만났다. 엄 교수는 “시냅스에 존재하는 무수한 단백질을 연구해 뇌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발병 기전을 밝히고 치료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시냅스 골격단백질, 뇌질환의 원인일까


시냅스는 인접한 두 개의 뉴런 사이에 있는 구조다. 두 뉴런은 아주 작은 틈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데, 이 공간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며 신경 신호를 전달한다.


만약 시냅스의 구조가 파괴되거나 기능이 저해되면 신경계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뇌전증 등의 뇌질환 역시 시냅스의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발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뇌 속 노폐물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시냅스를 파괴하는 과정이 발병 초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냅스는 크게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나뉜다. 두 시냅스 간 균형 유지도 뇌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 종류의 시냅스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기능이 약해지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며 질환으로 발전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시냅스의 불균형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경과학 연구자들은 시냅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뇌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엄 교수는 시냅스를 구성하는 뉴런의 구조를 형성하는 ‘골격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골격단백질은 시냅스에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을 응집시키고 신호 전달을 매개하는 단백질이다. 엄 교수는 “시냅스에는 1000~2000개의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골격단백질에 고정돼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골격단백질을 연구하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시냅스 단백질의  위치와 역할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엄 교수는 고재원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와 함께 2016년 ‘IQSEC3’라는 단백질이 억제성 시냅스 골격단백질의 한 종류인 게피린(gephyrin)과 결합하며 억제성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IQSEC3 유전자의 존재는 2004년 처음 밝혀졌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뇌 시냅스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었다. doi: 10.1074/jbc.M115.712893

 

뇌질환 연구의 어려움, 공동연구로 극복


엄 교수와 고 교수팀은 그 동안 세포 수준에서 이뤄졌던 IQSEC3 연구결과를 실제 동물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일부 결과는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발표됐다. IQSEC3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시킨 쥐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발작, 경련 등 뇌전증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IQSEC3 단백질 발현 문제가 억제성 시냅스 기능을 저하시키고 결국 뇌전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doi: 10.1016/j.celrep.2020.01.053


엄 교수는 “기존에는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IQSEC3 단백질이 뇌질환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논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IQSEC3 단백질이 전혀 발현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연구하고 있다. 엄 교수는 “현재 연구를 마무리하고 있고, IQSEC3 단백질의 새로운 작동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분야인 만큼 어려움도 있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뇌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연구는 실제 사람의 뇌 조직을 이용한 연구가 필수지만, 환자의 뇌 조직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엄 교수는 이런 어려움을 해외 임상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임상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며 뇌질환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시냅스 유전자를 제시하면 엄 교수가 실제 해당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는 방식이다. 엄 교수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냅스 기능 이상과 뇌질환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연구에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이병철 기자
  • 사진

    이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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