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호, 정확히 30년 전 과학동아에 한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당시에도 초전도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었던 ‘BCS 이론’에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초전도 이론을 제시한 고(故) 최동식 고려대 교수와의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때 전자는 파동적 성격을 띠고, 이런 특성을 이해하면 BCS 이론에 맞지 않아 무시됐던 고온 초전도 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한 달 간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상온 상압 초전도체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LK-99가 화제가 되면서 30년 전 인터뷰도 덩달아 이슈가 됐습니다. 문득 그 때 그 기사를 작성했던 대선배, 김두희 전 동아사이언스 대표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최근에 30년 전 상온 초전도체 기사가 재조명되고 있던데”
“그 기사? 쓰고 나서 욕을 좀 먹었지정적).”
그럴 만도 한 게, 당시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 이론이 지금보다 더 ‘이단’ 취급을 받던 시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씩이나 찾아가 인터뷰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가 그렇게 여러 번 찾아간다는 건 내용에 의구심이 많다는 뜻이거든요.
“결실을 맺는다면 핵융합 이상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주제니까. 묻혀있기보다는 사람들이 자꾸 거론하고 논쟁을 이어가길 바랬던 거지. 이번이 안됐다고 해도 상온 초전도체 연구는 앞으로 계속 관심 갖고 추적하면 좋을 것 같아.”
대선배의 말에서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동아의 역할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유튜브에 업로드 된 상온 상압 초전도체 콘텐츠는 11만 5000개입니다. 대부분 초전도 현상이 무엇인지, LK-99는 어떤 물질인지,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를 다루고 있더군요. 넘치는 콘텐츠 속에서 과학동아는 어떤 차별화된 매력을 어필해야 할까요.
‘가장 믿을 수 있는 최신의 정보’. 제가 찾은 답입니다. 과학동아는 1987년 5월호 ‘제2의 전기혁명, 초전도체 개발’ 기사를 시작으로, 초전도체 이론의 발전과 도전을 40년 가까이 취재해왔습니다. 이런 긴 흐름 속에서 2023년 9월호는 이번 상온 상압 초전도체 논쟁이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핵심인지를 정확히 짚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고온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이 유발될 가능성을 제시한 이론이 왜 그렇게 많은지도요.
매달, 매년 차곡차곡 쌓이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꼭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30년 전 대선배의 바람처럼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고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