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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유학일기] 단체 활동의 ‘무덤’인 독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법

◇ 술술읽혀요 | 나의 독일 유학 일기

 

 

‘힘든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마침내 대학에 입학했으니, 친구들과의 두근두근 캠퍼스 라이프가 기다리고 있겠지?’ 


혹시 독일 대학에 합격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Pech gehabt(운이 없구나).” 


독일에서만큼은 대학 생활이 ‘노잼(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입학 후 일주일간 하는 신입생 교육(OT)을 제외하면 멤버십 트레이닝(MT), 동아리 활동, 단합대회 등 단체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개팅, 미팅은 아예 없다. 


독일인들이 딱히 모임을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개인주의가 굉장히 강한 편이라 마음 맞는 소그룹끼리만 자주 모인다. 또 모임이 불편해도 웬만하면 참석해야하는 한국의 분위기와 달리 독일 사람들은 본인이 내키지 않으면 딱 잘라 거절한다. 사실 애초에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도 잘 없다. 단체 활동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면 좋은 점일 수도 있다.


동아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구글에 학교 이름과 ‘대학그룹(Hochschulgruppen)’이란 단어를 함께 검색하면(예를 들어 KIT Hochschulgruppen) 댄스 동아리, 스포츠 동아리, 합창단, 스타트업 동아리 등을 찾을 수 있다(독일은 학교 정보를 얻을 때 학교 홈페이지보다 구글 검색을 하는 편이 빠르다). 


검색을 통해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던 스포츠 동아리를 찾아낼 수도 있다. 다만 한국에 비해 동아리 수가 적고 모집도 소극적이다. 또 지도교수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서 동아리보다는 댄스 수업, 스포츠 수업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스포츠 관련 동아리는 종류가 꽤 다양하다. 미식축구부, 모터보트부 등 흔치 않은 동아리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동아리는 단연 퀴디치 동아리다.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빗자루를 타고 공을 갖고 벌이는 그 퀴디치가 맞다. 


그렇다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스포츠는 아니다. 해리포터의 퀴디치와 규칙은 비슷하지만 현실에 맞게 만든 스포츠 경기다. 꽤 많은 대학에서 퀴디치를 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학교 대항전도 열린다. 


나는 스포츠 동아리 대신 학생회에 가입했었다. 아헨공대를 자퇴한 뒤 카를스루에공대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새 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려면 우선 공부 잘하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재들이 모인다는 학생회에 들어간 이유다. 


카를스루에공대 수학과(경제수학과는 수학과에 포함된다)는 정보공학과와 학부가 같아 입학 초반에 수강하는 과목이 겹친다. 그래서 수학과 학생회와 정보공학과 학생회의 교류가 잦았다. 덕분에 두 전공 학생회 구성원들의 취미를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공강 시간에 주로 체스를 하거나 트럼프카드 게임인 스카트와 도펠코프(Doppelkopf)를 하고 놀았다. 교수가 강의자료를 주지 않은 과목의 자료 만드는 일도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놀이였다. 


프로그래밍이나 숙제로 주어진 문제를 풀면서 혼잣말을 하거나, 같은 문제를 20~30분간 노려보는 친구들도 많았다. 물론 전공의 특성상 같은 문제를 오래 보고 생각하며 증명할 방법을 찾는 건 흔한 일이고, 나도 종종 그러기는 한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땐 확실히 ‘컬쳐쇼크’였다. 


한번은 학생회에서 주말 저녁에 모여 논다고 해서 간 적이 있는데, 술 한잔 안 마시고 맨정신으로 새벽까지 마피아 게임만 하다가 돌아온 기억도 있다.


지나치게 학구적인 분위기는 내 정서와 맞지 않았고 활동에 큰 재미도 못 느껴 결국 나는 한 학기 만에 학생회 활동을 접었다. 지금은 그냥 학생회 아이디로 인트라넷에서 시험 족보를 찾아보는 ‘족보 빌런’이 됐을 뿐이다. 


장비가 필요한 동아리만 아니면 독일 대학의 동아리 가입비는 대체로 저렴해 활동에 경제적 부담은 없다. 비록 나는 실패했지만, 본인과 잘 맞는 동아리에 들어가면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취미를 찾을 수도 있고,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도 훨씬 수월하다. 단, 독일 대학에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다면 발품을 팔아 잘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동아리인지 꼭 확인한 뒤 들어가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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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원창섭 독일 카를스루에공대(KIT) 경제수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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