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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손으로 함께 '보는' 책

봄부터 가을까지 온 산과 들을 가득 메우고 있던 꽃과 나무도 볼 수 없고, 동물을 구경하러 야외로 나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까만 하늘에서 축복처럼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싶지만 높은 산자락에 쌓인 눈을 보면 그도 어려울 것 같다.

겨울은 과학과 별로 인연이 없는 계절일까. 하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조차 차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안에서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 있다!

1억6천만년 전에 멸종된 공룡들이 눈앞에 생생히 살아오고,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이 자신들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들어내 보이는 책을 펼쳐보자.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인체의 신비로움이 살아나는 입체북이나, 우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CD-ROM을 통해 과학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달에는 과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닌, 수많은 사진과 그림, 입체북, CD-ROM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과학을 ‘느낄 수 있게’ 한 좋은 책들을 소개한다.


영화보다 생생한 공룡 이야기

40억년에 가까운 지구생물의 진화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지만, 그 중에서 공룡처럼 특별한 조명을 받는 생물도 드물 것이다. 기나긴 역사 동안 인간은 한번도 공룡과 함께 생활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완벽하게 공룡을 복원해놓고 있다.

사실 공룡에 대한 연구 역사는 2백년이 채 되지 않았다. 1841년 영국의 박물학자 리차드 오언이 공룡이란 이름을 붙인지 이제 겨우 1백60여년이 됐을 뿐이다. 하지만 공룡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공룡학자들을 낳았다. 공룡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만도 대략 2백여종이 넘는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책은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의 공룡대탐험’이다.

지은이 이융남 박사는 국내에서 유일한 공룡학자다.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인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연구원을 지내고, 국제 공룡탐사대의 일원으로 중요한 공룡탐사에 여러번 참여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억6천만년 전에 멸종한 공룡을 생생히 살려놓고 있다. 그의 산 경험과 공룡연구의 발자취는 이 책을 값지게 해주는 3백40여컷의 사진과 그림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우리는 공룡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티라노사우루스나 이구아노돈 같은 공룡의 모습은 너무도 친근하다. 하지만 공룡이 어떻게 앞발을 사용해 먹이를 잡았는지, 여러 종류의 공룡 발자국은 어떻게 다른지, 공룡은 어떤 모습으로 새끼를 낳고 길렀는지, 조금만 자세히 들어가면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공룡이란 영화적 상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은 박물관에서조차 공룡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공룡대탐험’을 통해 ‘볼’ 수 있다. 우리가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공룡의 세계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수많은 그림들이, 살아 숨쉬는 공룡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룡의 출현에서 멸종까지 공룡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공룡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고 싶다면, 또 공룡을 찾아 사막과 해안을 쫓아다니는 공룡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책을 펼쳐보자!

통통 튀는 아이디어 과학책

최근에는 비교적 사진과 그림이 많이 수록돼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쉬운 점이 많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과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과학의 매력에 비하면 책이 전달하는 내용은 아무래도 부족한 느낌이다. 이런 안타까움을 그래도 조금은 덜어내는 책이 있다면….

‘입체 자연 과학 탐험­대발견!’시리즈는 입체북이다. 말 그대로 돌아가는 그림과 투명비닐면, 플랩과 탭 등 다양한 장치로 과학을 재미있게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한 책이다. 아동도서 이외에는 이렇다할 입체북이 없는 우리나라에 중·고등학생 이상의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입체북이 나왔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리즈의 첫 4권은 ‘밤하늘 저편에는’ ‘열대 우림’ ‘동물의 여행’ ‘인체’로 구성돼 있다. ‘밤하늘 저편에는’을 살짝 엿보자. 태양과 달을 멀리서 찍은 투명비닐 사진을 넘겨보면 그 아래 페이지에 가까이서 찍은 근접 사진이 나온다. 이번에는 천문대 사진을 넘겨보자. 그러면 그 아래에 우주 망원경의 자세한 구조가 펼쳐진다.

수많은 동식물의 보고인 열대 우림의 겉과 속은 또 어떨까. ‘열대 우림’에서 나무와 연못이 그려져 있는 책의 비닐면을 넘기면, 그곳에 사는 난쟁이 악어 카이만, 전기뱀장어, 아마존강의 민물 돌고래, 악어거북 등 다양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물의 여행’에서는 책 사이의 톱니바퀴를 돌려, 4년을 주기로 생활하는 나그네쥐의 모습과 뱀장어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인체’에서는 사람의 근육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앞뒤로 보여준다. 그리고 소화계와 순환계의 모습과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어떻게 숨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페이지 또한 책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한마디로 사진 부분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다시 자세한 구조도를 보면서 과학을 공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양한 입체 기술이 시도되지 못하고, 몇몇 사실을 단순히 비교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클릭! 우주 속으로

우주선과 우주인에 대한 연구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우주연구의 대명사인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성과들은 우리가 입는 옷과 사용하는 첨단제품 속에 녹아있고,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딛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한 것처럼 머지않아 우주시대가 열리리라는 것 또한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우주에 대해 우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면 왠지 자신이 없다. 그럼 이번 겨울에는 우주여행을 떠나보자. 빛나는 별과 우주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책으로는 ‘CD-ROM과 함께 가는 별자리 여행’과 ‘CD-ROM과 함께 가는 태양계 여행’이 있다.

이 두책은 본문 내용과 책에 수록하지 못한 자료를 CD-ROM에 옮겨놓아, 책과 컴퓨터를 통해 동시에 우주를 탐구할 수 있게 했다.

CD-ROM에는 NASA의 행성탐사자료와 태양계탐사자료,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자료를 포함한 각각 1천여장 이상의 사진자료가 수록돼 있다. 또 성운과 성단, 은하, 퀘이사, 중력렌즈, 블랙홀 등 별과 관련된 자료와, 태양과 9개의 행성, 위성, 혜성 등 태양계 가족이 총출연하는 ‘우주쇼’가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천문학 전문가 수준의 풍부한 자료와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기가 너무 힘들다면, 상상만으로 우주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책과 CD-ROM을 나란히 펼쳐보자. 별자리와 태양계를 차례로 살펴보고, 그에 관한 설명을 확인해 가는 동안 어느덧 아마추어 천문가가 돼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번의 클릭으로 관련 인물과 용어 사전을 찾아볼 수 있게 한 것도 책과 CD-ROM이 함께 있는 장점을 극대화시킨 대표적인 예다. 고요한 겨울밤, 별과 우주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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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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