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도 컵이 없으면 소용 없듯이, 멀티미디어를 동원해 화려하게 꾸민 웹페이지라도 브라우저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세계 유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없체들이 사력을 다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웹브라우저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의 대결을 통해 살펴본다.
넷스케이프
플러그인으로 인터넷 표준 운영체제 굳히기
"컴퓨터는 네트워크다." 세계적인 네트워킹 전문회사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지난 10여년 동안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구호다. 이들의 주장대로 최근 전세계를 커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인터넷은 PC 등장 이래 가장 각광받는 컴퓨팅 환경(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터넷이 PC와 같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하기 힘든 유닉스 명령어를 없애는 대신 윈도처럼 쓰기 쉽고 편리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픽 방식으로 작동하며 보안문제도 걱정없는, 한마디로 인터넷의 모든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뿌리를 깊게 내리려면 해당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풍부한 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해야만 한다.
웹홈페이지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5천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자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이번이야말로 IBM PC시절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당했던 수모를 한꺼번에 갚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여기에 QVC, P&G등 초대형 제조유통기업들도 "앞으로 세계 시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합 조정될 것" 이라는 계산을 끝내고 속속 새로운 유통채널 건설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을 투자할 움직임이다.
인터넷용 운영체제를 공급하기 위해 뛰어든 수많은 소프트웨어업체 중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회사는 웹브라우저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는 넷스케이프사. 인터넷의 한 기능인 웹 홈페이지가 추후 멀티미디어 문서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엿본 실리콘그래픽사의 창업자 제임스클럭은 웹브라우저의 기원인 모자이크의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을 설득, 넷스케이프사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 넷스케이프는 자사의 웹브라우저를 인터넷상에 무료로 배포해 전세계 웹시장의 규모를 단 2년만에 수천배로 확장시켜 놓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미워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규합해 넷스케이프에서만 작동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플러그인(Plug-In)프로그램을 대거 투입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관련시장의 75%이상을 독식하는데 성공했다.
수용과 확장을 자신의 사업 철학으로 삼고 있는 제임스 클럭은 또한 멀티미디어 문서의 표준으로 떠오른 HTML(홈페이지용 프로그래밍 언어)의 미진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W3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 표준의 조기정착을 꾀했다. 또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바 언어를 발표하자 이를 재빠르게 자사의 웹브라우저에 채택, 구현함으로써 순식간에 신기술을 표준으로 승화시키는 순발력도 보여주었다. 현재 넷스케이프사는 기존의 컴퓨터업계는 물론 금융, 홈쇼핑, 통신관련업계 등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자사의 웹브라우저에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함으로써 이전의 기업간 표준전자문서 양식이던 EDI나 메시지 시스템, 심지어는 현행 PC통신서비스의 존폐에까지 위협을 가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넷스케이프의 웹브라우저가 인터넷상의 표준운영체제로 굳어질 확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스케이프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서 웹마스터(홈페이지 운영자)로 근무 중인 필자가 수많은 웹브라우저를 마다하고 유독 넷스케이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 명쾌하다. 검색하고자 하는 홈페이지의 대부분이 반드시 넷스케이프를 써야만 볼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해 정보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넷스케이프는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 않고도 브라우저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플러그인(Plug-In)이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플러그인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여러 형태의 데이터(그래픽이나 스프레드시트 등)를 만나더라도 브라우저안에서 모든 것을 즉각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수많은 종류의 브라우저 중에서 플러그인 기능은 현재까지 넷스케이프만 지원하고 있다. 이 기능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넷스케이프를 선호하자 얼마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항할 용량으로 자사의 브라우저(익스플로러)에 비슷한 개념의 인라인(In-Line)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플러그인 프로그램의 종류로는 다양한 형태의 파일을 즉석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파일 뷰어, 음성 및 동영상을 실시간에 처리하는 멀티미디어용 프로그램, 모니터상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용 그래픽 프로그램. 스프레드시트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나눌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자신의 업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넷스케이프 프로그램과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편리하다.
지난 2월말 현재, 넷스케이프를 지원하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은 총 20개를 넘었으며,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제작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으로는 리얼오디오, 비디오라이브, 쇼크웨이브 등이 있다.
이 중 쇼크웨이브는 멀티미디어용 저작도구로 유명한 '디렉터'의 온라인 뷰어 버전인데, 디렉터로 만든 인터액티브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CD타이틀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볼 수 있도록 처리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쇼크웨이브로 만든 홈페이지는 그래픽과 사운드, 애니메이션 등으로 복합 처리할수 있어 사용자는 마치 CD타이틀을 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크로뱃(Acrobat)사가 내놓은 플러그인 프로그램 '앰버 리더'(Amber Reader)는 전자출판에 사용하는 문서를 인터넷상에서 그대로 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데, 정보제공자(IP)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보를 구축해 놓으면 곧바로 전자출판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기능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보를 멀티미디어적인 분위기로 구축하거나 제공하는 사이트가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며, 이들 사이트를 제대로 보기 원한다면 반드시 넷스케이프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넷스케이프를 작은 사이즈의 인터넷용 운영체제로 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보를 구축한 사이트는 결국 넷스케이프용 어플리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익스플로러
금세기 최고 기술집단이 만든 윈도 환경 최상의 브라우저
독자적인 전세계 PC통신망 MSN을 건설해 세계 제패를 꿈꾸던 빌 게이츠가 복병 인터넷을 만나면서 한 때 사업방향을 긴급히 수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던 인터넷이 넷스케이프사의 약진으로 말미암아 군사용네트워크에서 컴퓨팅 플랫폼으로 위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마이크로소프트 시대는 이제 갔다" 는 성급한 진단을 내놓으며 이 회사를 깎아내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칠것" 이라는 판단이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정도만 만드는 '보통 회사' 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스부터 윈도NT에 이르기까지 각종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금세기 최고의 기술집단이다. 비록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넷스케이프사에게 인터넷의 주도권을 빼앗기긴 했어도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이 회사의 웹브라우저 신기술이나 마케팅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하반기 MSN의 사업 방향을 인터넷쪽으로 급선회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자이크 계열의 웹브라우저 회사인 스파이글래스(Spyglass)사와 기술 라이선스를 맺고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1.0버전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이 제품은 넷스케이프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매우 초보적인 기능만 제공해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두달 뒤에 발표한 2.0은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윈도95와 연계한 독특한 확장성과 함께 일부 기능에서는 오히려 넷스케이프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넷스케이프 사용자들을 야금야금 빼앗기 시작한 것이다. 올 2/4분기에 출시될 예정인 익스플로러 3.0버전에는 윈도95와 완전 일치된 기능을 포함함으로써 인터넷업계에 일대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한판결전을 치러야 할 적수인 넷스케이프사가 결정타를 먹은 것은 지난 3월초.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넷스케이프사의 주식이 하루사이에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폭락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비스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곧 출시될 예정인 익스플로러 3.0버전을 자사의 접속 소프트웨어에 내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인터넷과 일체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 AOL이 기본 웹브라우저를 익스플로러 3.0으로 채택함으로써 넷스케이프사 측에서 볼 때는 5백70만명에 달하는 AOL가입자를 고스란히 빼앗긴 셈이 된 것이다.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빌 게이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세를 몰아 자사 수석부사장을 아시아 지역에 급파, 인터넷 관련 회사들에 익스플로러를 쓰도록 종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천리안, 나우콤, 아이네트 등이 익스플로러를 사용키로 계약을 완료했으며, 여타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조차도 익스플로러 3.0의 기능을 검토하고는 계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대주 3.0 등장 박두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의 가장 큰 특징은 완전히 윈도95용으로 설계된 32비트 전용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윈도95를 만든 회사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동종 브라우저와 비교해 완벽한 멀티태스킹과 멀티스래딩을 지원하는 유일한 제품이다.
익스플로러 3.0이전의 버전들은 프레임지원의 확장 HTML 규약, 프로그레시브 JPEG 파일읽기(화면이 흐리다가 점차 또렷해지는 기법), 읽기 쓰기가 가능한 전자우편과 뉴스읽기 기능 등을 제공하는 넷스케이프 2.0버전에 기를 못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익스플로러 3.0 버전부터는 거의 모든 표준 인터넷 데이터 타입을 지원하고 인라인 비디오/사운드, 3D-VRML을 지원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막강한 모습으로 탈바꿈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소스코드수준의 기술을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익스플로러 프로그램도 무료로 배포할 수 있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마케팅의 귀재라는 빌게이츠의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익스플로러 3.0은 사용자들의 낮은 전송속도 환경을 감안해 최대의 반응성과 부드러운 멀티태스킹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깔끔하고 정확한 페이지 캐싱, 동일 HTTP연결을 통해 여러개의 아이템 다운로드, 느린 그래픽 다운로드를 기다릴 필요없이 문자를 우선적으로 화면에 뿌려주는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익스플로러 3.0의 가장 큰 특징은 액티브엑스(Active-X)라는 신기술을 사용해 차세대 인터넷 컨텐트(Content:정보)와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점. 이 기술은 특정프로그래밍 개발언어에 종속되지 않으며, PC와 인터넷 환경을 동시에 지원하고 수행속도 역시 매우 빨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액티브 엑스 기술을 사용하면 인터넷과 PC간의 경계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TV같은 가전제품을 통해서도 인터넷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인터넷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