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한 동굴에서 약 5만 4000년 전에 사용된 화살촉이 발견됐다. 기존에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화살촉의 기록을 4만 년 이상 앞당겼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와 툴루즈장조레스대, 미국 스토리브룩대 공동연구팀은 프랑스 남부 망드랭 동굴에서 5만 4000년 된 화살촉을 발굴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22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dd4675
망드랭 동굴은 1990년에 처음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번갈아 이 동굴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며 약 8만 년 전 유물도 발굴됐다. 고고학자들은 구역별 특색에 따라 12개 층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약 5만 4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머무른 것으로 보이는 E층에서 끝이 뾰족한 돌을 다수 발굴했다. 뾰족한 끝은 대칭형으로 깎여 있어 창이나 화살의 말단에 부착하는 촉으로 보였다.
연구팀은 이것이 특히 화살촉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촉의 크기가 50원 동전보다 작았고, 빠른 속도의 추진력을 받아야 표적에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가 가벼웠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화살촉은 부서진 채로 발굴됐는데, 연구팀은 화살촉이 동물 몸에 박히면서 깨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사냥꾼이 화살로 잡은 동물을 동굴로 데려온 뒤, 몸에 박힌 화살촉을 빼 바닥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견은 유럽에서 사냥 기술이 발전한 시점을 크게 앞당겼다.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7만 년 전에 사용한 화살촉이 발견됐지만, 유럽에서는 1만~1만2000년 전 화살촉이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사냥 기술 차이가 컸다고 여겨졌다. 이번 발견은 그 간극을 좁혔다.
연구팀은 “가장 오래된 화살촉을 발견함으로써 현생 인류가 유럽 대륙에 진출했을 때의 기술 수준을 추측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