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0}^{-15}$m 펨토세계에서 새로운 입자 발견

5개 쿼크로 이뤄진 펜타쿼크의 의미는?

최근 두 건의 새로운 입자에 대한 발견이 화제다. 이 입자들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에 관한 법칙과 현상을 연구하는 핵·입자 물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는 5개의 쿼크 또는 반쿼크를 갖는 ‘펜타쿼크’의 발견이다. 다른 하나는 4개의 쿼크와 반쿼크로 이뤄진 ‘테트라쿼크’로 생각되고 있는 입자에 대해서다. 이 두 입자는 올 1월부터 보고됐고 최근 이에 대한 논문이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리뷰레터스’ 6월과 7월에 각각 게재됐다.

이같은 일은 생명과학에서 기존 체계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체인 바이러스의 발견에 비견된다. 19세기 후반 발견된 바이러스는 기존의 생물체계인 동물, 식물, 미생물에 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펜타쿼크와 테트라쿼크가 물질세계에서 이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바이러스 발견 이후 생명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듯 이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에 대한 기존 이론을 검증하고 이해를 좀더 깊게 해줄 수 있다.


일본 오사카대 핵물리연구 소의 나가노 교수(사진)가 이 끄는 연구팀이 최근 5개의 쿼크와 반쿼크로 이뤄진 펜타 쿼크를 발견했다. 사진의 장치 는 이 입자의 발견에 쓰인 것 들이다.


쿼크로 구성된 입자는 2백70여가지

물질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고대부터 인류가 품어왔던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연구를 수행해 왔고 현재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인류의 지적 활동 결과, 물질은 1백억분의 1m(${10}^{-10}$m) 크기의 1백여가지 원자들로 구성돼 있고, 다시 이 원자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나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원자핵은 각각이 10-15m 크기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들은 다시 10-19m 보다 작은 쿼크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의 입자에 대한 표준모형에서는 6개의 쿼크가 있다. 가벼운 쿼크인 업(u), 다운(d), 스트레인지(s), 그리고 무거운 쿼크인 참(c), 바톰(b), 탑(t)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은 실험적으로 모두 존재가 확인됐다. 현재 핵·입자 물리학계의 관심사는 ${10}^{-15}$ m의 펨토미터 영역에서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입자를 구성하는 쿼크들을 결합시켜주는 힘인 ‘강한 핵력’에 대한 이해다.

20세기 가속기의 발전 덕분에 그동안 과학자들은 양성자, 중성자 외에도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입자들을 상당히 많이 발견했다. 이들은 통틀어 ‘강입자’(hadron)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강입자에 대한 정보는 미국 버클리연구소에 본부를 둔 ‘Particle Data Group’에서 2년마다 갱신·발표하고, 그 결과는 그 홈페이지(http://pdg.lbl.gov)에 등록된다. 현재까지 기록에 따르면 강입자는 2백70가지 이상으로, 그 수는 과거에 비해 증가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수도 과학자들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는 전체 강입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강입자는 펨토미터 영역에서 작용하는 강한 핵력에 의해 쿼크 또는 반쿼크가 묶여있는 입자다. 이 좁은 영역에 어떻게 쿼크들이 갇혀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양자색소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이 있다.

이에 따르면 쿼크들은 3가지의 색깔을 갖는데, 이로 이뤄진 강입자는 색깔을 갖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색깔을 가진 모든 입자들은 강입자 속에 갇혀 있어야 되기 때문으로 믿는다. 하지만 아직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QCD는 강입자의 성질 연구에 직접적으로 쓰이지 못한다. 대신 이 이론에서 파생된 여러 모형이 실제로 사용된다. 이런 모형은 아주 다양한 강입자의 세계를 예측하므로 이들을 발견하고 그 성질을 측정하는 것은 QCD의 이해에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강입자 모형에서는 아주 많은 강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 우선 강입자는 6가지 쿼크의 결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쿼크로 구성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다른 강입자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양성자는 쿼크 구성이 uud인데, 이들은 가장 안정된 에너지 상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쿼크들은 이보다 높은 에너지 상태인 ‘들뜬’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만약 이들 쿼크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들뜬’ 상태가 되면 다른 종류의 강입자로 바뀐다. 따라서 같은 쿼크 구성이라고 해도 다양한 들뜬 상태가 가능하므로 수많은 강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발견된 강입자 중 에너지상태가 다른 경우는 수십여개가 된다. 물리학자들은 이 정도는 단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확인은 양성자나 중성자의 구조 연구에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까닭에 현재 핵·입자 물리학계의 최대 연구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제퍼슨 연구소, 일본의 스프링-8(SPring-8), 독일의 MAMI, 프랑스의 GRAAL 등 여러 세계적 가속기 연구소에서 이 연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펜타쿼크는 이런 형태의 새로운 들뜬상태를 가진 강입자는 아니다. 일본의 스프링-8에서 새로운 들뜬상태 강입자와 여러 핵반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수확이다.

일본 스프링-8의 LEPS 그룹은 펜타쿼크 발견에 대한 실험결과를 올 1월 학계에 보고했다.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팀이 일본의 실험결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각각 수행해 이를 확인했고 LEPS 그룹의 결과는 7월 4일 ‘피지컬리뷰레터스’에 공식 발표됐다.


(그림1) 원자의 구조


2개 또는 3개로만 구성?

그렇다면 펜타쿼크의 발견은 강입자 연구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주는 것일까.

지금까지 발견된 수백개의 강입자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물질을 이루는 중입자(baryon),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달하는 중간자(meson)로 말이다. 즉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이 원자핵을 이루는 핵자는 중입자에 속하고 핵자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파이온은 중간자의 일종이다.

이번에 발견된 2종류의 강입자는 구성 쿼크의 수가 다르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은 모두 중간자의 경우는 쿼크와 반쿼크로, 중입자의 경우는 3개의 쿼크로 이뤄진다. q를 쿼크, q片?반쿼크라 하면 보통의 중간자는 qq? 중입자는 qqq로 표시할 수 있다. 반쿼크는 대칭성의 원리에 따라 존재하는 쿼크의 반물질이다.
 

(그림2) 강입자의 2종류


하지만 쿼크 사이의 힘을 기술하는 양자색소역학은 이보다 많은 수의 쿼크와 반쿼크로 구성된 새로운 강입자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쿼크에 +1, 반쿼크에 -1의 수를 부여하면, 언제나 중간자는 1-1=0, 중입자는 1+1+1=3의 값을 갖는다.

그렇다면 만약 2개의 쿼크와 2개의 반쿼크로 구성되면 0의 값이 나오므로 새로운 쿼크 개수를 갖는 중간자, 테트라쿼크(테트라는 4를 의미)가 가능하지 않을까. 또는 4개의 쿼크와 1개의 반쿼크가 결합하면 3의 값을 갖는 새로운 중입자, 펜타쿼크(펜타는 5를 의미)는 어떨까. 따라서 중간자의 가능한 상태는 qq? qqq?? qqqq???등이 되며 중입자의 경우는 qqq, qqqqq? qqqqqq??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2개 혹은 3개 이상의 쿼크로 이뤄진 강입자를 ‘특이(exotic) 입자’라고 부르는데 물리학자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특이 입자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해 이에 대한 이론과 실험적 연구를 진행시켜 왔다.

펜타쿼크에 대한 첫번째 이론은 198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립킨 교수와 프랑스 그레노블대 리차드 교수팀이 ‘피직스레터스’에 독립적으로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모두 qqqq?의 상태에서 Q=c(참), b(바톰) 쿼크인 펜타쿼크 중입자에 대해 적용됐다. 1994년 c, b쿼크가 만족해야 하는 대칭성까지 고려한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피직스레터스’에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에 필자를 비롯한 충남대 박병윤 교수와 서울대 민동필 교수가 참여했다.

Q=c, b인 펜타쿼크의 존재는 1999년 미국 페르미 연구소의 E791 그룹이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확인해 ‘피지컬리뷰레터스’에 발표했다. 최초의 펜타쿼크가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연구는 핵·입자 물리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 발견에 관여한 힘이 ‘약한 핵력’이어서 펜타쿼크임을 확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3) 펜타쿼크의 생성과정


중성자에 빛을 쏘아 만들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 연구팀이 발견한 펜타쿼크는 Q=s(스트레인지)인 경우다. 이는 쿼크 구성이 suudd로 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강한 핵력이 관여함으로써 펜타쿼크의 존재에 좀더 확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런 까닭에 물리학계가 이번 발견에 크게 흥분하는 것이다.

사실 이 입자를 찾기 위한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 1986년 Particle Data Group의 보고서에서 이 입자를 찾기 위한 당시의 노력이 정리돼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이 입자의 존재에 대한 확증을 잡는데 실패했고 그 후 Particle Data Group 보고서에는 이 입자에 대한 자료가 누락돼 왔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지난해 일본 오사카대 핵물리 연구소의 나가노 교수가 주도하는 LEPS 그룹은 일본의 가속기 센터인 스프링-8의 실험에서 마침내 그 존재를 확인했다. 이 실험에 부산대 안정근 교수팀이 참여했다.

이 실험은 탄소 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에 빛인 감마선을 때렸다. 연구팀은 감마선이 중성자에 충돌할 때 생기는 K+ 중간자와 K- 중간자 그리고 중성자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이 반응에서 생기는 입자들을 검출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측정해 펜타쿼크의 신호를 찾아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펜타쿼크는 K+ 중간자와 중성자로 붕괴하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곧바로 2003년 4월 러시아의 DIANA 그룹이 제논(Xenon) 원자핵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그리고 7월에는 미국 제퍼슨 연구소의 CLAS 그룹이 중수소 원자핵을 이용해 그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이 실험에는 경북대 김우영 교수팀이 참여했다.

또다른 특이 입자, 주목받는 테트라쿼크

원자핵을 이용한 감마선과 중성자의 충돌과정에는 원자핵 내의 다른 중성자와 양성자에 의한 방해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 제퍼슨 연구소의 실험은 중수소 핵을 사용해 다른 핵자에 의한 방해 현상을 줄여 실험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했다. 이같은 실험은 펜타쿼크 중입자의 존재에 강한 확신을 준다.

하지만 아직 그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이 입자가 단단히 구속된, 다시 말해 하나의 주머니에 4개의 쿼크와 1개의 반쿼크가 잡혀있는 상태인지, 또는 중성자 주위에 K중간자가 붙잡혀있는 분자와 같은 상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이 입자가 이론에서 예측하는 펜타쿼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입자의 다른 성질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많은 이론적·실험적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올 3월 이탈리아 피사대의 지오르기 교수가 이끄는 미국 스탠퍼드대 BaBar 그룹은 테트라쿼크로 의심을 받고 있는 또다른 중간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간자가 또다른 특이 입자의 한 종류인 참과 스트레인지 쿼크를 포함하는 테트라쿼크 중간자일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전자와 양전자의 충돌을 사용했고 이 결과는 미국 코넬대 CLEO 그룹에 의해 2003년 5월 다시 확인됐고 7월에는 일본 KEK 연구소의 Belle 그룹에 의해 또 한번 검증됐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는 이런 입자의 발견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에 대해 일본 스프링-8과 미국 제퍼슨 연구소의 실험에 모두 참여했던 미국 오하이오대 힉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발견이 내일 얼마나 중요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생각할 때 원자폭탄이나 핵발전소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듯, 그리고 바딘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할 때 현재의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물리학의 현 지식과 기술이 훗날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현재 핵∙입자 물리는 나노$({10}^{-9}$)의 세계보다훨씬 작은 펨토$({10}^{-15}$)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오용석

🎓️ 진로 추천

  • 물리학
  • 화학·화학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