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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에 근무하다가 3년전 KAIST로 온 신하용 교수.


일꾼들이 부지런히 미네랄을 캐내 탱크나 전투기 같은 무기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이 무기를 갖고 적군을 맞아 한판 싸움을 벌여 적을 항복시키면 승리!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는 실제라면 너무나도 참혹한 전투가 수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없다. 전쟁터가 안전한 컴퓨터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제품과 공장을 디지털 세상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KAIST 산업공학과 신하용 교수는 이렇게 얘기를 시작한다.

컴퓨터 속의 제품은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 가상공간 속 공장 역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제품과 공장을 디지털 세상으로 가져온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미국에서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에 근무하다가 2001년 KAIST로 부임한 신 교수는 자동차가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온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의 자동차에는 대략 2만개의 부품이 조립돼 만들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모델의 자동차는 수백명의 엔지니어들이 약 2년 동안 설계한다. 이렇게 복잡한 자동차는 최종 제품으로 완성되기 전까지 각각의 부품을 설계하고 만들어보며 조립해보고 수정해 다시 만드는 단계를 수없이 반복한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부품을 직접 조립하기 전에 컴퓨터에서 조립해보고 수정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은 절감될 수 있다.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에 디지털 세상에서 제품을 제작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장이 디지털 세상에서 건설돼야 하는 까닭은 뭘까. 공장은 제품 자체보다 수십-수백배 더 복잡한 시스템이다. 수많은 장비들과 사람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어 배치될 수 있어야 제대로 운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생산 공장이나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형 공장의 경우 건설비용이 수천억-수조원이나들어간다.

시뮬레이션으로 문제점 파악
 

KAIST 가상제조시스템 연구실의 구성원들. 이들은 빠른 시간 내에 제품과 생산시스템의 최적 조건을 탐색하는 가상제조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돈이 들어가서 공장이 지어지더라도 막상 그곳에 장비를 들여다놓고 시험운영을 해보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비를 설치한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장비 간에 서로 충돌이 발생한다거나 혹은 부품을 적재할 자리가 없거나 사람들의 동선이 너무 길다는 등의 문제들이 터진다고 한다.

신 교수는 “공장을 컴퓨터 속에서 만들어놓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이런 문제점은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품처럼 공장도 미리 디지털 공간에서 문제점을 파악함으로써 비용과 시간 절감은 물론 최적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가 운영하는 KAIST 가상제조시스템 연구실에서는 ‘컴퓨터 속 제품과 공장’을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3차원 그래픽 설계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제품과 생산시스템을 컴퓨터에서 유사하게 표현한다. 제품이나 공장시스템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장비를 3차원으로 모양을 만든다. 그런 다음 이들 부품이나 장비들의 상호작용 관계를 분석해 표현한다.

이때 수많은 부품들의 모양과 움직임을 효과적으로컴퓨터에 나타내야 할 뿐 아니라 그들 간에 조립시 충돌은 없는지, 뜨거운 엔진에 배터리가 너무 가까이 붙어있지 않는지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분석도구가 필요하다. 또한 공장의 경우 기계장비들의 모양과 움직임뿐 아니라 작업중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지, 병목 공정이 어디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 최적의 제품과 공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신 교수는“아직까지는 가상의 제품과 공장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한다. 아직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제품이나 공장의 설계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자동차나 조선에서만 주로 가상제조시스템이 쓰이고 있는 추세다.

가상제조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주 빠른 시간내에 여러 대안을 가상환경에서 만들어보거나 지어보고 그 중 최적의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수많은 공장과 제품에 가상제조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다.

KAIST 가상제조시스템 연구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현재 석사 6명, 박사 2명이 이대열에 합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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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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