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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우주개발

제3세계의 자존심


인도의 PSLV로켓이 샤르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인도는 덩치만 큰 코끼리에 비유할 수 있다. 10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는 중국 다음으로 많고 땅덩어리의 크기도 세계 7위로 남한의 33배에 이른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3백여달러로 IMF의 된서리를 맞은 우리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의 70%가 농사를 짓고 있으니 국민소득이 높을 리 없다.

국민의 약 20%가 절대빈곤층이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65%에 이르는 인도, 최근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급 호텔에서조차 전깃불이 나가 촛불을 켜야 하는 곳은 인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만 보고 인도의 저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도는 탄탄한 기초과학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핵과 인공위성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세기 때부터 오랫동안 외세의 침탈을 받아오던 인도가 독립을 쟁취한 것은 1947년. 그런 설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초대총리를 맡은 자와 할랄 네루(1889-1964), 1966년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인디라 간디(1917-1984), 그리고 1984년 어머니로부터 총리를 이어받은 라지브 간디(1944-1991)등은 중공업과 군사과학을 중점 육성했다.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려면 무엇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물론 1991년 개방 정책을 쓰기 전까지 철저하게 '자급자족' 사회주의 경제를 꾸려왔기 때문에 소비재 산업은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

인도는 1974년 5월 18일 핵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옛소련, 중국 이외에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1970년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처음으로 깼다. 이웃한 중국이 1964년 원자폭탄을 보유하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던 것이다.

바늘과 실처럼 원자폭탄에 늘 따라붙는 것이 있다. 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다. 이것만 있으면 원자폭탄을 지구촌 어디든지 날려보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은 원자폭탄의 개발 못지않게 국제적으로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지언정 인공위성 발사로켓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사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정도의 로켓을 보유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8월31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때 세계가 이를 주목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대포동 1호는 사정거리가 2천km에 이르는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고, 개발 중인 대포동 2호는 사정걱리가 6천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원자폭탄을 갖춘 인도 역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추길 원했다. 선택은 하나, 즉 인공위성을 발사할 로켓을 개발하면 된다.


(그림)인도의 우주개발 조직


일곱번째 우주국가

인도의 우주개발은 1962년 인도우주연구국가 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1969년 8월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이어 1971년 인도 남동쪽에 위치한 스리하리코타섬에 샤르발사기지가 만들어지고, 이듬해 총리 자문기관인 우주위원회와 행정기관인 우주부(DOS)가 생기면서 우주개발에 큰 힘이 실렸다.

방갈로르에 자리잡고 있는 ISRO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곳으로 인공위성과 위성발사체(로켓)을 개발하는 중심축이다. 현재의 직원수는 1만6천8백명. ISRO의 첫 작품은 1971년 10월에 발사한 로히니 125 과학로켓이다. 인도는 이 성공을 발판으로 차근차근 위성발사체를 개발해나갔다.

1975년 인도는 소련 로켓의 힘을 빌려 세계에서 13번째로 첫위성인 아랴바타(3백60kg의 과학위성으로 5세기 인도 수학자의 이름을 땀)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1979년 두번째 위성인 원격탐사위성바스카라 1호(4백44kg)를 옛소련의 카프스틴 야르에서 발사했다. 여기서 노하우를 습득한 인도는 1980년 7월 18일 샤르발사기지에서 자체 개발한 SLV-3 저궤도발사로켓을 이용해 세번째 위성인로히니(35kg)를 쏘아올렸다. 이로써 인도는 7번째로 우주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인도는 지금까지 자력 또는 남의 힘을 빌려 21기(이중 4번은 실패)의 과학위성과 통신위성을 쏘아올렸고, 4종류의 위성발사체를 개발했다.

처음 개발한 위성발사체는 SLV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4단계 저궤도용 로켓. 길이는 22m, 무게는 17t, 약 40kg의 탑재물을 6백km의 지구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SLV는 세차례에 걸쳐 로히니 과학위성을 발사한 후 그 자리를 ASLV에 넘겨줬다. 이후 SLV 1단로켓은 사정거리가 2천5백km에 이르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아그니'로 개량됐다. 최근 인도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량해 발사실험을 강행함으로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데, 그 미사일이 바로 아그니다.

ASLV는 SLV-3에다 두 개의 보조로켓을 단 것. 길이는 23.5m, 무게는 39t, 약 1백50kg의 탑재물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1992년과 1994년에 SROSS 과학위성을 쏘아올렸다.

PSLV는 인도가 자랑하는 극궤도 위성발사체. 길이는 44m, 무게는 2백94t, 1천2백kg의 탑재물을 극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1994년 10월 두번째 시도에 IRSP2원격탐사위성을 8백km 상공에 올려놓았다. PSLV는 1996년과 1997년에 각각 IRS 계열의 원격탐사위성을 쏘아올렸으며, 이번에는 외국탑재물인 우리별 3호를 싣고 올라감으로써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1994년부터 개발 중인 GSLV는 길이 51m, 무게 4백t의 정지궤도 위성발사체로 2천kg의 탑재물을 쏘아올릴 수 있다.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우주개발을 시작한 인도는 1992년부터 서서히 상업화하는데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17기의 인공위성 운용 경험과 2기의 위성발사체를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그 첫 단추가 우리나라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별 3호를 싣고 갈 PSLV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위성발사를 4번 밖에 하지못한 초보 위성발사체인데다가, 그나마 1993년 발사된 첫 번째 것은 컴퓨터 고장으로 실패했고, 1996년 9월 발사된 네 번째 것은 정확한 원궤도를 돌지 못해 부분적으로 실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인도는 오는 5월 우리별 3호 발사에 국운을 걸 수 밖에 없다.


샤르 발사기지 내에 있는 통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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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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