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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FRUIT drinks - SNS 스타 아이 노우 ‘IdH’

 

 

“두유 노우 IdH?”

 

얼마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갈아만든 IdH’가 숙취 해소에 좋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애주가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가 좋다고. ‘갈아만든 IdH’가 대체 무엇인지 폭풍 검색을 했다. 아하,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였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배’를 알파벳으로 읽은 것이었다.

 

 

숙취 해소 음료 IdH 사건(?)의 전말

 

갈아만든 배 열풍(?)의 시작은 2015년 호주의 한 잡지에서 갈아만든 배가 숙취 해소 음료로 소개되면서부터였다. 해당 글을 쓴 에디터는 술을 마시기 전 갈아만든 배 한 캔을 마셨는데, 놀랍게도 다음 날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숙취 증상이 없어졌다. 이어 그는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GQ가 CSIRO에 실험을 직접 의뢰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매니 노아케스 CSIRO 영양과건강프로그램 교수는 배의 건강과 영양 특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다. 기존의 논문들을 검토하던 중 그는 한국의 배가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음한 다음 날 나타나는 숙취 현상은 몸 안에 들어온 알코올이 간에서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구토와 피로감, 두통을 일으킨다.

 

노아케스 교수가 검토한 논문은 2012년 국제학술지 ‘파이토테라피 리서치(Phyto-therapy Research)’에 실린 양미희 숙명여대 약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였다.

 

양 교수팀은 배가 ADH와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아세트알데히드를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한다)의 활성을 각각 2~3배, 1.3배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쥐 실험을 통해서도 배 추출물이 혈액 내의 알코올 농도를 줄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해 배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doi: 10.1002/ptr.4630

 

이어 2013년 양 교수팀은 14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배 주스를 먹인 뒤 알코올을 섭취하게 했더니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16/j.fct.2013.04.007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양 교수팀은 배 껍질에 있는 알부틴이라는 물질이 숙취 해소를 담당하는 활성 성분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이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노아케스 교수는 이 논문들을 검토한 뒤 한국의 배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며, 호주에서는 ‘나시배(Nashi pear)’가 한국 배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리했다.

 

이런 과학적 근거와 수많은 후기들에 힘입어(?) 갈아만든 배는 출시 20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해태htb는 2017년부터 숙취음료 버전의 갈아만든 배 제품도 출시했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표고버섯 균사체와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까지 넣어 특허를 취득해 만든 음료다.

 

전문가들은 배가 숙취 예방이나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무적의 음료’ ‘기적 같은 효과’를 주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감과 같은 과일도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채주스? 과채음료?

 

숙취 해소 음료로 뜨긴 했지만, 갈아만든 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과일 음료다. 과일 음료는 크게 과·채즙(과일이나 채소를 압착, 분쇄, 착즙 등으로 물리적 가공을 해서 얻음) 함량에 따라서 과채주스, 과채음료, 혼합음료로 나뉜다.

 

 

과·채즙 함량이 95% 이상인 음료는 과채주스에 해당된다. 가장 높은 비율의 과·채즙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과일 100%’라고 쓰인 오렌지, 포도 주스 등이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다른 성분은 쓰지 않고 오직 해당 과일 즙만 썼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NFC(Not From Concen-trate) 주스도 나오고 있다. 농축 주스와 달리 과일을 바로 짜서 그대로 살균 처리 한 뒤 병에 담아 판매하는 음료다. 농축주스에 비해 보관 기간이 짧고 가격이 비싸다.

 

 

과채음료는 과·채즙 함량이 10~95%인 음료다. 이보다 적으면 혼합음료라고 표기한다. 갈아만든 배는 과채음료에 해당된다. 갈아만든 배에는 과일즙에 해당하는 퓨레(과일을 삶거나 갈아서 가는 체로 걸러 걸쭉하게 만든 것) 형태의 배가 12%, 배향을 내는 합성착향료, 단맛을 내기 위한 백설탕 등이 들어가 있다.

 

 

 

● 10 BEER - 발효와 재료로 ‘소확행’ 완성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 연속되는 야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되뇌며 퇴근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맥주뿐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에서 온 글로벌한 녀석들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4캔 1만 원’이라는 은혜로운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어찌 마시지 않을쏘냐.

 

라거냐 에일이냐, 당신의 선택은?

 

막상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서면 당황한다.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의 맥주라도 일반맥주, 밀맥주, 페일에일, 바이젠, 흑맥주(스타우트) 등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럴 때 과학동아 독자라면 두 가지만 기억하자. 발효 그리고 재료. (라임 보소.)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와 에일 2종류로 나뉜다.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이 나는 ‘라거(Lager)’는 양조 과정에서 바닥으로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효모를 이용해 2~10도 가량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킨 맥주다. 이를 ‘하면발효맥주’라고 어렵게 부르기도 한다.

 

낮은 온도에서는 화학반응이 더디게 일어나기 때문에 (또 ‘라거링’이라는 저온발효기간이 필요해) 라거를 만드는 데에는 2~4주가 걸린다. 신기하게도 국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맥주 1~3위는 모두 라거가 차지하고 있다. ‘카X’ ‘하이X’를 통해 늘 먹던, 익숙한 맛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면 ‘에일(Ale)’은 대체로 향이 풍부하고 맛이 진하다. 에일은 양조 과정에서 거품과 함께 액면상에 뜨는 발효효모를 이용해 18~21도 실온에서 단기간에 만든다. 일명 ‘상면발효’다. 에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페일에일, 인디언페일에일(IPA), 스타우트, 바이젠이 모두 에일에 속한다(필스너는 향이 풍부하지만 라거 스타일 맥주다).

 

 

자, 이렇게 분류가 간단히 끝나면 좋으련만 같은 에일이라도 맛은 천차만별이다. 원료의 차이다. 맥주는 보리(맥아), 물, 효모, 홉 4가지 원료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젠, 일명 밀맥주는 밀맥아의 함량이 50% 이상이다. 밀맥주는 보리가 낼 수 없는 묵직한 바디감, 부드러운 맛 등 다양한 풍미를 낸다.

 

홉의 차이도 맥주 맛을 좌우한다. 홉은 열대과일, 풀 향 등 다채로운 아로마와 쌉싸름한 맛을 내면서, 동시에 맥주의 저장성을 높이는 기능도 한다. IPA는 이런 홉이 듬뿍 들어가 강렬한 맛을 내는데, 19세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할 때 인도로 보내는 맥주가 상하지 않도록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캡슐 기계로 수제 맥주를 만든다?

 

수입맥주만으로 2% 부족한 사람들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개인의 취향을 좀 더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을 늘리려 효모를 열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있는 상태로 신선하게 마실 수 있다.

 

 

수제 맥주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용량과 온도, 탄산의 정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는 데다, 밀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효 과정에서 식초처럼 산화돼버려 몇몇 ‘금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수제 맥주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LG전자는 커피머신처럼 캡슐을 넣어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홈브루(Home Brew)’를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 공개했다. 홈브루는 발효부터 세척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맥아, 효모, 홉, 향료(플레이버)를 각각 건조해 밀봉한 캡슐 4개를 물과 함께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끝. IPA, 페일에일, 밀맥주, 스타우트, 필스너 등 5가지의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맥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2주 정도 기다려야 맥주 5리터(L)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주량이 센 사람, 성질 급한 사람은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고도 남을 속도다.

 

그렇지만 수제 맥주를 가정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 ‘키트(kit)’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점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기계에는 발효에 필요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온도조절장치와 탄산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그 맛이 웬만한 브랜드 생맥주처럼 시원하고 신선하다니, 과학동아 편집실에도 한 대 구비해두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 11 MAKGEOLLI - 쌀 vs. 밀 vs. 과일 내 ‘인생막걸리’는?

 

 

1년 365일 중 막걸리 판매 업체가 바짝 긴장하는 날이 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이다. 비가 오면 전국의 막걸리 판매량이 2~3% 늘어난다. ‘비=막걸리+파전’, 사람들이 공식처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소주, 맥주와는 또 다르게, 진하고 청량한 맛이 매력이다. 국내 주류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며 알코올 농도는 평균 6%다.

 

쌀 대신 밀로 만든 막걸리

 

막걸리라고 하면 흔히 ‘장X막걸리’ ‘지X막걸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막걸리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서울탁주에서 출시한 신제품 ‘인생막걸리’는 쌀 대신 밀을 주재료로 만든 색다른 막걸리다. 맥주 세계에 밀맥주가 있다면 막걸리 세계에는 밀막걸리가 있는 셈이다. 

 

쌀로만 만든 막걸리는 맛이 깔끔한 반면, 밀을 섞어 만든 막걸리는 맛이 풍부하고 진하다. 서울탁주는 막걸리를 자주 접하지 않았던 20~30대 젊은층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알코올 농도를 1% 낮추면서, 부족한 맛을 밀의 맛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밀에는 글루텐 성분이 풍부해 거품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백문이 불여일식(食). 자비로 구입해 직접 마셔봤다.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제품 라벨에는 5번의 담금 과정이 맛의 비결이라고 써 있었다. 공장식 막걸리는 최소 2번 이상의 담금 과정을 거쳐 만든다. 먼저 준비 단계로 탄수화물(주로 쌀 또는 밀)에 누룩곰팡이와 앙조용 효모(보통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를 넣어 일본식 누룩인 ‘입국(粒麴)’을 만든다. 그리고 입국과 물을 섞어 23도 정도의 저온에서 1~4일 발효해 밑술을 담근다.

 

그 다음 1차로 밑술과 입국, 물을 섞어 발효시키고, 2차로 쌀(또는 밀), 효모, 물을 추가해 더 발효시킨다. 1차 담금에서는 주로 효모를 증식시키고, 2차 담금에서 증식한 효모로 탄수화물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성한다.

 

막걸리 업체들은 각자의 노하우로 담금 과정을 몇 번 더 추가로 진행하며 향미를 업그레이드한다. 효모가 소화하기 쉬운 팽화미(튀긴 쌀가루)를 투입해 발효를 촉진하기도 하고, 올리고당을 넣어 부드러운 맛을 더하기도 한다.

 

담금 과정 내내 담금조의 온도는 23도 정도로 낮게 유지돼야 한다. 담금조에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를 넣어 발효되며 열을 내는 막걸리의 온도를 낮춘다. 모든 담금 과정을 마치는 데 보통 보름 정도 소요된다.

 

막걸리의 이유 있는 변신

 

과일, 커피, 카카오닙스 등 독특한 재료와 조합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막걸리 제품도 많다. 바나나 퓨레나 파인애플즙을 넣은 막걸리는 주스처럼 달콤하고, 커피를 섞은 제품은 카페인 덕(?)에 각성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막걸리는 페트(PET)병에 포장돼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인데, 이런 막걸리들은 알록달록한 캔 포장에 유통기한도 1년으로 길다. ‘혼막’하는 사람들이 쟁여두기에 그만이다.

 

 

캔에 담긴 막걸리는 모두 살균막걸리다. 막걸리 속 효모가 더 이상 발효를 진행하지 않도록 열처리해 죽인 막걸리다. 그렇지 않으면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방출돼 캔이 터지고 만다. 톡 쏘는 청량감을 위해 탄산은 살균 후 추가로 주입한다.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를 마시고 싶다면 페트에 담긴 제품 중에서 찾아보자. 최근에 유통기한을 30일까지 늘린 생막걸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효모의 발효 속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의 양, 알코올의 양을 정밀하게 계산해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관 기간 동안 막걸리의 알코올 농도는 조금씩 올라가는데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막걸리는 숙취 때문에 마시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와인이나 위스키, 청주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 모든 발효주에는 숙취를 가져오는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이히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숙취가 심한 사람은 두 가지 경우다. 너무 많이 마셨거나,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그런 사람들에겐 ‘IdH’ 음료를 권한다! 자세한 내용은 82쪽 참조).

 

 

물론 과거에는 속성으로 막걸리를 발효시키기 위해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악취도 심하고 숙취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카바이드 사용이 금지됐다. 또  1990년대 초반까지는 발효가 덜 끝난 막걸리를 병에 넣어 팔다보니,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숙취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남아 숙취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다. 막걸리의 이유 있는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도움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명예교수, 이대택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황혜정 건국대 PAP 연구소 연구원,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해태htb, 박종욱 서울탁주 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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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진행]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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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사진]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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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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