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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우리가 평생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다.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 ‘하루에 8잔을 마셔라’ 등 물 마시기에 대한 조언도 넘쳐난다. 물이라면 전부 같은 물일까. 마트나 편의점에 진열된 페트병에 담긴 물 성분을 살펴봤다.

 

 

01 WATER - 칼슘과 마그네슘 이 비율 무엇?

 

 

생수? 먹는샘물? 천연광천수?

 

우선 일반적으로 ‘생수’라고 불리는 물의 정확한 명칭은 ‘먹는샘물’이다. 환경부 현행법령인 ‘먹는물관리법’ 기준에 만족하는 물로,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물리적으로 처리해 제조한 제품이다.

 

그런데 생수 코너에 진열된 물 중에서 제품 유형이 ‘혼합음료’로 적힌 물이 있다. 혼합음료는 증류수에 미네랄을 첨가해 만든다. 같은 물이긴 하지만, 제조 방법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먹는샘물 용기에는 제품명이 가장 크게 표기돼 있고, 그 다음으로 수원지(水源地)가 큰 글씨로 쓰여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먹는샘물 제품의 수원지는 제주도, 비무장지대(DMZ), 백두산, 지리산 등이다. 제조사들은 수원지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한 곳의 수원지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곳의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의 먹는샘물을 생산한다. 한 브랜드의 먹는샘물이 여러 수원지에서 생산되는 경우도 있다. 먹는샘물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깨끗한 수원지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미생물이나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 등 52가지 항목에 각각 농도 기준을 정하고, 매 시기마다 수질 검사를 해 수원지의 수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 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는 홈페이지의 ‘먹는물 영업자 위반 현황’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내의 먹는샘물 수원지는 대부분 지하 암반수로, 암반과 암반 사이의 갈라진 틈에 고여 있거나 흐르는 물이다. 제주도와 같이 특별히 화산으로 형성된 암반층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화산암반수라고 한다. 이외에도 동해 바다 수심 605m에서 채취하는 해양심층수, 수입해 들어오는 물이지만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만든 빙하수도 있다.

 

수원지에 따라 물의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빙하수인 ‘에비앙’은 미네랄 함량이 높고, 화산암반수인 ‘제주삼다수’ 등은 에비앙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천연광천수(natural mineral water)라는 단어도 먹는샘물 제품에서 눈에 많이 띈다. 제품에 따라 ‘천연(natural)’만 표기돼 있거나, ‘광천수(mineral water)’만 표기된 제품도 있다. 이건 무슨 차이일까.

 

수원지에서 가져온 물을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균 처리를 해야 한다. 이때 필터로 각종 이물질을 제거한 뒤 자외선으로 살균을 하면 물속의 여러 미네랄 성분이 그대로 보존된다. 이 경우 천연광천수로 표기한다. 반면 오존 등을 이용해 화학적인 처리를 할 경우 미네랄 조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천연’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고, 오존 처리를 했다고 표기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오존 처리를 할 경우 물에 포함된 브롬 이온(Br-)이 오존과 결합해 브롬산염(BrO3-)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브롬산염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2018년 4월, 한 회사의 먹는샘물에서 기준치인 0.01mg/L을 초과한 0.0153mg/L의 브롬산염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 자체의 살균 처리도 중요하지만 물을 담는 용기도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 공장으로 가지고 오면 이동 중에 병이 오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통 생수를 만드는 회사에서 포장 용기까지 만들고 생수를 주입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되는 추세다.

 

 

 

건강한 물은 ‘칼슘:마그네슘=2:1’

 

가장 마시기 좋은 물은 어떤 것일까. 일단 건강에 도움이 되거나, 맛이 있는 기준으로 따져보자. 

 

먹는샘물에는 주로 칼륨(K), 나트륨(Na), 마그네슘(Mg), 칼슘(Ca)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우선 건강에 좋은 최적의 미네랄 함량은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트륨과 칼륨 함량은 비슷한 물일수록, 칼슘과 마그네슘의 경우 칼슘이 많은 물일수록(Ca과 Mg의 비율이 2대1에서 4대1 비율) 좋다고 알려져 있다.

 

미네랄 함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물도 아니다. 물속에 나트륨은 최대한 적게 함유돼 있는 것이 좋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나트륨을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칼슘도 경우에 따라 결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적당한 농도가 좋다.

 

‘물맛’으로 보면 건강한 물과는 기준이 다르다. 물맛이 진짜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지만, 물을 마셨을 때 목 넘김의 정도가 다르고, 미세하지만 조금씩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사람마다 인지하는 물맛도 다르다.

 

물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성분은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이 많을수록 건강에는 좋지만, 그만큼 맛이 쓰게 느껴진다. 황산이온(SO42-)이 많아도 씁쓸해진다. 칼슘과 칼륨, 실리카 같은 성분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물맛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먹는샘물에는 기본적인 미네랄 이외에도 불소 농도도 표기돼 있다. 불소는 충치 예방에 좋지만 너무 높으면 독성 물질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에 무해한 물 속의 불소 농도를 0.5~1.0ppm으로 권고한다.

 

 

또, 성분 표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동맥경화와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실리카,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몰리브덴, 당뇨병 치료 효과가 있는 바나듐, 게르마늄 등이 미량 함유된 경우도 있다.

 

 

 

● 02 TEA - 보리, 옥수수 늬들 얼마나 들었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차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녹차 외에도 옥수수수염차, 혼합차, 우엉차, 마테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차세대 슈퍼푸드’로 꼽히는 카카오닙스와 히비스커스, 도라지 등 몸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들을 이용한 다양한 차 음료도 등장했다.

 

차 추출물과 첨가물이 주성분

 

사실 차(茶)는 차나무(Camellia sinensis)를 말한다. 차나무의 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우려낸 물을 녹차, 반쯤 발효시킨 것을 우롱차, 완전히 발효시킨 것을 홍차라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차나무의 잎을 우려낸 것만이 차이며, 다른 차는 ‘대용차’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꼭 차나무 잎이 아니더라도 어떤 재료를 우린 물이면 차라고 부른다.

 

페트병에 담긴 차 음료(RTD 차 음료)는 원료인 찻잎이나 곡물 등을 넣고 일정량의 정제수를 이용해 추출한다. 추출 방법은 재료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찻잎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찻잎과 따뜻한 물을 일정 시간 동안 섞어 주며 우려내는 방식을 쓴다. 곡물 차의 경우 따뜻한 물에 보리, 옥수수, 현미 등의 곡물을 일정 시간(제조회사의 영업비밀이라며 정확한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적시거나 담그는 방식으로 우려낸다.

 

 

이렇게 추출이 끝나면 기타 첨가물을 넣는다. 둥굴레향, 현미향 등 각종 곡물향의 혼합 착향료와 맛을 좋게 하기 위한 감미료 등이다. 그래야 차 고유의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음료를 고온에서 살균한 뒤 급속 냉각시킨다. 이 상태에서 음료를 무균 상태의 페트병에 넣는다. 이를 ‘어셉틱 공법(무균 충전 방식)’이라고 한다.

 

원래 페트병에 음료를 넣을 때는 고온 살균한 음료를 곧바로 외부에서 가져온 용기에 담아 천천히 식히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곡물이나 차를 재료로 하는 음료는 상대적으로 미생물에 취약해 쉽게 상할 수 있다. 그래서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음료 용기를 함께 만들어 바로 주입한다.

 

뚜껑을 닫을 때까지 모든 과정이 멸균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생물 증식을 막을 수 있고 유통기한을 좀 더 늘릴 수 있다. 또 음료를 금방 냉각시키기 때문에 고온 살균하는 시간이 짧아 차 음료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함량 적어 효과는 미미

 

옥수수수염차, 우엉차, 마테차 등 차 음료는 주로 날씬한 여자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예를 들어, 옥수수수염차는 우리 몸에서 이뇨 작용을 유도해 체내의 부종을 빼준다고 알려져 있다. 우엉차의 우엉은 뿌리채소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활동을 원활히 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 헛개차의 헛개나무열매는 숙취 해소와 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 음료 속에 실제 옥수수수염이나 우엉 등의 성분 함량은 매우 낮다.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볶은 옥수수추출액이 80%이고, 옥수수수염추출액은 20% 수준이다.

 

그마저도 옥수수수염의 고형분(액상 제품의 수분을 모두 증발시켰을 때 남는 유효성분의 함량)은 0.07%다. 우엉차도 마찬가지다. 볶은우엉추출액 30% 중 고형분은 0.7%다. 헛개나무열매추출액도 0.2~0.4%로 소량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차 음료의 경우 ‘L-카르니틴’이나 ‘카테킨’ 성분 등을 첨가해 다이어트 효과를 선전하기도 한다. 차에 들어 있는 이들 성분이 지방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L-카르니틴은 우리 몸에서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들여보내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지방산은 L-카르니틴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에서 분해 돼 에너지를 낸다.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기능 때문에 온갖 다이어트 보조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성분이다. 카테킨은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다. 항산화 작용, 체지방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적은 양이 포함돼 있어 제조 회사가 광고하는 것처럼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 음료가 몸에 좋은 성분을 원료로 한 것은 맞지만, 마신다고 저절로 살이 빠지거나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직접 우려먹는 편이 효과는 더 좋을 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차 음료의 열량이 0kcal여서 물 대신 자주 마셔도 살이 찔 염려는 없다.

 

 

 

● 03 SODA - 한 캔에 각설탕 9개가 들었답니다

 

 


톡 쏘는 청량감과 시원한 목 넘김. 피자, 햄버거, 치킨, 팝콘 등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음식과의 훌륭한 궁합까지. 탄산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탄산음료가 아닌 다른 음료로는 대체 불가능할 것 같다.

 

탄산음료의 ‘주인공’ 이산화탄소

 

탄산음료는 당, 산미료와 감미료, 향료, 착색료(콜라는 특유의 색을 내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사용한다) 등을 첨가해 시럽을 만들고, 이를 멸균된 정제수와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들어간다. 바로 탄산음료의 ‘주인공’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약 4도의 낮은 온도에서 잘 녹기 때문에 시럽의 온도는 4~6도로 맞춰진다. 자동측정 설비로 모니터링해 원하는 수준만큼 이산화탄소가 녹아있는지 확인을 마치면, 이산화탄소까지 녹인 최종 시럽을 캔에 나눠 담는다. 이로써 탄산음료 캔 제조가 끝났다.

 

최근에는 ‘스트롱’이 붙은 ‘독한’ 탄산음료도 출시됐다. 더 세고, 짜릿한(?) 맛이라고. 기존 탄산음료 대비 약 30% 압력을 높여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녹인 게 핵심이다.

 

‘설탕세’ 매기는 탄산음료

 

그간 탄산음료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범으로 취급돼왔다.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당류 때문이다. 탄산음료 한 캔(250mL)에는 각설탕(3g) 9개와 비슷한 평균 27g의 당이 들어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1일 당 섭취량(50g)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은 주로 액상과당과 백설탕이다.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액이다. 보통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다. 옥수수 전분에서 포도당을 추출하고, 여기에 효소를 사용해 포도당을 포도당의 이성질체인 과당으로 만들어 섞은 것이 액상과당이다.

 

굳이 포도당이 아닌 과당을 만드는 건 과당이 더 달기 때문이다. 같은 양일 때 과당은 설탕보다 1.3~1.4배 더 달다. 액체 상태라 물과 잘 섞여서 음료수에 첨가하기가 좋고, 설탕보다 값이 싸다는 점도 제조회사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탄산음료 외에도 대부분의 당 성분이 들어가는 음료에는 액상과당이 많이 사용된다.

 

 

음료에 당 성분이 많이 들어갔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일반 음식으로 섭취하는 당 외에 추가적인 당분을 더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탄산음료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마시는 음료다. 
실제로 최근 전 세계 청소년의 비만 원인이 탄산음료 소비량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부터 학교를 비롯한 청소년 시설에는 탄산음료 판매가 금지됐다. 하지만 2017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들은 가공식품을 통해 여전히 하루 평균 57.5g의 당을 섭취하고 있다. 이는 WHO의 당 섭취량 기준을 훨씬 넘는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음료류를 통해 당을 섭취하는 경우가 14.3g으로, 가장 많았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서도 탄산음료를 주 3회 이상 섭취하는 학생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24%였던 수치가 2018년 34.7%까지 늘었다. 탄산음료 섭취율은 남학생(41.9%)이 여학생(26.8%)보다 훨씬 높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국가에서는 ‘설탕세’를 도입하며 탄산음료의 소비를 줄이는 추세다. 설탕세가 실질적으로 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2011년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설탕세를 도입한 이후 현재 30개 국가가 시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4월 6일부터 설탕세를 도입하면서 탄산음료 100mL당 당분 함유량이 8g 이상이면 24펜스(약 360원), 5~8g이면 18펜스(약 270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은 아직 설탕세를 도입하지 않았다.

 

탄산음료 제조 회사들은 당 함량을 줄이거나 액상과당을 대신할 대체 감미료를 넣은 탄산음료를 내놓고 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이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사용해 만든 제로콜라다. 아스파탐은 적은 양으로도 설탕의 200배에 이르는 단맛을 낼 수 있고, 열량도 거의 없어 설탕을 대신해 많이 쓰인다. 아스파탐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기준치 이하로만 섭취하면 인체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수크랄로스,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여러 가지 대체 감미료가 쓰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는 기존의 칠성 사이다보다 당 함량을 27g에서 16g로 낮추고, 열량도 110kcal에서 65kcal로 줄인 ‘칠성사이다 로어슈거’를 출시했다.

 

이 음료는 단맛을 내기 위해 천연 대체 감미료로 알려진 스테비올배당체를 사용했다. 스테비올배당체는 남미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식물 잎에서 얻는데, 같은 양일 때 설탕의 약 300배에 해당하는 단맛을 낸다.

 

 

 

● 04 MILK - 바나나, 오디, 귤 세상에 없던 우유

 

 

‘OO맛 우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바나나맛 우유다. 빨대를 꽂아 쪼르륵 빨아 먹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나나 맛과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74년에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는 놀랍게도 2009년까지 실제로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았다. 바나나는 펙틴 성분이 많아서 우유에 넣으면 걸쭉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유 함량을 최대한 높이고 과즙을 넣는 대신 바나나 향을 첨가했다.

 

1% 바나나과즙의 비밀

 

2009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제 과즙을 넣지 않은 경우에는 ‘OO맛 우유’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빙그레는 기존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바나나 과즙 배합비를 찾기 위해 연구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1%의 바나나 과즙을 넣게 됐다.

 

항아리 모양의 독특한 용기도 바나나맛 우유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빙그레에 따르면 장독대와 달항아리 모양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또 바나나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마실 때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게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드는 등 기능도 고려했다.

 

 

이 독특한 용기는 2017년 특허로도 출원됐다. 위쪽과 아래쪽의 컵을 고속 회전시켜서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뿐이다.

 

최근에는 이전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맛과 색깔을 가진 이색 우유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보라색의 오디맛 우유, 주황색의 귤맛 우유, 아이스크림 메로나 맛을 담은 메로나 보틀까지. 말 그대로 ‘세상에 없던 우유’들이다.

 

빙그레는 이런 이색 우유 시리즈를 출시하기 위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과일 우유 약 100여 가지를 조합하고 테스트했다. 현재는 올 봄 출시를 목표로 2~3개 후보를 두고 새로운 우유를 최종 테스트 중이다.

 

우유라고 다 같은 우유가 아니었어

 

바나나맛 우유, 딸기 우유, 초코 우유처럼 흰 우유가 아닌 우유는 ‘가공우유’에 해당된다. 원유(흰 우유)를 원료로 하고 다른 식품이나 식품 첨가물 등을 첨가한 우유를 말한다. 저지방 우유, 유음료 등도 가공우유에 포함된다.

 

그런데 2017년 가공우유가 논란이 됐다. 민간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공우유 60종을 조사한 결과, 15종(25%)의 제품에 원유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종 중 34종(57%)은 원유 함량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

 

 

원유 대신 들어가 있는 성분은 탈지분유와 환원유였다. 탈지분유는 원유에서 지방을 빼서 건조시켜 가루 상태로 만든 것이다. 과자나 빵, 가공유 등을 만들 때 널리 이용된다. 환원유는 탈지분유를 물에 녹여 지방을 첨가한 뒤 다시 우유처럼 만든 것이다.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원유가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원유의 유통기한은 길어야 2주다. 하지만 지방을 빼 탈지분유로 만들면 산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1년 이상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원유 생산량이 늘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저장해 언제든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 함유되지 않고 탈지분유나 환원유 등으로 맛을 낸 가공유라고 해도 우유와 성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유로 표기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가공우유에 신선한 원유가 쓰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조사 결과에 배신감을 느꼈다. 컨슈머리서치는 이 표기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한 표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표시 기준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제품명에 ‘우유’가 들어갈 경우 뒷면에 쓰인 원재료 정보에 원유 함량은 표시되지만, 유크림이나 탈지분유 등 다른 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제조사마다 함량 표시를 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잘 살펴봐야 한다.

 

환원유는 원유만큼 신선하지 않고 풍미도 떨어질 수 있다. 가공 과정에서 단백질, 비타민 등의 손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환원유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원유가 많이 들어간 가공우유를 먹고 싶다면, 제품 뒷면에 적힌 원재료 정보를 꼼꼼히 읽어 원유 함량을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것이 좋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도움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명예교수, 이대택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황혜정 건국대 PAP 연구소 연구원,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해태htb, 박종욱 서울탁주 연구소 차장
  • 기타

    [기획·진행]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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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사진]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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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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