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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 빨리 오고, 예측 빗나가고 올해 독감, 왜 이리 독한가

겨울 독감이 기승이다. 겨울철에는 독감이 연례행사처럼 찾아 오지만, 올해는 유독 지독하다. 2017년 12월 1일 기준, 병원에 방문한 환자 1000명 중 7.7명이 독감 환자로 집계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한 달만인 2018년 1월 첫 주 독감 환자가 10배나 늘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는 독감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이중 절반 정도는 이미 독감 백신을 맞았다. 독감 백신은 왜 먹통이 됐을까.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 B형 바이러스


이번 독감은 B형 독감이 A형 독감과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구조나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A, B, C형으로 나뉜다. 이 중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종류는 A형과 B형이다. 보통 겨울에 A형 독감이 지나고 나면 봄에 B형 독감이 유행하지만, 올해는 초겨울부터 A형과 B형이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16가지의 헤마글루티닌(H)과 9가지의 뉴라미니데이즈(N) 단백질이 있다. 이들이 어떤 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H1N1’ ‘H3N1’ 등 A형 바이러스의 유형이 결정된다. 이론적으로는 A형 바이러스의 종류가 144개다.

 

B형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데, 바이러스의 최초 검출 지역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 2가지로 구분한다.

 

인류가 독감에 치명타를 입었던 스페인독감(H1N1), 아시아독감(H2N2) 등은 모두 A형 바이러스였다. 한국에서 8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신종플루(H1N1) 역시 A형이다. 이 때문에 A형의 위협성에는 공감하면서도, B형 독감은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B형 독감은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형 독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사망자의 다수가 A형 독감으로 인한 것은 맞지만, B형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역시 3분의 1정도로 적지 않다”며 “B형 독감을 감기처럼 가볍게 여겼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은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A형 독감은 나이에 따른 치사율 그래프가 U형이다. 5세 미만의 유아나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치사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뜻이다. 반면 B형 독감은 그래프가 J자 곡선을 그린다. 유아보다는 노인에게 더 치명적이다.

 

독감 환자가 유행 기준의 10배로 급증한 가운데, 전국 소아청소년과에는 환자가 넘쳐났다.

 

WHO 독감 예측 적중률 40%에 불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겨울철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를 추려낸다.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가 서로 계절이 반대인 만큼,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바이러스를 예상하기 위해 직전에 겨울을 겪은 남반구의 유행 추이를 반영해 결정한다.

 

가령 올해(2017년 12월~2018년 2월) 유행할 바이러스는 2016년 6~8월 남반구의 겨울 동안 검출된 바이러스들을 토대로 결정한 것이다. 보통 A형 2가지와 B형 1가지를 정하는데, 올해는 ‘H1N1’ ‘H3N2’과(A형), 빅토리아형(B형)을 독감 백신에 포함시키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A형 독감은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정작 유행한 B형이 빅토리아형이 아닌 야마가타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독감이 유독 기승인 이유에 대해 WHO의 유행 바이러스 예측 실패가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4년 이후 현재까지 WHO의 예측 적중률은 평균 40.85%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의학 전문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은 2017년 11월 29일자에 “WHO 권고 백신이 호주에서는 단 10%만이 효과를 봤으며,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B형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3가 독감 백신 대신 4가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방법이다. 3가 백신은 WHO가 선정한 A형 바이러스 2개와 B형 바이러스 1개를 포함하지만, 4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 2개를 모두 포함한다.

 

겨울 한파도 인플루엔자의 활동을 꺾을 수 없다. 북극에서 사망한 사람의 시체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된 경우가 있을 만큼 저온에서 바이러스의 생명력은 꽤 질기다.

 

이 교수는 “세균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생식력이 늘어 여름철에는 세균성 질환이 유행하지만, 독감을 비롯해 노로 바이러스, 로타 바이러스 등은 겨울을 좋아한다”며 “영하 15도 정도의 추위도 바이러스에게는 온화한 날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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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 자료출처

    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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