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장론이 없이는 오늘날 이루어지는 우주선 실험이나 고에너지 가속기의 설계와 실험 등 현대물리학의 논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양자장론은 소립자 물리학으로 통하는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전기역학을 수립한 공로로 도모나가(일본), 슈윙거(미국), 파인만(미국) 세 사람에게 수여됐다. 양자전기역학이란 빛과 물질(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이론체계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 원자 및 그 이하의 미시세계가 알려지면서 등장했는데 그 요지는 빛과 물질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다 갖는다는 것이다. 전자(입자)의 파동을 기술하는 것이 쉬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이며 이를 전자의 자전과 상대론을 고려하여 고친 것이 디랙의 파동방정식이다. 그러나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데는 디랙의 방정식으로도 불충분한데, 그것은 진공의 양자역학적 구조 때문이다. 양자론적으로 보면 진공이 아무 것도 없는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무수한 소립자들이 쌍생성과 쌍소멸을 반복하는 상태이며, 이러한 가상적인 입자들과 실제의 전자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파동방정식으로는 이렇게 많은 가상 및 실제의 입자들을 한꺼번에 기술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양자전기역학이다.
이러한 파동역학의 한계를 실험적으로 보여주면서, 물리학자들에게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연구동기를 제공한 것은 램의 이동(Lamb shift)이라는 수소원자의 미세구조에 관련된 현상이었다.
수소원자와 양자전기역학
수소원자는 모든 원자중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가장 간단하고 따라서 양자역학의 탄생부터 이론의 진위를 가리는 시금석의 역할을 해 왔다. 보어가 반(半)고전적 양자역학을 만든 것도, 쉬뢰딩거가 그의 방정식을 만들어 가장 먼저 적용해 본 문제도, 그리고 디랙이 상대론적인 전자의 방정식을 만들어 처음 적용한 것도 모두 이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문제였다. 이렇게 양자역학의 발전과정에 있어서 나타난 일련의 파동방정식들은 모두 수소원자의 두 상태인 ${2}_{p1/2}$와 ${2}_{s1/2}$ 가 같은 에너지를 갖는다는 결론을 주었다.
그런데 2차대전 기간에 발달한 레이더기술이 전후에 수소원자연구에 응용되면서, 겹쳐져 있다고 생각됐던 ${2}_{p1/2}$상태와 ${2}_{s1/2}$상태가 사실은 떨어져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실험적으로 발견된 두 상태의 에너지의 불일치는 곧 파동이론에 기반을 둔 당시의 양자역학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었다. 램이동(Lamb shift)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전쟁 중 원자탄 제조에 동원됐다가 돌아온 당시의 이론 물리학자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끌었다. 1947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열린 셀터 섬 학회에서 문제가 진공의 양자론적 구조에 깊이 연결돼 있으며 그 해결은 예전부터 논의돼오다 포기해버린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함으로써 가능하리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10억분의 1까지 계산
원래 양자전기역학의 기본적인 얼개는 1927년 디랙(Dirac)과 조르단(Jordan)에 의해 이미 주어져 있었다. 문제는 이론에 내재된 ‘무한대’였다. 빛은 전자기 ‘장’(field)이며, 입자 또한 상대론적으로 기술하려면 ‘장’으로 기술함이 필요하다. 따라서 빛과 입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하려면 양자장론이 필요하다. 양자전기역학은 양자장론의 가장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장은 무한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불확정성원리와 공간의 연속성과 결합돼 있어서 양자전기역학을 실제 적용해서 이론값을 계산하려 할 때, 작은 양을 계산할 때에도 무한대의 양이 튀어나오게 한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1930년대의 물리학자들은 초기에 형성돼가던 양자장론을 포기하고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차대전 후에 램이동현상이 발견됨으로써 양자장론의 문제를 다시 부각시킨 것이다.
파인만, 슈윙거, 그리고 도모나가 세 사람의 공적은 각자 독자적으로, 양자장론을 상대론적으로 전개하고 여기에 나타나는 무한량을 처리함으로써 유한한 값을 얻어내는 방법을 확립한 것이다.
이들의 공로로 물리학자들은 전자의 성질(예를들어 전자의 자기쌍극자모멘트)을 상대오차 10억분의 1수준까지 계산하고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현재까지 인류가 가진 다른 어떤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확도다.
진공에 대한 인식 바꿔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의 연구동기를 제공한 것은 램의 이동이라는 수소원자의 미세구조에 관련된 원자수준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노벨상을 받은 진정한 이유는, 양자장론이 원자이하(subatomic)의 세계를 연구하는 소립자물리학에 끼친 막대한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장론 없이는 오늘날 이루어지는 우주선(線) 실험이나 고에너지 가속기의 설계와 실험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양자장론은 소립자 물리학에 있어서 출근길의 지하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자전기역학은 최초의,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양자장론이며, 후에 나온 모든 양자장론의 방법론적 원형이 되고, 전자기 약작용 및 강작용을 기술하기 위한 게이지 이론으로 확장돼 나갔다.
한편 양자전기역학은 진공의 구조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철학적인 면에서도 인간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상대론이 시공의 구조에 대한 변화를 가져왔고, 양자론이 미시세계에서의 물질의 존재방식에 관한 일반인의 관념을 바꾸었듯이, 양자전기역학은 진공이 끊임없이 쌍생성되고 소멸하는 도중에 있는 가상입자들로 꽉찬 매우 복잡한 상태라고 설파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까지 말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적으로나마 체계를 갖추어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서 먼저 고전적인 장의 개념을 기술하고 빛이 하나의 장임을 이야기한 다음, 입자와 빛의 양자역학을 비교하고 파동역학의 한계를 이야기함으로써 빛과 입자를 같이 장으로 기술하는 양자장론이 필요한 이유를 기술하려고 한다.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 양자장론에 나타나는 무한대의 근원과 처방, 그리고 효과 등을 차례로 기술할 것이다. 비록 수식 없이 개념적으로 기술한다고는 하지만, 양자장론이라는 것이 원래 여러 물리학 분야의 많은 개념을 동원하므로 독자들은 여기서 숨을 크게 쉬고 계속 읽어가기 바란다.
장(field), 공간에 퍼져 있는 그물망
입자와 입자간의 상호작용을 생각하자. 팔도 없는 전자가 ‘어떻게’ 떨어져 있는 다른 전자에 힘을 미칠 수 있을까? 뉴턴은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그냥’ 순간적으로 힘을 미칠 수 있다고 대답아닌 대답을 했는데, 여기에 불만을 느낀 패러데이가 고안한 답이 바로 장(field)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전자는 자신의 주위에 ‘전장’이라는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전자가 전장내에 들어오면 여기에 힘을 미친다고 하는 아이디어다. 즉 장이란 입자간의 힘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이란 공간의 모든 곳에 설치돼 있어야 하며, 그리고 역으로 공간의 모든 곳에 설치돼 있는 것은 하나의 장이다. 예를 들어 공간의 모든 곳에 하나의 값을 정의하는 함수는 하나의 장이다. 그러므로 파를 기술하는 파동함수도 하나의 장이 된다. 전자를 흔들면 전장도 흔들리며, 이 흔들림은 공간을 통해 전달돼 나간다. 이렇게 진동하면서 전파돼 나가는 전장이 바로 빛이다.
입자와 빛의 양자론
입자를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할 때는 입자에 결부된 파동을 생각하고 그 파동함수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입자의 파동을 결정하는 비 상대론적 방정식을 ‘슈뢰딩거 방정식’이라 하며, 이 방정식의 해가 입자의 미시세계에서의 행동을 규정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무엇에 의해 붙잡힌 입자, 예를 들어 원자핵의 전장에 의해 붙잡힌 전자의 에너지는 띄엄띄엄한 값만을 취할 수 있는데, 허용되는 에너지의 값들은 입자가 어떤 힘에 의해 붙잡혀 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한편 빛은 장이며 이는 이미 고전적으로 파동이다. 어떻게 양자역학을 적용할 것인가? 진동수가 단일하게 주어진 단파장 빛의 경우, 맥스웰 방정식은 빛이 그 진폭을 변수로 하는 조화진동자(스프링에 끝에 매달린 질점과 같은 운동을 하는 입자)와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림1).
이 진동자를 양자역학으로 기술하면 된다. 진동자의 양자역학적 에너지의 간격은 일정하다. 그러므로 바닥상태를 0이라 두면 빛(진동자)의 에너지는 에너지간격의 정수배이며, 이 간격은 빛의 진동수에 비례한다. 이로부터 빛에 대한 새로운 그림이 나타난다.(그림2)를 보라.
빛은 진동자의 에너지 간격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여러 개 모인 것이라 생각하고, 빛의 상태는 이 입자가 몇개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설명된다. 이 입자를 빛의 양자(量子) 혹은 포톤이라 한다. 이것이 고전적으로 파동인 빛에 대한 양자역학적 기술이다. 단파장이 아닌 일반적인 빛은 다른 파장을 가진 무한개 단파장 빛들의 중첩이며 따라서 각개의 파장에 대응하는 무한개의 진동자들의 합이다. 이 진동자를 양자역학적인 진동자로 생각하는 것을 ‘장의 양자화’라 하고 이때의 장을 ‘양자장’이라 한다. 빛의 양자장은 상호작용하지 않는 전자기장을 양자화한, 개념적으로 가장 간단한 양자장이다.
파동역학에서 양자장론으로
한편 전자를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기술하면 몇가지 점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갖는다. 첫째는 이것이 상대론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수소원자의 미세구조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예측하는 것과 다르다. 전자의 스핀(자전각운동량)을 고려하고 특수상대성이론과의 운동학적 조화를 고려하면 디랙 방정식이라 불리는 좀 더 옳은 파동방정식을 얻는다. 디랙의 방정식에 의해 수소원자의 에너지준위에 대한 이론값은 좀더 실험값에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진공은 임의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가상입자들로 가득차 있고, 또 특수상대론의 질량-에너지의 등가 관계 (E=mc²)는, 쌍생성과 쌍소멸을 통해, 입자의 수가 보존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상대론과 양자론을 동시에 만족하는 이론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입자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파동이론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런데 이는 빛의 양자론에서는 이미 구현돼 있는 성질이다. 여기에 착안해 조르단은, 전자의 파동함수를 하나의 고전적인 장으로 취급하고, 빛을 양자화하는 방법을 그대로 써서 전자를 양자장으로 기술하면 자연히 여러 개의 전자의 출몰이 자연스런 이론을 갖게된다고 제안했다. 시기적으로는 1927년 디랙이 전자기장의 양자화를 제안한지 얼마 후였다.
이렇게 파동함수를 양자화 하는 것은 입자의 관점에서 보면 두번 양자화하는 셈(입자를 양자화해서 파동으로 다루고, 파동을 다시 양자화한 것이므로)이다. 따라서 이를 2차 양자화라고 하며 이 때의 장을 양자장이라 한다. 힘을 받지 않는 전자의 경우 이러한 작업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 이렇게 해서 빛과 물질을 모두 양자장이라는 통일된 개념에 의해 기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갖는 두번째 결점은 힘에 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슈뢰딩거 방정식은 입자가 받는 힘이 위치의 함수 꼴로 주어져 있을 때의 방정식이며, 그 외력이 어떻게 생성되었는가 하는 언급이 없다. 우리가 기본입자의 힘의 근원을 기술하고 싶다면 슈뢰딩거 방정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자장이론은 이러한 문제의 처방이기도 하다.
힘에 관한 현대적인 모형은 1932년 한스 베테와 엔리코 페르미가 제시했는데, 그들은 두 전자 사이의 전기력은 포톤의 주고받음에 의해 전달된다고 보았다. 파동으로 말하면, 한 전자의 파동에 의해 교란된 전장이 다시 다른 전자의 파동을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전자 - 전자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도 전자의 파동과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면 충분한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자를 기술하는 파동함수와 광자를 기술하는 파동함수(즉 전자기장)를 곱한 항을 디랙의 방정식에 첨가하는 것이다. 이를 최소결합의 방법이라 하는데 놀라운 것은 전자기력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본적인 힘이 최소결합법에 의해 기술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입자물리의 기본이 되는 게이지 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양자장론의 문제점
이렇게 상호작용하는 장들을 양자화 함으로써 모든 것을 양자론적으로 기술할 수 있을 듯이 보인다. 그러나 양자장론을 조금이라도 연구해 보았던 1930년대의 물리학자들은 곧 이 이론이 심각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호작용을 도입하게 되면 파동방정식은 소위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이라는 형식을 띠게 되는데, 이는 과거 2백년 동안 풀지 못했던 유체역학의 방정식과 같은 범주의 것이다.
정확하게 풀 수 없을 때, 물리학자들은 섭동이론이라는 것을 쓴다. 상호작용이 작다고 할 경우 전자의 행동은 자유전자의 경우와 비슷하며, 그 차는 상호작용의 크기를 나타내는 결합상수의 멱급수(거듭제곱)로 전개된다. 결합상수가 작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급수는 수렴하므로 급수의 처음 몇 항을 구함으로써 대부분의 물리 문제는 해결을 본다. 양자전자기학의 경우 결합상수는 전자의 전하에 의해 주어지고, 섭동론은 미세구조상수 1/137(=e²/hc)로 멱급수 (1/137, 1/137², 1/137³, ……)로 전개되게 돼있다. 그런데 어떤 양(예로써 전자-전자사이의 산란 확률)을 계산하더라도 섭동이론의 2차항에서 곧 무한대를 만나게 되며, 무한대의 정도는 고차항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당시로선 이 문제가 너무나도 어려워 양자역학을 만들었던 하이젠베르크나 디랙과 같은 사람들도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때마침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은 양자장론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도록 하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은 다음 세대 최고의 지적능력을 가진 천재들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은 좀 더 강력한 이유로 오히려 양자장론의 완성을 요구했는데, 그것은 전쟁 중 독일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된 레이다기술이 전후에는 수소원자의 연구에 응용돼 수소원자의 ${2}_{p1/2}$상태와 ${2}_{s1/2}$상태 사이의 천이(이를 램이동이라 함)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를 탐지해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문제는 파동이론에 기초한 양자역학이 전자를 기술하는 궁극적 이론일 수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네가지 무한대
양자전기역학의 무한대 문제는 근본적으로 장론이 무한개의 자유도를 포함하기 때문이며, 공간이 연속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양자장론에 나타나는 무한대는 그 물리적 근원에 따라 네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①무한자유도 ②전자의 자기(self) 에너지 ③진공 분극(vacuum polarization) ④작용점 보정(vertex correction) 등이 그것이다. 도모나가, 슈윙거, 파인만은 각각 독립적으로 이러한 무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했다. (그림4)에는 각각의 무한대를 주는 파인만 도표가 있다. 이제 어떻게 그들이 무한대의 문제를 해결했는지 보자.
첫번째 무한자유도 때문에 발생하는 무한대는 이론전개에 그리 큰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장은 무한개의 자유도를 가지므로(무한개의 조화진동자의 합으로 표현되므로) 이론의 기저상태가 무한의 에너지를 가짐이 자명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입자의 가장 낮은 에너지가 0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들과 광자의 상태가 상호작용에 의해 자유상태로부터 얼마나 변하는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의 기준점을 임의로 정하고 그 차이만을 기술함으로써 이 문제는 처리할 수 있다.
질량 재규격화
둘째, 전자의 자기에너지가 무한이 되는 문제는 전자가 스스로의 장에 의해 힘을 받는 상황을 기술할 때 발생한다. 즉, 전자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전자의 전하가 주위에 형성한 전자기장을 또한 움직여야 한다. 당연히 장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질량만큼 전자의 관성이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이 증가된 질량을 전자의 자기(self) 에너지라고 한다. 그런데 주어진 반경을 가진 하전입자가 만드는 장의 에너지는 그 반경에 반비례하므로, 전자가 점이라면 전자의 자기에너지는 무한대가 된다.
양자역학적으로도 전자는 불확정성원리에 의해 허용된 시간 동안에 광자를 방출하고 또 흡수하는데, 전자에 무한히 가까운 광자(전자기장)와의 상호작용을 생각하면 그 에너지가 무한히 크기 때문에 무한대가 발생한다.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는 크레이머(Kramer)에 의해 제시됐다. 그는 전자기장에 의한 전자의 질량증가를 전자의 원래질량(bare mass)과 실험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두 질량의 합을 실험적으로 측정되는 전자의 질량으로 해석한다면 무한대의 문제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질량의 재규격화라한다. 이렇게 해서 무한대를 처리하면 램이동의 대부분이 설명된다. 램이동은 두 에너지 준위의 차가 약 1천58MHz의 진동수에 해당하는데, 전자의 자기에너지에 의한 이동은 실제로는 이보다 약 27MHz 더 큰 수치를 제공한다. 이 차이는 아래에 설명할 진공분극 현상에 의해 보정된다.
전하 재규격화
셋째, 진공분극의 문제를 보자. 이미 말했듯이 진공은 가상입자들로 차 있으며 따라서 전자 주위에는 반대전하를 가진 가상 반전자들이 모여들어 전자를 에워싸고, 가상전자는 전자에 밀려 멀어지므로, 진공은 전자주위에서 +-전하의 중심이 이동된 분극현상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관찰자에게 전자의 전하는 반전자들에게 가려져 원래전하보다 작게 보일 것이다. 이를 진공의 분극(vacuum polarization)에 의한 전하 가림 효과라 한다.
실제 계산을 해 보면 전자 반전자의 쌍생성-소멸에 의해서 전자에 무한히 가까이 있는 가상 반전자들이 주는 전하 가림 현상은 무한히 크다. 그러나 원래전하와 가림전하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무한대 역시 그 합을 실제로 관측되는 전하와 같게 놓음으로써 흡수할 수 있다. 이를 전하 재규격화(charge renormalization)라 한다. 전하 가림에 의해 전자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그 전하는 더 작게 보이는데, 이렇게 전하의 크기가 어떤 거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두고 전하가 달린다(run)고 말한다. 달리는 전하의 개념은 주어진 양자장론의 진공구조와 동역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게이지 불변성
넷째, 작용점 보정의 문제다. 전자의 자기에너지나 진공분극은 각각의 장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항을 무한대만큼 변화시킨다. 이것을 작용점 보정(vertex correction)이라 한다. 이 무한대는 소위 게이지 불변성이라는 대칭성에 의해 다른 세가지의 무한대들과 서로 연결된 것임을 보일 수 있다. 이로써 양자전기역학의 모든 무한대는 단 2개의 물리량, 즉 ‘전하’와 ‘질량’의 재규격화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작용점 보정의 무한대를 처리한 다음 관측 가능한 양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최종적으로 전자의 자기쌍극자 모멘트의 변화로 나타난다. 자기쌍극자 모멘트는 회전하는 전하가 갖는 양이며 각운동량과 전하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이때의 비례상수를 g/2라 할 때, 전자의 경우 상호작용하지 않은 상태의 g값은 2이다. 그러나 작용점 보정 효과에 의해 g값은 2.3193044라는 값을 가지는 것으로 계산되며, 이는 실험과 일치한다. 여기서 g의 유효숫자가 8개라는 것은 상대오차가 10억분의 1정도라는 것인데, 이는 인간이 계산하고 실험한 것 중 가장 정확한 결과이다.
양탄자 아래 숨기기
결국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하는 장을 기술할 때 발생하는 무한대 문제는 전하와 질량의 재규격화를 통해 해결됐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성립한 양자전기역학으로 소립자의 전자기적 상호작용에 대한 거의 완전한 기술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물리상수를 재규격화 해서 처리한 양자장론의 무한대 문제는 물리학자들에게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대한 답은 주었으나, 무한대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파인만의 표현을 빌면 "무한대를 양탄자 아래 숨기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를 이해하지는 못한 것" 이다. 장론의 무한대를 이해하고 양자장론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일은 그로부터 약 20년 후 윌슨(K. Wilson)에 의해 이루어 졌고(1972), 그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