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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컴퓨터공학부] 4차 산업혁명의 주축 컴퓨터공학부

전화숙 컴퓨터공학부 학부장

 

“모든 데이터에는 숨겨진 ‘성격’이 있습니다. 가령 특정한 의료 데이터를 추출해서 분석하면 일정한 경향이 보입니다. 이는 천문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부터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 분야에 적용됩니다. 이처럼 컴퓨터공학은 컴퓨터 자체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모든 학문 분야의 주요 핵심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문제 풀이 방법론을 찾아주는 학문입니다.”

 

전화숙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은 컴퓨터공학부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하며 컴퓨터공학부의 자랑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학생들이 매우 우수하다. 여기에 국내외 최정상급 교수진이 포진돼 있다. 마지막으로 통일성 있고 체계적인, 최고의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전 학부장은 “입학생의 성적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가져온, 목표 의식이 뚜렷한 컴퓨터 마니아들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공학부 2~3학년 학부생으로 구성된 서울대 팀은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ACM-ICPC World Finals) 대회’에서 2017년에는 3등, 2018년에는 5등을 차지했다. 2018년의 경우 111개국 3098개 대학 팀 중에서 서울대 팀을 포함해 140개 팀이 최종 결승에 올랐고, 이 중 5등을 차지했다. 1등은 모스크바대 팀이 차지했다. 전 학부장은 “2017년과 2018년에 참가한 학생들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은 서울대 내에서도 매 학기 복수전공과 부전공 지원자가 입학정원의 3~4배에 이를 만큼 인기가 많다. 네이버,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전 학부장은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부분의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며 “그 과정의 주축이 될 학문이 바로 컴퓨터공학”이라고 강조했다.

 

 

 

● 교수진 - 10년간 최고 영향, 최다 피인용 논문상

 

컴퓨터공학부의 연구 분야는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운영체제를 연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데이터마이닝,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폭넓다. 전 학부장은 “교수진 35명은 모두 학부에서부터 컴퓨터를 전공했다”며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만큼 누구 한 명을 특별히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하다”고 말했다.

 

강유 교수는 2018년 11월 데이터마이닝 분야의 최고 학회 중 하나인 ‘IEEE ICDM(International Conference on Data Mining)’에서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상(10-Year Highest-Impact Paper Award)’을 받았다.

 

이 상은 이름 그대로 지난 10년간 데이터마이닝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논문에 수여되는데, 강 교수가 2009년 발표한 ‘페타 스케일 그래프 마이닝 시스템’ 논문이 선정됐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730회 이상 인용됐다. doi: 10.1109/ICDM.2009.14

 

2017년 5월에는 이재욱 교수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10년간 최다 피인용 논문상(10-Year Most Frequently Cited Paper Award)’을 수상했다. 이 상은 2000~2009년 발표된 900여 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 수여된다. 이 교수가 제1 저자로 2004년 6월에 발표한 컴퓨터 보안용 비밀 키 생성회로 기술에 관한 논문은 지금까지 1000회 이상 인용됐다. doi: 10.1109/VLSIC.2004.1346548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북 카페2 리서치 어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딥러닝 분야 우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진을 선별해 지원하는데, 2017년 9월 유승주, 전병곤 교수 연구팀이 선정됐다. 전 교수는 2017년 7월 ‘아마존 웹 서비스(AWS) 클라우드 크레딧 포 리서치’ 프로그램의 대상자로도 선정돼 1년간 8만 달러(약 8949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최근 전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밀라노 공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고성능 머신러닝 추론 시스템 ‘PRETZEL’도 개발했다. PRETZEL은 기존 방식 대비 응답시간이 5.5배 빠르고, 메모리 사용량은 25배 적으며, 처리량은 4.7배 많다. 이 연구는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서 열린 시스템 분야 최고 국제학회 ‘OSDI’에서 발표됐다. OSDI에서 한국 대학 소속 연구진의 논문이 실린 것은 2000년 이후 18년 만이다.

 

2017년 2월에는 이광근 교수팀의 소프트웨어 오류 검출 기술인 ‘Inferbo’ 분석기 기술이 페이스북에 도입되면서 ‘페이스북 리서치’ 홈페이지의 커버를 장식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 교육 프로그램 -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는 커리큘럼

 

컴퓨터공학부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1~4학년의 모든 학생에게 컴퓨터의 기본 원리와 핵심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통일성 있는 커리큘럼이다. 특히 1~2학년에서는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 ‘컴퓨터 과학적 사고와 실습’ ‘프로그래밍 연습’ 등의 수업을 통해 프로그래밍 기술을 철저히 배운다.

 

전 학부장은 “단순히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명령어를 통해 일할 수 있도록 아주 세밀한 논리 단계를 쌓는 훈련”이라며 “학생들이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실습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컴퓨터공학부의 ‘빡센’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컴퓨터공학부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학원생이나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학부 3~4학년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들이 실습실에 상주하며 학부 저학년이나 복수·부전공생을 도와준다.

 

 

 

● 진로 지원 -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운영

 

컴퓨터공학부는 서울대 공대의 다른 학부들처럼 졸업생의 절반 정도는 대학원에 진학해 더욱 전문성을 쌓는다. 나머지 졸업생 중 일부는 유학을 가거나 취업한다. 창업하는 학생도 있다.

 

전 학부장은 “예전에는 공대를 다니다가 의대나 법대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학생이 거의 없다”며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면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부는 학부 때부터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실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턴 프로그램 참가자는 컴퓨터공학부가 제공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학부생연구프로그램(UROP)’에 함께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 주제를 공개하면 학부생들이 이에 맞춰 지원하고, 연구실에서는 지원한 학부생들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고 선발하는 식이다. 선발된 학부생은 교수와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아 연구의 세부 주제를 정하고 논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또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 경비도 지원받을 수 있어 유학을 계획하는 학생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 인재상 - 사고력과 논리력 풍부해야

 

전 학부장은 컴퓨터공학부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창의적인 학생을 기다린다”며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학부장이 생각하는 창의성의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문제 상황을 적절히 인식하는 사고력이다.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문제의식을 느끼려면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다.

 

두 번째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았을 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논리성이다. 무모하거나 허황되지 않은 선에서 찾은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다.

 

전 학부장은 “자신의 전공에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들이 여러모로 뛰어나더라”라며 “보통은 1, 2학년 때부터 커리큘럼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는 학생이 다방면에서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조언 - 독서는 컴퓨터공학에도 도움

 

전 학부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2기 졸업생이다. 공대에 입학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 커트라인이 제일 높았다”며 “입학하기 가장 어려운 곳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학부장이 입학할 당시 입학생 800~900명 중에서 여학생은 5명에 불과했다. 교수로 취임할 때는 서울대 공대에서 유일한 여교수였다. 현재 컴퓨터공학부 교수들 중에서도 유일한 여성이다.

 

전 학부장은 “공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남녀 간 능력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분야든 자기 자리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만큼 성별에 개의치 말고 자기 주관을 가지고 당당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공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했다.

 

 

[재학생 인터뷰] 어디에서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컴퓨터공학부 - 우리 학부를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인터뷰에 참여한 18학번 정덕인, 18학번 박준영, 17학번 한상현, 18학번 이진우, 18학번 조민정, 17학번 김도현.

 

찬바람이 쌩쌩 불던 1월 3일,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다는 301동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컴퓨터공학부 학부생 6명은 모두 미리 맞춘 듯 셔츠 위에 니트를 단정히 갖춰 입고 있었다.

 

“옷을 맞췄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웃으며 ”컴공(컴퓨터공학부) 사람들이 가장 멋을 냈을 때 입는 차림“이라며 맞춘 건 아니라고 답했다.

 

옷차림은 비슷해도 학생들의 관심사는 다채로웠다. 수학, 철학, 경영학…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달랐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컴퓨터공학이라는 전공이 큰 무기가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어디서든 컴퓨터는 쓰이니까요. 먹고 살 걱정 없이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해요.“

 

자신의 전공에 자부심이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루틴’은 철저하게, 보상은 달콤하게 17학번 한상현

한상현 씨는 대전과학고를 졸업하고 수시 일반전형으로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했다. 원래는 화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공부를 계속할수록 자신이 연구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한 씨는 눈에 드러나는 결과물이 좀 더 분명한 학문을 하고 싶었는데, 그중에 컴퓨터공학이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 즉 위험이 적으면서 돌아오는 것은 큰 분야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그는 “오늘날 컴퓨터공학은 야망을 품고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 씨는 합격 비결로 ‘루틴을 철저히 지킨 삶’을 꼽았다. 그는 수험 생활 내내 하루 시간표를 정해두고 365일 똑같이, 끝까지 지키며 살았다. 공부하는 시간 동안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한 씨는 “꾸준히 루틴을 따라 생활하다 보면 성적이 오르긴 하지만 지루할 수 있다”며 “일상을 버틸 힘을 스스로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씨에게 그 힘은 ‘덕질’이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멤버 정채연의 팬인 한 씨는 ‘오늘 공부를 잘 마치면 정채연의 사진 세 장을 보정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독하게 일정을 지켰다.

 

시험장에서나 면접장에서는 어떨까. 그는 “절대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씨는 자신감 충전 ‘만땅’ 전략으로 긴장감을 극복했다. 자꾸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주눅 들기 쉬운 만큼 ‘뽑아볼 테면 뽑아보라’는 생각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면 자신감은 따라오기 마련인 것 같다”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힘든 입시 과정을 견딜 수 있고, 혹여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불합격 소식을 듣더라도 상실감을 빨리 떨쳐내고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공 선택 이유도 고민하고 준비해야 18학번 정덕인

정덕인 씨는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수시 일반전형으로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리라 생각했지만, 과학고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다른 관심 분야를 찾게 됐다. 그러다 전부터 재미있었고 성적도 잘 나왔던 정보 과목에 집중하게 됐다. 덕분에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것이 컴퓨터공학부 입학으로까지 이어졌다.

 

정 씨는 내신 성적이 월등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를 파고들면 끝까지 놓지 않았다. 1100쪽이 넘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다섯 번 넘게 통독할 정도다. 잡스는 그의 오랜 롤모델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부족한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수시 면접을 철저하게 대비했다. 친구들과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문제를 직접 만들어 풀었고, 모의 면접도 했다. 정 씨는 “친구들에게 아는 내용을 설명해주고 함께 서너 시간씩 매달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공부가 그 자체로 보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울대는 수시 일반전형 면접에서 ‘전국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를 출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뜻밖에 정 씨가 입시를 치른 2018년에는 문제가 쉬웠다. 5분여 만에 문제를 다 푼 그에게 면접관들은 자기소개서에 관련된 질문을 여럿 던졌다.

 

정 씨는 “면접에서 제시될 문제의 난이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수학 문제를 푸는 연습 외에도 전공 선택과 관련한 생각을 더 해 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전공 선택과 관련해 “부모님이 시키거나, 친구 말을 듣거나, 신문 등의 유망 직업 통계보다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으라”고 덧붙였다.

 

 

자투리 시간도 알뜰히 17학번 김도현

포항고를 졸업하고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김도현 씨는 원래 문학과 영화를 즐기는 철학과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하면서 오늘날 인류 문명에 좀 더 영향을 끼치는 방법은 컴퓨터일 것이라는 생각에 컴퓨터공학부에 들어오게 됐다.

 

컴퓨터공학부 진학을 마음먹고 나니 김 씨에게 가장 가능성이 큰 전형이 지역균형전형이었다. 그는 지역균형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 과목 내신 성적이라고 생각해 고교 3년 동안 철저히 내신을 관리했다.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라 전 과목 1등을 목표로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수능 모의고사 준비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수능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을 모두 잘 관리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김 씨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벼락치기를 하는 일이 없도록 점심시간에 20분 정도 일찍 들어와 공부하는 식으로 자투리 시간을 알뜰히 활용했다.

 

또 내신 시험 준비 기간에도 하루에 1~2시간은 모의고사 공부에 할애하고, 모의고사 공부를 할 때도 내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상 일정 관리를 철저히 했다.

 

김 씨는 학교 외부 대회에는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내대회에는 수학·과학경시대회 외에도 논술, 독후감대회 등 빠짐없이 참여해 수상 경력을 쌓았다. 책은 필독서 목록에 없더라도 관심이 가는대로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책 목록만 봐도 자신의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부 자랑을 해달라고 하자 김 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들이 정말 똑똑하다”고 말했다.

 

“교수님이 숙제를 내주면 처음에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푸나 싶어요. 그런데 과 친구들과 토론하고 서로 도우며 풀다 보면 굉장히 수준 높은 답변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요. 학문의 전당 느낌이 납니다.”

 

면접 준비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교수가 하나를 묻는다고 하나만 답하지 말고 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면접 전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내용을 상기시키면 면접장에서 대답을 하기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수 막으려고 통째로 암기 18학번 조민정

서울삼육고를 졸업한 조민정 씨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했다. 조 씨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해 진로도 그쪽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컴퓨터를 접하게 됐고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수학 공부를 하면서 코딩에 흥미가 생겨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택하게 됐다.

 

일반고 출신인 조 씨는 과학고 출신 친구들과 비교해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정도가 적다고 생각해 그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수학 과학 공식을 배우면 이를 단순히 응용하기보다는 왜 그 공식이 나왔는지 증명해보는 방식으로 더 깊이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수학 문제를 컴퓨터로 직접 계산해보기도 하고, 코딩을 익혀가며 직접 간단한 게임도 만들었다.

 

내신 준비에서는 국어나 영어에서 실수를 자주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조 씨가 택한 해결책은 외울 수 있는 부분은 그냥 다 외워버리는 것이었다. 국어의 시나 영어 지문 등은 통째로 외웠다.

 

”자바(JAVA), C언어 등 요즘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배우지만 코딩을 어떻게 하는지만 배우죠. 컴퓨터공학부에서는 실제로 프로그래밍 언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컴퓨터에서는 어떻게 해석되고 처리되는지 배워요. 이 점이 좋습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경우 면접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대신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면접을 본다. 조 씨는 면접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씨는 면접에서 자신이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뒤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를 명료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독서로 실력 키워 18학번 이진우

이진우 씨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수시 일반전형으로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했다. 이 씨는 ”못하는 것을 쳐내는 방식“으로 전공을 택했다. 물리학에는 흥미가 없었고, 생물학은 실험을 자주 해야 하니 적성과 맞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반면 컴퓨터공학은 흥미도 있었고 가장 잘했다.

 

이 씨는 수시의 가장 어려운 점이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능 준비는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지만, 수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리 알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씨는 수시 전형일수록 자신감과, 이를 뒷받침할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외부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대신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했다. 학교 내부 활동만 충실히 해도 다양한 경력이 쌓였다.

 

그중에서도 이 씨가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은 독서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수준 높은 책들을 학기별로 5~6권 꾸준히 읽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처럼 과학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어갔다. 실제로 이 씨는 면접에서 독서 목록과 관련된 수준 높은 질문들을 받았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합격의 희망을 봤다.

 

“면접관들이 지원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이 4가지입니다. 그러니 이 4가지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그는 자기소개서를 실제 제출 날짜보다 한참 전인 4월부터 준비했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소개서를 아주 열심히 쓰면서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컴퓨터공학은 어디 갖다 붙여도 다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전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복수전공, 부전공은 수학, 물리학 등 이공계열부터 경영학, 언어학 등 인문학과 사회학까지 폭넓다.

 

이 씨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끝이 아니다”라며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는 만큼 수험생으로 지내면서도 인생을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파고’에 감명 받아 전공 결정 18학번 박준영

박준영 씨는 서울 여의도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거쳐 정시전형으로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했다. 박 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에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고, 그는 알파고의 활약에 큰 감명을 받았다. 또 친한 친구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평소 좋아하고 자신 있는 수학 실력을 살리면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평소 자신의 성격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관리할 만큼 치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의도고는 이과계열과는 별도로 ‘과학중점반’을 운영하는데, 학생 수가 100여 명에 불과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2명이었다. 과학중점반에 속해 있던 박 씨는 수시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박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정시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설 모의고사 문제는 풀지 않고, 평가원 모의고사와 EBS 문제 위주로 수능에 대비했다. 그는 ”문제를 분석한다는 생각으로 아주 자세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문제를 푼 다음 지문 아래에 주석을 다는 식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공부 자료도 만들었다. 교과서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개념을 한 페이지 정도로 도식화해서 정리했다. 그는 ”처음 만들 때는 귀찮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나중에는 복습 시간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재수 기간 매일 똑같은 일정을 따랐다. 공부 시간뿐만 아니라 공부 양도 정해서 지켰다. 정해진 양을 다 풀면 쉬고 그다음 날에는 좀 더 양을 늘렸다. 저녁 10시 이후와 일요일에는 공부하지 않고 쉬었다. 수능 한 달 전에는 수능 당일 일정에 맞춰서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박 씨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다는 일정을 짜서 차근차근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컴퓨터를 잘 모른다고 컴퓨터공학부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미리 코딩을 배워서 오는 친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컴퓨터에 관심만 있다면 대학에 입학한 뒤 1학년 때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아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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