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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노벨상 예측] 노벨상 제정 벌써 117년 향후 노벨상 탈 연구는

 

미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전 톰슨로이터 지적재산 및 과학분야 사업부)는 2013년부터 매년 주목할 만한 연구 분야들을 꼽아 ‘리서치 프론트(Research Front)’라는 보고서로 발간해왔다. 최근 7년간 세부 분야별 핵심 논문들의 발행 수와 인용 횟수가 상위 1%에 드는 분야를 추린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노벨상은 보통 과거 수십 년 전에 수행된 연구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 데이터는 향후 수십 년 뒤 노벨상을 선정하는 데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서치 프론트 2016년 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노벨상 수상 분야를 예측해봤다.

 

 

물리학상 : 암흑물질 정체 밝힌다면


리서치 프론트는 2009~2015년에 발표된 연구 논문 1만2188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물리학 분야에서는 ‘은하계 중심의 감마선 과잉’과 ‘플랑크 위성의 우주배경복사(CMB) 관측’이 꼽혔다.

 

 

은하계 중심의 감마선 관측은 암흑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암흑물질은 존재가 예측된 지 8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암흑물질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갖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다. 암흑물질 연구는 크게 직접 탐지, 간접 탐지, 암흑 물질 입자를 생성하는 가속기 연구로 나뉘는데, 이 중 간접 탐지는 암흑물질이 서로 충돌할 때 나오는 반입자, 중성입자, 감마선 같은 부산물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은하계 중심부를 간접 탐지의 가장 유망한 표적으로 여긴다. 여기에 암흑물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감마선 방출이 은하 중심부에 집중돼 있음을 보였다. 인류가 암흑물질의 정체에 한 발짝 다가간 셈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은하계 주변을 측정한 결과. 은하계 중심부에 감마선 과잉(작은 사진 속 붉은 부분)이 명확히 보인다.

 

 

 

플랑크 위성은 2009년 5월에 발사된 3세대 우주배경복사 관측 위성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후 38만 년 뒤에 방출된 ‘태초’의 빛으로, 초기 우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들은 오늘날 우주 생성 모델(빅뱅 우주론)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과, 2013년 발표된 우주배경복사(CMB) 관측 자료. 우주 대폭발(빅뱅)과 급팽창(인플레이션)가설을 토대로 한 현대 우주론을 더 정밀한 수준에서 재확인했다.

 

 

 

그 중요성을 입증하듯, 우주배경복사와 관련한 연구에는 노벨상이 이미 두 차례 수여됐다. 1965년 우주배경복사를 처음 발견한 미국 벨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 로버트 윌슨 박사가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또 1989년 발사된 NASA의 ‘코비(COBE)’ 위성이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과 흑체 형태를 발견한 공로로 연구 책임자였던 존 매더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와 조지 스무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가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001년 발사된 ‘더블유맵(WMAP)’ 위성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차를 측정해 정밀 우주론의 시대를 열었다.

 

플랑크 위성의 관측 자료는 2011년, 2013년, 2015년에 걸쳐 발표됐고, 이 데이터를 해석한 연구 논문들이 급증하면서 2016년 천체물리학 분야의 가장 ‘핫’한 연구로 떠올랐다. 리서치 프론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야의 핵심 논문 42편 중 27편이 플랑크 위성의 2013년 관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주의 팽창률, 허블 상수 등 WMAP이 기존에 얻은 우주론적 매개 변수 등을 증명하거나 정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화학상 : 조명과 차세대 배터리가 유망


화학 분야에서는 ‘백색 발광다이오드(LED) 형광 소재’가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분야로 꼽혔다. LED는 화합물 반도체 소자로, 전류를 흘리면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의 접합 부근에서 전자와 홀(전자의 공백)이 결합해 빛을 방출한다. 전기에너지를 직접 빛에너지로 변환해 손실이 적고 수명이 길어 환경 친화적이다. 백색 LED는 이제 차세대 조명과 디스플레이를 위한 핵심 광원이 됐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백색 LED의 형광 소재에 대한 연구가 최근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LED가 백색광을 내게 만들려면 파란색 LED에 노란색 형광 소재를 코팅하거나, 근자외선 LED에 빨강, 녹색, 파란색 형광 소재를 도포해야 한다. 백색광을 내는 단일 형광 소재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1996년 당시 일본 니치아 화학공업에서 근무하던 슈지 나카무라 박사가 파란색 LED를 개발해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을 계기로 파란색 LED를 기반으로 한 백색 LED가 상업화됐는데, 발광 효율이 낮고 색상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근자외선 LED에 빨강, 녹색, 파랑 형광 소재를 도포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제작 비용이 높아지고 공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지만,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미 업계의 핵심 방향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최근 백색광을 내는 단일 형광 소재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나트륨 이온 전지도 최근 화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분야로 꼽혔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나트륨 이온 전지와 리튬 이온 전지를 함께 연구했다. 화학적 성질과 충전 메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가 리튬 이온 전지를 상용화하면서 나트륨 이온 전지 연구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최근엔 상황이 변했다. 전기자동차와 각종 소형 기기가 늘면서 전지 수요가 급증했는데, 리튬 공급량을 웃돌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과학자들이 다시 나트륨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트륨 이온 전지에 대한 연구 논문은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나트륨은 리튬 대비 자원량이 풍부하고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으며 추출하기도 더 쉽다.

 

연구팀은 나트륨 이온 전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새로운 전극 물질 개발’을 꼽았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크고 무거워서 충전시 전극 물질을 처음 상태로 되돌리기가 더 어렵다. 연구팀은 이 분야의 핵심 논문 4편이 나트륨 이온 전지의 차세대 전극 물질에 대한 연구라고 밝혔다.

 

 

생리의학상 : 면역학 연구에 거는 기대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T세포의 분화, 기능 및 대사’ 연구와 ‘흑색종 면역관문 억제요법의 PD-1 억제제’ 연구가 꼽혔다.

 

T세포는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반응의 중심 역할을 하는 림프구 중 하나다. 전체 림프구 중 약 4분의 3이 T세포다. 다른 백혈구의 분화와 활성을 조절하는 ‘도움 T세포’, 면역 반응을 억제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조절 T세포’, 독성물질을 분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T세포’, 항원을 기억했다가 후에 빠르게 활성화되는 ‘기억 T세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분야의 핵심 논문들은 다양한 T세포가 어떻게 분화하고 대사를 조절하는지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2009년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라파마이신’이라는 약물이 기억 T세포의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약물을 주입하자, 항원에 노출됐을 때 대조군에 비해 기억 T세포가 더 많이 생성됐고 항원에 두 번째로 노출됐을 때 기억 T세포가 더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이었다.

 

또, 2013년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T세포 기능의 대사 과정에 호기성 분해작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15년 미국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조절 T세포가 면역 억제인자의 생산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같은 면역학 연구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장 위험한 피부암 중 하나인 흑색종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흑색종은 발병 초기에는 외과 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전이되기 시작하면 5년 뒤 생존할 확률이 10% 미만으로 급격히 나빠진다. 그런데 자가 면역치료가 출현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자가 면역치료는 환자의 면역계로 하여금 암을 공격하게 하는 방법인데, 특히 ‘면역관문 억제요법’은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타개함으로써 면역세포(특히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방법이다.

 

본래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면역 활성화 시스템과 면역 억제화 시스템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 암세포는 면역체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면역 억제화 시스템을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면역 억제화 시스템을 이루는 분자인 ‘면역관문’들이 강해져 T세포의 ‘눈’을 가린다.

 

과학자들은 PD-1, PD-L1, CTLA-4 같은 면역 관문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억제하는 약을 개발했다. 암세포의 ‘무기’를 빼앗은 셈이다. ‘펨브롤리주맙’은 PD-L1을 타깃으로 하는 대표 약물로, 이를 사용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간에 이어 뇌까지 전이됐던 흑색종을 완치했다고 2015년 말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로 한 분야 ‘대가’가 노벨상 수상”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수 년 동안 갑자기 인용이 많이 된 논문을 선정하기 때문에 최근 급팽창한 분야만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다. 지금 학계에서 ‘핫’한 분야가 향후 노벨상을 받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 설사 이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오더라도 누가 선정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힌트는 얻을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세계 과학자 29만 여 명의 연구 업적을 추적하고 있는 이성종 한국연구재단 국책기술전략팀장은 “페니실린이나 파란색 LED 개발 같은, 오래된 난제를 갑자기 해결해 수상한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며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된 특징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전 생애에 걸쳐 특정 학술지에 실린 우수한 업적이 누적된, 소위 한 분야의 ‘대가’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염한웅 기초과학 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노벨상은 업적이 나오고 평균 15년 정도 지난 뒤에 수여한다”며 “어떤 연구가 원숙한 뒤에야 그 연구 아이디어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을 찾아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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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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