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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특파원 박찬욱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생방송


한국 최초의 우주특파원 박찬욱


지난해 12월 8일 KBS는 보도국의 박찬욱기자를 우주특파원으로 선정했다.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3주의 특수훈련을 받고 돌아온 박찬욱 기자를 만나본다.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놓쳤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우주특파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더군요. ” 박찬욱기자는 한 여중생으로부터 받은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처음으로 우주특파원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한국방송공사(KBS)는 러시아의 가가린우주센터와 기자 1명을 미르호에 탑승시키기로 합의했다. 그후 청주에 있는 공군 항공의학적성훈련원을 거쳐 2명의 기자가 미르호 탑승후보자로 선정돼 11월 15일부터 12월 4일까지 3주동안 러시아의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적성훈련을 받았다. 그 결과 둘다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박찬욱기자가 한국 최초의 우주특파원이 되는 영예를 안게 됐다.

무중력 테스트 정말 힘들어

우주특파원으로 확정된지 며칠 후 '과학동아' 회의실에서 박찬욱기자를 만났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는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일찍이 우주비행사는 너무 크거나 작아서도 안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미르에 타려면 키가 1백63cm 이하이거나 1백85cm 이상이면 안된다고 한다.

"제 키는 키 1백70cm 몸무게 68kg입니다. 우주비행사 하면 일반 비행사와 같이 생각해 키가 커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우주선 안은 비좁기 때문에 키가 크면 불편합니다. 특히 앉은 키가 중요해요. 80cm를 넘으면 곤란하죠. 최초의 우주비행사 가가린이 1백64cm에 불과했으 니 저는 그에 비하면 큰 키죠." 박찬욱기자는 자신의 적당한 키가 우주특파원이 되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박찬욱기자는 가가린우주센터로 테스트를받기 위해 동료인 김철민기자와 함께 갔다. KBS에서는 자신과 김철민기자를 모델로 마련한 우주특파원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3명이 더 따라나섰다. 모두 5명이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함께 있어 지내는동안 힘든 일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다음번 훈련 때다. 그땐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1년6개월 동안(96년 초부터 97년 중순까지 예정) 혼자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 중에 힘들었던 일을 묻자 박찬욱기자의 표정은 훈련 당시로 돌아가는 듯했다.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중점적으로 훈련을 받은 것은 무중력상태에서 적응하는 법이었습니다. 무중력상태에서 중심을 잡고 물을 먹고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무중력상태는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 자유낙하를 함으로써 만들어진 환경입니다. 일루션76이란 수송기를 타고 올라가 2시간 동안 10여 차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자유낙하를 했더니 구토가 나오더군요. 꿈속에서도 그 힘들었던 경험이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수송기는 하늘로 오르다 해발 6천m에서 엔진을 끕니다. 이때부터 수송기는 관성으로 해발 9천m에 이르렀다가 다시 6천m로 떨어질 때까지 약 25초동안 무중력상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2g의 강력한 중력가속도를 받기때문에 체력소모가 많고 힘이 들었습니다."

박찬욱기자가 놀란 것이 또 하나 있다. 기자의 감수성 때문인지 그곳에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월급과 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안 사실은 러시아우주비행사의 월급이 3백50달러(28만원) 정도라는 것. 일반 직장인의 월급 1백-2백달러(한화 8만-16만원)보다는많지만 그래도 상당히 적은 액수였다.

우주비행사들이 묵고 있는 콘도들을 '별의 도시'(Starcity)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다른나라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그러나 짧은 기간에 훈련에 열중하느라 그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또 그곳은 보안이 철저해서 맥주라도 마시려고 나가면 보안관계자들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그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3개월 동안 미르에서 머물 예정

박찬욱기자는 러시아와 계약이 완전히 체결되면 1년반 정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는다. "별자리도 공부하고, 러시아어도 배우게 됩니다. 또 보조승무원으로 해야하는 일들을 배우게 됩니다." 박찬욱기자는 우주특파원이지만 우주비행사로서 해야할 일까지 배워야 한다.

교육을 마치면 97년 말이나 98년초에 소유즈TM을 타고 지구 상공 4백km에 떠서 돌고 있는 미르에 오르게 된다. 박찬욱기자가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하는 일은 방송보도.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과학자들인 반면 기자로서는 세계 2번째다.

지난 90년 일본의 동경방송(TBS)은 창사 40주년을 맞이해 아키야마 도요히로기자를 소련의 소유즈 TM11호에 탑승시켰다. 아키야마는 8일간 미르에 머물면서 37시간 동안 방송을 했다. 그러나 박찬욱기자는 약 3개월에걸쳐 방송과 보조승무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짧은 기간 보도만을 하기 위해 다녀온 아키야마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이번에 박찬욱기자가 미르에 탑승하면서 러시아에 지불할 비용은 약 2백억원 정도. 일본의 아키야마가 다녀올 때는 약 50-60억엔(한화로 5백-6백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박찬욱기자는 1962년생으로 항공대학교 항공기계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2월 KBS 보도국에 들어갔다. 가족으로는 부인 김정희씨(동아일보 출판국 기자)와 13개월 된 아들이있다.

"특별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해요. 최근 방송일로 오전 5-6시에 일어나 밤 10시가 돼야 집에 들어옵니다. 그러니 언제 운동을 하겠어요." 박찬욱기자는 어릴 적부터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했지만 요즘 특별한 운동을 안 하고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우주특파원으로서 몸관리를 위해 하루빨리 아침에 조깅이라도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우주특파원으로 선발됐다는 자부심보다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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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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