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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물질 디자이너’ 꿈꾸는 양자물질 헌터들

자물질의 등장으로 응집물질물리학 연구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발견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예측하고 발견하는 일종의 ‘게임’처럼 변해가는 중이다. 2월 22일,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양자물질 심포지엄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명의 ‘헌터’를 만났다.














Xi Dai 시 다이
중국과학원 산하 물리학연구소 교수
세계에서 양자물질을 가장 잘 예측하는 연구자 가운데 한 명
2015년 바일 준금속이 나올 수 있는 물질을 예측하고 2015년 바일 준금속 발견에 공헌
박사학위까지 중국에서 취득한 국내파로, 중국의 ‘과학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


바일 준금속이 뭔가.
어떻게 그 물질을 예측했나.


바일 준금속은 새로운 종류의 금속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보통의 물질은 그 안에서 전자의 움직임이 고전물리에서의 입자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바일 준금속의 전자들은 다르다. 다른 물질에서는 전자가 질량을 갖는데, 바일 준금속 안에서는 전자의 질량이 0이 된 것과 동등한 현상이 나타난다.

준금속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적인 성질을 가진 물질.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런 바일 준금속의 전자들이 낮은 온도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계산했다. 물질을 잘 만들면 전자가 물질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데, 여러 원소들을 조합한 화합물 중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화합물을 제안한 것이다.

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걸까.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자연계에 수많은 물질들이 있지 않나. 그중에서 매우 극소수만이 바일 준금속이다. 임의로 원소를 조합해서 이런 계산을 할 수는 없다. 비효율적이다. 나는 세 가지 바일 준금속의 조건을 만족하는 물질을 추려냈다. 우선 에너지 띠의 격자 구조에 반전 대칭성(74쪽 참고)이 없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금속이면서 반도체에 가까운 금속들을 찾았다. 바일 준금속은 금속과 반도체의 중간쯤 되는 물질로 생각할 수 있다. 반도체처럼 에너지 띠 사이에 갭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전하 밀도가 낮은 영역이 있는 물질을 조사했다.

그런 뒤에도 많은 물질이 남지만,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물질인 비소화탄탈럼(TaAs)부터 계산하기 시작했다. 약 200개 정도의 화합물을 계산했다.

왜 바일 준금속이 중요한가.

물리의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일 준금속 안에 상대론적인 양자역학 상태가 구현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거대한 가속기 없이 비교적 저렴하게 상대론적 입자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일 준금속의 물리적인 성질이 매우 특이하다는 점을 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양자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양자물질은 다양한 원소들을 조합해서 만든다. 아직 탐험할 물질들이 너무나 많다. 수백만 종류의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끝이 없다. 나도 최근에는 ‘위상초전도체’라는 양자물질을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초로 발견하고 싶다.

잘 예측하는 비결이 있나.

소프트웨어(SW)를 직접 개발해서 쓰고 있다. 기존 SW는 위상수학적인 요소를 계산하는 기능은 없었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 그 SW를 보완해서 위상수학적인 계산을 할 수 있게 했다. 직접 코딩도 한다.

이제 양자물질 예측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도입하려고 한다. 수백만 종류의 물질에서 특정 물질을 찾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데, 기계학습을 적용하기에 딱 좋은 분야다.

양자물질 연구가 성숙하면,
양자역학의 다음 단계는 뭐가 될까?


다음은 ‘물질 디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존재하는 물질과 존재하는 결정을 찾는 단계지만, 환상적인 특성을 보이는 물질을 찾아낸 다음은 디자인도 가능할 것이다. 몇몇 다른 물질을 합쳐서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James Analytis 제임스 어낼리티스​
미국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
바일 준금속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 페르미 호를 거의 동시에 최초로 발견함
3차원 위상절연체를 발견한 초창기 실험에도 참여함


무엇으로 바일 준금속을 만들었나.

비소화카드뮴(Cd3As2)이다. 이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물질은 아니다. 1970년 대부터 연구해 오던 물질이다. 이처럼 양자물질은 기존의 물질을 이용해서 만든다. 우리가 쓰는 연필 속 흑연으로 만드는 그래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안에서 전자들이 마치 광자처럼 행동할 거라는 사실은 생각지 못했다. 그게 재밌는 점이다.

페르미 호가 무엇인가.

바일 준금속의 표면에는 특별한 상태가 존재한다. 전자들이 물질 내부에서는 특별한 위상수학적인 상태를 가지는데, 표면에서 그게 깨진다. 공기에서의 전자와 물질 속에서의 전자는 위상학적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경계면인 표면에 새로운 상태가 생긴다. 그 입자들이 표면을 따라 궤도를 그리고, 표면의 저항에 영향을 미친다. 페르미 호는 전자가 서로 다른 두 양자 상태 사이를 이동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확인했나.

실험 방법은 단순하다. 단결정을 만들고 그걸 100nm(1000만 분의 1m) 두께로 얇게 만들었다. 그래서 물질의 내부보다 표면의 넓이를 상대적으로 넓혔다. 이렇게 하실험 방법은 단순하다. 단결정을 만들고 그걸 100nm(1000만 분의 1m) 두께로 얇게 만들었다. 그래서 물질의 내부보다 표면의 넓이를 상대적으로 넓혔다. 이렇게 하면 표면으로부터 더 많은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측정하는 것은 저항인데, 보통 저항을 측정하면 물질 내부의 저항이 압도적으로 크고 표면 저항은 미미하다. 그래서 두께를 줄여서 표면에서 나타나는 저항의 비중을 높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얇게 만든 샘플에 큰 자기장을 걸면 자기장에 영향을 받은 전자의 움직임이 표면 저항에 영향을 미친다. 그 변화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제임스 어낼리티스 교수는 비소화카드뮴 샘플을 약 100nm 두께로
얇게 만든 뒤, 극저온, 초고진공에서 바일 준금속 상태를 구현했다.

 

양자물질 실험을 잘 하는 비결이 있다면.

내 비밀 무기는 아주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우리가 하는 실험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창의적으로 물질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실험하는 물질을 우리 팀에서 직접 만들고, 그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특별히 그 실험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없어도 말이다. 때로는 남들이 안했던 것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유용할 때가 있다. 이론적인 예측대로 실험을 하다가도 에너지를 바꾼다거나, 전하 밀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걸 시도한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이나 다른 연구자들이 찾고 있는 새로운 물질은 뭔가.

물론 상온초전도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상온초전도체를 찾고 있다. 두 번째는 이런 양자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상온에서 만드는 것이다. 상온에서,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 양자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발견하면 응용하는 것도 훨씬 쉬울 것이다.

왜 양자물질 연구를 하게 됐나.

신기한 양자적인 상태를 가진 새로운 종류의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세상. 내게는 응집물질이 그런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실용적이고, 쓸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운반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유용하지 않겠나. 자기력이나 에너지를 저장하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인류를 위해 정말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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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양자역학, 인류의 물질관을 재정립하다​
Part 3. 물질 속에서 웜홀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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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극한 실험실에 산다, 기묘한 양자물질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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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도움

    정석범 교수
  • 도움

    김준성 교수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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