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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자첩보전의 내막

007식 스파이는 뒷전

평화는 스파이에 의해 보장된다면 과장일까. 그러나 실제 스파이 때문에 공포의 균형은 유지된다.


오늘밤에도 상공을 순찰하는 대잠초계기(對潛哨戒機) P3C에서 항공대기지로 연락이 온다.

 

컴퓨터 전쟁

P3C의 정보를 필두로 각지의 레이다 사이트(radar site), 통신위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가 도착된다.
 

이 정보는 따로따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부의 컴퓨터에 모아져서 분석되고 그 결과는 CRT(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된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같은 정보 또는 그 정보를 기초로 한 지령을 말단부대 통신실의 CRT에도 표시할 수 있다.
 

현대의 무기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육·해·공에 걸쳐 물샐틈없이 전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령부에는 아군의 부대나 항공기 함대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적은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가가 CRT에 표시되어, 마치 텔레비젼게임처럼 한눈에 전쟁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고성능의 통신시스템이야말로 현대전의 핵심이다.
 

예를들면 미국은 통신위성을 포함한 C³I(지휘·관제·전달 및 정보)라는 세계적인 군용통신망을 갖고 있다.
 

이것은 세계 어디에서도(비행중인 항공기, 바다속의 잠수함을 포함하여) 미국본토 최고지휘자의 최종적인 지시(핵전쟁 등)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미국 핵전략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이와같이 현대전은 통신·정보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대 스파이의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는 통신시스템의 도청, 교란, 분석 등의 전자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전의 주역, 스파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 스파이전이야말로 현대전의 주역이다.
 

스파이, 그만큼 유명하면서도 실태가 불분명한 말은 적으리라. 왜냐하면 그것은 실태가 확실해지면 의미가 소멸되는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파이의 실태는 소문으로밖에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전쟁이라는 현대의 전쟁에서 스파이의 역할(첩보활동)은 극히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전시가 아닌 평시야말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사인 스파이의 싸움터인 것이다.


전자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1983년 9월에 발생한 소련 공군전투기의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에서 일본 자위대의 레이다사이트가 소련전투기 조종사와 기지와의 교신을 도청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의 전자정보수집활동이 어떠한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이후 소련은 모든 통신의 주파수를 바꾸고 암호화하면서 스크램블(scramble, 도청방지를 위해, 주파수를 계획적으로 변경함)하는 등 복잡한 대책을 세워 도청을 방지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전자전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면 전자전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코민트(COMMINT)

대한항공사건처럼 상대의 무선통신을 도청하는 것을 코민트(통신정보수집, communication Intellingence)라고 한다.
코민트에서는 상대의 통신내용은 물론 주파수 출력 변조방식 방위 등이 기록되고 암호통신의 경우에는 해독도 이루어진다.

코민트에는 각지의 레이다사이트, 항공기 외에 요소요소에 설치된 '코끼리 상자' 라는 거대한 원형안테나군(群)이 사용된다. '코끼리 상자'는 지름 4백40m, 높이 36m나 되는 것으로 HF대(단파)에서 UHF(극초단파)까지의 전파를 3~5˚의 정밀도로 방위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우주에서는 SIGINT 새털라이트라는 신호수집용 정찰위성이 지상의 무선통신을 도청하고 있다.


⊙엘린트(ELINT)

엘린트(전자정보수집, Electronic Intelligence)란 통신을 포함하여 레이다 등 상대의 모든 전자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상대 레이다의 주파수, 진동폭, 파형(波形), 반복비, 빔폭(beam 幅), 진동강도, 안테나 주사(走査) 방식 등을 조사한다. 이렇게 하여 상대의 레이다를 방해하거나 속일 수 있다.


⊙전자대책(ECM) 전파방해(Jamming)

더욱 적극적인 전파대책으로 ECM(Electronic Countermeasure)이 있다.
ECM은 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사하여 상대의 레이다나 통신을 방해하는 것인데 이를 전파방해(Jamming)이라 한다.

Jamming을 시도하면 상대의 레이다화면은 모두 새하얗게 되어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초수평선레이다(OTH Radar)

전자전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으로 OTH레이다가 있다. OTH란 Over The Horizen, 초(超) 수평선레이다를 말한다.

OTH레이다는 5MHZ에서 28MHZ의 단파대의 전파를 사용하여 상공 1백80km에서 4백km에 있는 전리층을 향해 1백KW급의 강력한 전파를 발사한다. 발사된 전파는 전리층에 반사되어 수평선 저쪽의 지표나 목표물에 도착되어, 반사된 전파가 다시 전리층을 거쳐 돌아온다. 이렇게 반사되어오는 전파를 포착하여 목표를 탐지하는 것이다.

이동하고 있는 목표는 지면 등 움직이지 않는 사물에 대해 도플러효과를 나타내므로 목표를 식별할 수 있다.

최대탐지거리는 3천km지만 파장이 긴 단파를 이용하고 전리층이 불안정하므로 정밀도는 낮다.(3천km 앞의 사방 20km 안에 이동하고 있는 물체가 있음을 알 정도)

따라서 OTH레이다는 E2C등 조기경계기 등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E-3A 공중경제관제기(AWACS)


⊙대 잠수함통신

물속에서는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파장이 17km나 되는 VLF(超長波)만은 수심 20m 정도까지 도달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잠수함과의 교신에 이용된다. 잠수함은 수심 수백m에서 부표(浮標)를 단 안테나를 펴서 교신하는 것이다.

초장파통신용으로는, 전파의 파장이 대단히 길어서 높이 2백50m, 폭 5백m의 거대한 안테나가 사용된다.
이 안테나에서 1x.4KHz와 1x.45KHz의 전파를 사용하여 텔레타이프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두뇌폭탄

초장파에는 두뇌폭탄(brain bomb)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극히 파장이 길고 강력한 전파를 오랫동안 받으면 뇌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한때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에서 강력하고 지향성이 강한 전파가 발생되었는데, 이것은 무선통신을 방해할 목적 외에 두뇌폭탄으로서의 목적도 있었을지 모른다.


빙산의 일각
정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잠행하고 있다. 여기에 쓴 것은 그중 알려져 있는 것에 불과하다.

정보전은 무기도 사용하지 않고 사람도 죽이지 않고 시설이나 도시를 파괴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평시라고 하지만 평화는 숨겨인 전자·정보전으로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차가운 전장(戰場)
 

전자스파이의 다수는 하늘에 있다. 지상 가까이를 나는 항공기부터 3만6천km 상공의 정지궤도에 떠있는 정찰위성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리비아의 디지틀통신을 도청한 통신위성 '라이오라이트'는 희망봉 상공과 인도양 상공에 정지하여 항상 소련쪽을 감시하고 있다. 그것은 HF에서 UHF까지의 전파를 도청 식별하고 소련의 ICBM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실험을 감시한다.
 

또한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에서 정지궤도로 발사된 '아콰케이드'(Aquacade)란 정찰위성은 축구장의 2배나 되는 거대한 포물선 안테나를 펴고 지상의 전파를 도청한다. 이것은 감도가 좋아서 팔목시계만한 무선기의 미약한 신호도 포착할 수 있다.
 

고도 2만 1천km에는 전(全)지구위치파악 시스템(GPS) '냅스타' 위성이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하늘 바다위 바다속을 막론하고 자기의 위치를 오차 16m 이내로 알 수 있다. 따라서 항공기 함정 잠수함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또한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이 스스로 위치를 결정하게 할 수도 있다.
 

수신장치는 아주 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으므로 스파이에게는 필수적이다.
 

군사용통신위성으로는 C³I 시스템의 일환으로 미공군의 업새프콤, 해군의 함대통신용 프리새트콤 리새트가 있다. 택새트위성은 국지적 전장에서 소형통신기를 사용하여 전술통신을 하는 것이다. 기복이 심한 지형에서의 싸움에서도 항상 연락설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은 EHF대(20/40 GHZ)를 사용한 고도의 군사위성통신을 90년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EHF대는 대기권밖의 핵폭발로 발생하는 EMP(전자펄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빔을 좁혀버리므로 도청이 곤란하고 큰 용량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빛에 가까운 성질때문에 비나 구름에 의해서 약해지기 쉽다는 약점도 있다.

 

대기권도 전자전장
 

정찰위성이나 통신위성의 훨씬 아래인 대기권에서는 전자전의 임무를 띤 항공기가 날고 있다.
 

4월15일 새벽 2시 F-111F가 리비아를 폭격하기 직전인 1시54분 2대의 EF-111A 전자전용기(電子戰用機)가 리비아의 레이다에 전파방해(Jamming)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리비아는 적기의 숫자도 종류도 모른 채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EF-11A는 제너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 F-111을 전자전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것은 수직꼬리날개 앞부분이 크게 부풀어 있는 점이 특징인데 이 속에 ECM기기가 탑재되어 있다.
 

ECM으로 전파방해를 하려면 적 레이다의 주파수를 알아야 한다. 이 역할을 맡은 것이 E-2C다. 이 비행기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하여 상공에서 레이다를 사용하여 조기경계를 함과 아울러 적 레이다의 특성을 조사한다.
 

여전히 사진정찰도 빠뜨리면 안된다. 2만5천m상공을 마하3으로 비행할 수 있는 록히드(Rockheed) SR-71은 현재 최고의 사진정찰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에 의한 사진정찰은 적지상공을 비행하므로 위험이 커거 원격조종 무인비행기(RPV)가 등장했다.
 

RPV기는 전체길이 2.5m, 전체폭 4m의 유리섬유로 만든 것이다. 고도 3천m를 시속 1백2km로 최대 4.5시간이나 계속 비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도에서 50mX40m 범위의 확대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늘높이 오를수록 기온이 낮아져 1만m 상공에서는 여름에도 영하 40℃를 밑돈다. 그 푸르른 공간에서 전자장비를 갖춘 첨단기술 스파이가 차가운 불꽃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는 전문기술로 무장
 

CCS 컴뮤니케이션 콘트럴사의 스파이세트


현대의 정보전을 그늘에서 수행하는 스파이는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007같은 모습은 아니리라.
 

아마 겉모습은 기술자나 연구자같은 모습이 아닐까? 실제로 전자기기를 다루므로 기술자적 요소가 요구될 것이다.
 

도구가 없으면 첩보활동은 불가능하다. 현대의 스파이는 최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미국에는 CCS(Comunication Control Society)라는 스파이용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여기서는 방첩용(防諜用), 보안용, 통신용 등 목적에 따라 몇개의 스파이용품를 서류가방에 구비하여 판매한다.
 

스파이라는 말은 결코 평판이 좋지는 않다. 무언가 음험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현대의 평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평화롭다) 전자정보를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위에서 성립된다. 평시야말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사인 스파이의 싸움터인 것이다.

 

당신은 감시당하고 있지 않은가?
 

스파이라면 CIA, KGB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2가지는 현대세계를 대표하는 첩보기관이고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2가지만이 첩보기관은 아니다. 미국국내에도 CIA 외에 NSA(국가안전보장국)이 있다. NSA는 대통령 직속으로 무선도청을 전문으로 하는 첩보기관이다.
 

CIA는 군사첩보, 전략첩보, 국내방첩, 해외방첩과 첩보활동의 거의 모두를 수행하지만 무선방첩만은 NSA의 관할이다.
 

다른 말로 하면 CIA는 HVMLNT, 즉 인간을 사용한 첩보활동, NSA는 SIGINT(무선도청)의 분야를 담당한다.
 

소련 첩보기관의 쌍벽이라 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KGB와 GRU가 있다.
 

KGB는 소련국가보안위원회, 관계자는 4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통신사 기자, 항공사 직원이란 민간인 직위를 갖고 외국에 있는 관계자도 많다.
 

GRU는 소련군참모본부정보부인데 국방성 참모본부 직속의 첩보기관이다. GRU는 군사전문의 첩보, 공작기관이란 색채가 강하고 기분나쁜 존재다. 무선도청은 GRU가 수행한다.
 

영국에는 국내방첩을 전문으로 하는 MI 5와 해외에서 첩보활동을 수행하는 MI 6이 유명하다. 전자정보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것은 GCHQ(전자감시국) 이다.
 

이스라엘에는 전략첩보, 해외방첩을 수행하는 모사드, 군사첩보와 무선도청을 수행하는 '아만' 이란 조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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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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