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랑의 신 에로스 베일 벗다

미국 소행성 탐사선 최신보고

우주공간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의 포로가 돼 열렬한 구애를 하는자가 있다.소행성 에로스를 돌고 있는 미국 탐사선 니어-슈메이커가 바로 그 주인공.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니어-슈메이커의 최신결과가 보고됐다.

에로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사랑의 신’을 뜻하며, 로마신화에서는 큐피드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우주공간에서 집중탐사중인 소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최초의 소행성 궤도탐사선 니어-슈메이커를 통해 소행성 에로스에 대한 최신 결과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9월 22일자)에 발표됐다. 탐사선은 지난 2월 14일 에로스에 접근한 이후, 35-3백50km 거리에서 소행성 주위를 선회하며 10만장 이상의 사진과 각종 관측장비로 측정한 자료를 전송해왔다. 약 1년으로 계획된 임무기간 중 절반 이상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밝혀진 에로스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소행성 에로스는 지구근접 소행성 중 두번째로 크고, 가장 먼저 발견돼 이제까지 지상관측을 통해 그 모양과 크기가 어느 정도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니어-슈메이커의 탐사로 인해 정확한 에로스의 모습과 물리량, 구성물질, 표면구조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니어 프로젝트팀의 일원인 앤디 쳉 박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제 우리는 에로스가 지구처럼 융해작용을 겪어 지각, 맨틀, 핵으로 분리된 적이 없으며, 원시물질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는 구조를 가진 소행성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두번째로 큰 지구근접 소행성
 

탐사선 니어-슈메이커의 활약으로 신비로운 베일을 벗은 소행성 에로스의 전체모습.


소행성 에로스는 1898년 위트와 샤를로스에 의해 각각 발견됐다. 정식 명칭은 ‘433 Eros’로서, 소행성 중 4백33번째로 궤도가 알려진 소행성임을 뜻한다. 소행성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조그만 천체로서 태양계 형성초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일부는 지구궤도를 가로지르기도 해서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세계 많은 천문학자들이 소행성 관측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돌고 있는 에로스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근일점 거리)가 1.13AU(1AU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로서 1억5천만km), 태양에서 가장 멀 때의 거리(원일점 거리)는 1.78AU이다.

에로스는 지구를 위협하는 지구근접 소행성(NEA) 중 하나다. 2012년 1월 31일경 0.1787AU, 2056년 1월 24일경에는 0.1498AU 정도로 지구에 비교적 가까이 접근하지만 다행히 지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NEA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주 소행성대에서 소행성간의 충돌 또는 목성의 중력에 의해 태양계 안쪽으로 이동된 천체일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NEA는 수명이 다한 단주기 혜성의 핵으로 생각된다. 가장 큰 NEA는 ‘1036 가니메데’로 지름이 41km이다. 에로스는 두번째로 큰 NEA이다.

지금까지 약 8백여개의 NEA가 발견됐으며, 이들 중 지구에 부딪쳤을 경우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름 1km 이상인 소행성이 최소 7백개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름이 10km 이상인 NEA는 에로스를 비롯해 3개만 발견됐다.

에로스는 소행성 분류상 내부 소행성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S형에 속한다. S형 소행성은 표면반사도(알베도라고도 하며 1이면 받은 빛을 모두 반사하는 경우이고, 0이면 받은 빛을 하나도 반사하지 않는 경우다)가 0.10-0.22 정도이고 철, 마그네슘, 규산염 등이 혼합된 금속 철 성분을 가진다. 에로스의 표면온도는 태양을 향하는 면이 1백℃, 어두운 부분이 -1백5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됐다.

시속 60km면 우주공간으로 탈출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니어-슈메이커는 우주공간에서 에로스 둘레를 돌면서 영상관측을 했다. 이를 통해 측정한 에로스는 크기가 34km×11km×11km로 서울 면적의 절반 정도이고 부피는 2천5백㎦이며 모양은 길쭉한 감자를 닮았다.

지상에서의 도플러 측정자료, 니어의 거리측정자료와 표면영상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에로스의 질량은 6.69×${10}^{15}$kg이고 밀도는 2.67g/㎤정도로 지구 지각의 평균밀도와 유사하며 전체에 걸쳐 고른 밀도분포를 보였다.

에로스의 자전주기는 5.27시간, 공전주기는 1.76년이다. 표면 중력가속도는 2.1-5.5mm/${초}^{2}$으로 지구에 비해 수천배나 작기 때문에 만일 체중이 1백kg인 사람이 에로스에서 걷는다면 체중이 23.5-56.1g 사이로 변하게 된다.

에로스의 탈출속도는 3.1-17.2m/초의 범위로 측정됐는데 이런 탈출속도 이상이 되면 에로스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탈출속도가 넓은 범위를 갖는 이유는 에로스의 불규칙한 모양으로 인해 중력과 자전에 의한 원심력이 지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에로스 표면에서 자동차를 시속 60km 이상으로 몬다면 로케트 없이도 바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사각형 모양의 특이한 크레이터


에로스에서 발견되는 사각형 크레이터.보통 원형 크레이터에 비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8백만번 이상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에로스의 모습을 재현한 결과, 에로스는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부터 거의 변화하지 않은 초기 그대로의 물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X선 분광기로 마그네슘, 알루미늄, 칼슘, 철 등과 규소의 비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형적인 콘드라이트의 형태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콘드라이트는 대부분의 일반운석에서 발견되는 물질로서,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 만들어진 이후 거의 변하지 않고 원시상태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물질이다. 따라서 에로스는 지구처럼 융해작용을 통해 규산염에서 금속물질이 분리돼 철 핵과 암석 맨틀을 형성하는 과정을 겪은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탐사선의 카메라 및 적외선 분광기 관측을 통해 얻은 결과에서도 원시 콘드라이트 성분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원시천체의 조각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에로스 표면은 대부분이 1km 이하의 크레이터로 덮여 있으며, 여러 협곡과 봉우리들도 눈에 띈다. 가장 큰 크레이터는 5.5km나 되며, 오래된 크레이터의 퇴화로 생긴 10km의 말안장 모양의 거대한 함몰지역도 있다. 크레이터는 일반적으로 둥글게 되는 경향이 있지만, 에로스에는 사각형에 가까운 특이한 모습의 크레이터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크레이터를 형성하게 된 충돌현상이 있기 전부터 표면에 어떤 붕괴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에도 이런 유형으로 만들어진 곳이 있다. 사각형에 가깝지는 않지만,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배린저 운석 크레이터가 그것이다.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산재

니어-슈메이커는 발사된 후 1997년 6월 소행성 마틸다, 1998년 1월 지구를 지나갔고 같은해 12월에는 소행성 에로스에 다가갔으나 기능고장으로 인해 1년 이상을 떠돌게 됐다. 2000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드디어 소행성 에로스와 랑데부하는데 성공했다. 임무가 끝나는 2001년 2월까지 계속 에로스 주위를 여러 고도로 선회하면서 소행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약 1백여년 이상 소행성에 대해 연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소행성은 정확히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지구에서 발견되는 운석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지구에 충돌하기 전에 파괴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미사일이 필요한가 등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소행성을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니어-슈메이커의 에로스 탐사는 지구 궤도에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과거의 창을 열고 태양계 및 행성 기원에 대한 의문을 푸는 열쇠를 지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남은 탐사를 지켜보자.


소행성의 표면물질을 수집해올 야심찬 계획을 가진 탐사선 무지즈-C의 상상도.


소행성 소유권 주장도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소행성 탐사계획은 소행성 표면을 직접 공략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년 4월 발사 예정인 미국 스페이스데브 사의 소행성탐사선 닙(NEAP)은 2002년 5월 소행성 네레우스와 만날 것이다. 1-3개월 동안 관측하면서 한두개의 장비를 표면에 떨어뜨리고 탐사선 자체도 2002년 7월에 소행성에 착륙할 예정이다. 스페이스데브 사는 착륙후 네레우스 소행성의 소유권을 주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11월 또는 12월에 발사 예정인 탐사선 무지즈-C는 일본우주과학연구소와 미국항공우주국의 합작 프로젝트로 소행성 표면물질을 채집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야심찬 목표를 두고 있다.2005년 9월에 소행성 '1998SF36'에 도착,약 20km상공을 선회하며 탐사한 후 소행성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표면물질의 샘플을 수집한 후 다시 지구로 향하는 탐사선으로부터 2007년 6월 지구에서 3만-4만km거리에서 샘플을 담은 캡슐만 분리해 지구대기로 진입시킬 계획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준 교수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