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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동물의 삶이 궁금해? 직접 살아 봐!

이그노벨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종 궁금할 때가 있다. 이런 호기심은 만국 공통의 것일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스스로 동물의 삶을 산 사례가 많았다.

이그노벨상은 과학유머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에서 노벨상 발표 한 달 전에 발표하는 괴짜상이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색다르고 기발한 업적에 수상한다. 1991년에 처음 제정돼 26회째를 맞은 이그노벨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황당하고 엽기적이면서도 가슴 한 켠을 찡하게 만드는 다양한 연구들을 선정했다.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직접 상을 준다. 상금은 10조 달러지만,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짐바브웨 달러로 가치가 거의 없다.
 


 
영국의 기술자이자 예술가인 토마스 트웨이츠는 보철로 네 개의 염소다리를 만들어 직접 염소의 삶을 살았다. 스위스 알프스의 한 농장에서 염소 떼에 섞여 들어가 3일 간 네 다리로 기며 풀을 뜯어먹고 염소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그는 이 과정을 책(ISBN 978-1616894054)으로 엮어 출판했고, 올해 생물학 분야 이그노벨상의 수상자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염소가 오죽 궁금했으면 저랬을까 싶지만, 사실 그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9월 22일(현지시간) 밤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염소 다리를 달고 네 발로 기어 나온 트웨이츠는 “당시 한 인간으로서 걱정과 고통에 너무 지쳐있었다”며 “염소가 됨으로써 인간의 삶으로부터 잠시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고 말했다.


쥐의 성생활이 줄어든 이유는?

‘진짜로’ 동물에 대한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영국의 자연주의자이자 작가인 찰스 포스터는 실제로 동물처럼 산비탈에 굴을 파거나 벌레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는 오소리, 여우, 수달, 사슴, 새 등 다섯 종의 동물로 산 경험을 ‘짐승 되기’라는 책(ISBN 978-1781255346)으로 펴냈다. 그는 토마스 트웨이츠와 함께 생물학 분야 이그노벨상을 공동수상했다.

이와 반대로 동물을 사람처럼 살게 만든 황당한 연구도 있었다. 이집트의 비뇨기과 의사 고(故) 아흐메드 샤픽 교수는 쥐에게 다양한 옷감으로 만든 바지를 입힌 뒤 성생활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European Urology, 1993, 24(3), 375-380). 그 결과, 폴리에스터로 만든 바지를 입힌 쥐는 성적인 행동이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면 100%나 양털 100%로 만든 옷을 입은 쥐는 정상 반응을 보였다. 샤픽 교수는 “폴리에스터 옷감에서 생긴 정전기에 쥐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올해 생식(reproduction) 분야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인식(perception)상

일본 리츠메이칸대 심리학과 아츠키 히가시야마 교수와 오사카대 인간과학대 코헤이 아다치 교수는 허리를 굽혀 다리 사이로 뒤를 바라보면 사물이 달라 보이는지 연구해 인식상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몸의 방향이 바뀌면 사람이 인식하는 물체의 크기와 거리가 변했다(시각연구, 2006, 46(23), 3961-76).


물리학상

동물들이 어떤 색상을 선호하는지 연구한 헝가리,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헝가리 에오츠보스대 물리학연구소 바이오물리학과 가보르 호르바트 교수팀은 흰색 말에 소가죽파리가 가장 덜 꾀는 이유가 말의 털 색깔에 따라 햇빛이 다르게 편광돼 반사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영국왕립학회보B, 2010, 277(1688), 1643-1650). 연구팀은 2007년에 잠자리가 검은색 묘비에 끌리는 이유도 편광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낸 바 있다(담수생물학, 2007, 52(9) 1700–9).


평화상

‘심오해 보이는 헛소리(pseudo-profound bullshit)의 수용과 인식에 대해’ 라 는 논문으로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고돈 페니쿡 교수팀이 평화상을 수상했다. 연구 결과, 무작위로 아무 단어나 추출해 만든 문장을 명언이라고 보여줬더니 지적 수준이 낮을수록 문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아무 말’은 대체 의학과 영성에 대한 책을 낸 미국 작가 디팩 초프라의 트위터에서 주로 추출했다(판단과 의사결정, 2015, 10(6). 549-563).


문학상

죽은 파리와 아직 죽지 않은 파리를 수집하는 즐거움에 대해 3권짜리 자전적 소설(ISBN 978-1101870150)을 쓴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쇼베르그가 수상했다.


의학상

몸 한쪽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고 반대쪽을 긁으면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독일 뤼베크대 안드레아스 슈프렝어 교수팀이 수 상 했 다 . 이 런 연구를 어디에 쓸 까 싶지만, 연구자들은 “가려워도 긁으면 안 되는 피부병에 걸렸을 때 반대 방향을 긁으면 된다”며 응용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줬다(플로스원, 2013, 8(12), e82756).


심리학상

벨기에 , 미국 , 네덜란드괴짜들 은 6 세에서 77세 까지 1005명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청소년 시기에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심리학기록, 2015, 160, 58-68).


경제학상

뉴질랜드 마세이대의 마크 아비스, 영국 버밍엄대의 사라포비스,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쉘라흐 퍼거슨 박사는 영업과 마케팅 관점에서 돌(rock)의 성격이 어떻게 인지되는지 연구한 공로로 경제학 분야 이그노벨상을 받았다(마케팅이론, 2014, 14(4), 451-475).


화학상

이그노벨상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분야는 단연코 화학상이다. 지난해 배출가스 시험 조작 스캔들을 일으켜 전세계적인 물의를 빚은 독일의 자동차 제조회사 ‘폴크스바겐’이 수상했다. 차량을 테스트할 때마다 자동으로 더 적은 배기가스를 배출하게 해 오염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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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016 노벨과학상
Part 1. ‘기묘한’ 2차원 세계를 설명한 개척자들
Part 2. 가장 작은 기계를 합성하다
Part 3. 세포 속 청소부의 정체를 밝히다
Part 4. 동물의 삶이 궁금해? 직접 살아 봐!

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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