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월부터 4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자녀살해 사건만 총 13건이다. 이들은 대체 왜 자신의 혈육(血肉)을 죽인 걸까. 그 이유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1파트), 학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2파트)을 찾아봤다.

‘이 아이는 날 방해하는 아이야.’
“자주 그런 생각이 떠오르고, 화가 났어요. 그리고 그날은 정말이지 너무 화가 났어요.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대는 둘째 아이가 내 삶을 방해하는 존재처럼 느껴져 비참한 마음이었어요.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견딜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어요.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얼마 후 정신을 차려보니…, 제 손은 아이의 목을 짓누르고 있었고, 아이의 숨은 멎어 있었어요.”
면담을 하는 중간 중간, 그는 졸립고 피곤하다고 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여타 다른 범죄 피의자의 뻔뻔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아이를 죽인 것은 인정하지만, 반성하지는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를 면담하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올해 나이가 스물여섯인 그는 꽤 일찍 결혼을 했다.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와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남편이 출장을 다녀온 이튿날이었다. 그는 남편이 없는 며칠 동안 집안일을 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딸아이가 말썽이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렸다. 그게 너무 짜증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자기 아이를 죽이기까지 할 만한 일인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게다가 그는 딸아이를 죽인 뒤에도 태연하게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을 했다. 그런 뒤에야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누군가를 죽였다고, 어떡하면 좋겠냐고 털어놨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라고 했다. 아버지는 밖에서는 존경받는 종교인이었고, 남들이 보기에 흠 없이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달랐다. 아버지는 화가 나면 어머니와 오빠를 때리고, 집안 집기를 부쉈다. 오직 그에게만 손찌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매를 맞는 것보다 더 아팠다. 아버지에게 맞은 어머니가 그에게 화를 풀었기 때문이다. 헝클어진 집안을 정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워온 자식’이라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그는 아직도 그 말이 생생하다고,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음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잠시였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빨리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와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았고, 결국 대학은 중퇴했다. 결혼 후 친정과의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아이는 혼자 힘으로 키웠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게 마음이 편했다. 지긋지긋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고, 남편에게 자주 신경질을 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싫었는지, 남편은 점차 육아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는 점점 더 고립돼 갔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고,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일상의 전부가 됐다.
아이에게 손을 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첫째 아이도 때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분을 못 이겨 아이를 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남들이 보면 자신이 아이를 학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아이를 때린 것이 자신의 우울증 때문인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멘토로 생각해 왔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멘토는 그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했고, 그 말을 들은 그는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다고 했다. 잘 살아보고 싶은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혼자서도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결국 그는 아이를 죽인 엄마가 됐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죽은 아이를 사랑하느냐고.
“물론이에요. 그 아이를 사랑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사랑해요.”


자녀살해범은 ‘사이코패스’일까
지하철 1호선 부천역 인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불과 3km 거리에 있는 두 가정에서, 두 아이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두 집에 살던 남자 초등학생과 여중생이 각각 2012년과 2015년 부모에 게 살해됐고, 지난 1월 13일과 2월 3일 연이어 시신이 발견됐다. 이 일로 연초부터 전국이 떠들썩했다.
기자는 그 두 집을 잇는 골목길 위를 걸으며 그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 자녀를 살해한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짐승만도 못한 사이코패스일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이상한’ 사람들일까. 그곳에 가면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와, 자녀살해를 연구한 경찰 전문가와의 인터뷰, 그리고 국내외 연구 논문을 토대로 그들의 마음에 한걸음 다가가 봤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어요. 같은 건물에 살던 사람들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부모가 살던 집 인근 부동산에서도, 여중생 딸을 죽인 부모의 집 근처 약국에서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입에 담고 싶지 않아 얼버무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건 이후로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에 대한 기억을 맞춰 볼 퍼즐 조각이 없었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그들은 주변과 단절된 사람들이었다.
딸을 살해한 목사 부부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그들에게서 ‘박탈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목사는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삶과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느꼈다. 재혼한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그는 자녀 양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자녀가 셋인 자신과 달리 아내는 초혼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연 ‘극단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사이코패스일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보통 사이코패스는 근심과 걱정이 없고 강한 자기중심적 성향을 나타내는데, 자녀살해범들의 내면은 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127쪽 연구1).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살인죄에서 자녀살해에 해당하는 죄목이 따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녀살해범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아동학대범들에 대한 범죄 통계를 분석했을 때, 전과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녀를 살해하는 폭력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 정성국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조사관이 2014년 대한법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doi: 10.7580/kjlm.2014.38.2.66)에 따르면, 2006년 1월~2013년 3월까지 발생한 자녀살해 사건에서 가해부모의 28.7%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반면 일반 살인사건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는 약 8.5%(2014년 경찰범죄통계)에 불과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신질환도 심각한 정도에 따라 상담이 필요한 상태와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로 나뉜다”면서 “자녀살해범들은 (상담과 약물 치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녀살해 이끄는 생리적 취약성 있다?
정한용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폭력성이 강하다’라는 식의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이 없더라도 생리적 ‘취약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정한 조건에서 자녀 살해를 저지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 취약성이란 무엇일까. 아직까지는 자녀살해범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인 특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실제 자녀살해범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는 이탈리아 파도바대 일반심리학과 알레산드로 앙그릴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거의 유일하다. 앙그릴리 교수는 자녀살해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에 문제가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doi: 10.1016/j.jpsychires.2013.01.001).
연구팀은 자녀살해 여성에게서 코티솔과 ACTH(부신피질자극호르몬) 농도가 다른 여성 범죄자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127쪽 연구2). 이는 HPA 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환경적인 변수를 최대한 통제한 상태였고, 심지어 복용하는 약까지도 비슷했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었다. 즉, ‘만성적인 코티솔과 ACTH 과분비’가 자녀살해와 관련한 생리적인 취약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티솔과 ACTH 과분비는 우울증 및 만성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으며, HPA 축 조절장애는 우울증 환자의 폭력성 및 자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앙그릴리 교수팀의 실험에서도 혈장 내 ACTH 농도가 정상보다 높은 자녀살해 여성 6명 중 5명은 우울증상을 나타냈다.
앙그릴리 교수는 논문에서 “이런 생물학적인 취약성이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녀를 살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헬싱키대중앙병원 한나 풋코넨 교수팀은 자녀살해범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정신의학’ 2009년 5월 29일자에 발표했다(doi:10.1186/1471-244X-9-27). 연구팀은 1995~2004년 사이에 핀란드에서 일어난 700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자녀살해범과 일반살해범을 정신병력과 범죄 방식, 정신병적인 증상 여부를 중심으로 비교했다. 전체 살해범 중에서 자녀살해범은 20명이었는데, 연구팀은 이들의 사이코패스 진단 심리검사(PCL-R) 결과를 비슷한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살해범들과 비교했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각 항목에 대한 응답 총점이 30점이 넘으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분석 결과 자녀살해범들 가운데 30점을 넘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25점을 넘은 경우도 둘 뿐(10%)이었다. 일반인들에게 이 검사를 했을 때 점수가 30점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사이코패스인 경우가 성별에 따라 약 9~30% 정도(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인 것을 참고하면, 분명히 낮은 수치다. 반면 일반살해범들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자녀살해범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HPA 축)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티솔을 분비해 신체 각 기관에 혈액을 공급하고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며 감각 기관을 민감하게 한다.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사적으로 작동하는 방어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혈중 코티솔 농도가 높아지면 시상하부(H)와 뇌하수체(P)에 코티솔 분비를 억제하라는 신호가 차례로 전달된다. 그 결과 코티솔을 분비하도록 부신(A)을 자극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줄어들어 코티솔 농도를 낮춘다.
연구팀은 자녀를 살해하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여성 10명과, 폭력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른 여성 10명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했다. 모두 우울증이나 성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이었다. 이들에 대한 대조군은 나이, 성장배경, 교육수준 등이 모두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각자 생리 주기를 마친 뒤 3~4일째 되는 날 아침 8시에 혈액을 채취해 코티솔과 ACTH 농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자녀살해 여성과 기타 여성 범죄자 모두 혈장 내 코티솔과 ACTH 농도가 일반 여성들에 비해 높았다. 코티솔의 경우 자녀살해 여성은 10명 중 7명이 정상 범위(6.2~19.4μg/dL)보다 농도가 높았고, 기타 여성 범죄자는 10명 중 4명이 정상보다 높았다. ACTH도 마찬가지였다. 자녀살해 여성은 10명 중 6명이 정상치(5~46pg/ml)를 웃돌았고, 기타 범죄 여성은 3명만 정상 농도보다 높았다.
자녀 살해 여성과 기타 여성 범죄자를 직접 비교했을 때는 ACTH 농도 차이가 특히 두드러졌다. 코티솔 농도는 각각 평균 23.48μg/dL와 18.60μg/dL로 차이가 작았던 반면, ACTH 농도는 자녀살해 여성(64pg/ml)이 일반 범죄 여성(40pg/ml)보다 1.6배가량 높아 차이가 컸다.
학대, 반복되는 폭력 이끄는 뫼비우스의 띠
자녀살해라는 비정상적인 행동의 생물학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사하는 경찰과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자녀나 부모를 죽이는 반인륜적 행위의 근원에 공통적으로 ‘학대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를 죽인 비속살해범과 부모를 죽인 존속살해범들을 수사해 보면, 대다수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육체나 정신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천 초등생 사건의 경우, 피의자 최 씨의 모친은 중학생 때부터 최 씨에게 돈을 벌어 올 것을 요구했고, 때리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인 최 씨를 생활전선으로 내몬 것이다. 그때부터 일을 하기 시작한 최 씨는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며 학업을 포기했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릴 뻔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최 씨는 프로파일러 면담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나도 일을 하다가 손을 크게 다쳐서 피가 많이 났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때린 아이가 기절을 했을 때도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때린 것도,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자신이 겪은 것을 기준으로 ‘괜찮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최 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학대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나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자녀를 훈육하는 방법에서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은 방식대로 자녀를 학대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믿은 것이다.
숨진 최 군은 학교에 다닌 시간이 두 달에 불과했지만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 같은 반 여자아이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거나 색연필로 다른 아이의 옷에 낙서를 했다. 이 문제 때문에 학교로 불려간 부모는 아이를 더 호되게 훈육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최 군의 행동은 전형적인 ‘피학대아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 증상이다. 피학대아증후군은 학대를 당한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신체, 정신적인 이상을 말한다. 최 군은 학대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를 주변 친구들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풀었고, 이로 인해 부모에게 더 가혹한 학대를 받게 된 것이다. 자녀살해 사건 중에는 이처럼 반복된 학대로 피학대아증후군을 보이는 아이에게 부모가 점점 더 심한 학대를 가하다가, 결국 살해에까지 이른 경우가 종종 있다.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자녀를 훈육하려는 의도로 행한 학대가 문제행동을 더 심화시키거나 신체, 정신적인 발달 장애와 후유증을 낳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팀이 ‘대한소아과학회지’ 2009년 11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학대 아동 24명 중 25%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고, 정신과적인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54%에 달했다(doi: 10.3345/kjp.2009.52.11.1207).
황 교수팀은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대병원 학대아동보호팀이 개입한 아동학대 사례 76건 중 24건을 추적 조사했다. 분석 결과 24명 중에서 6명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신체, 정신적인 발달이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우울증이 있거나 사회적, 직업적인 기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총 13명이었다. 특히 3명은 학대를 당하고 수 년이 흐른 조사 당시까지도 신체적인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학대의 대물림은 자녀학대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학대 피해자는 성장한 뒤 자신을 학대한 부모를 살해하기도 한다. 존속살해 사건은 표면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가정불화 등 원인이 다양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학대로 인한 상처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1년 서울 광진구에서 일어난 고교생의 모친 살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는 어렸을 때부터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학습을 강요하며 폭행과 폭언을 반복했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방치했다. 또 어린시절 자신을 버린 적이 있었던 어머니를 살해한 경우도 있다. 정성국 검시조사관은 “부모살해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가해자가 어린시절 학대를 받았던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폭력에 의한 학대뿐만 아니라 ‘버림 받은 경험’같은 정서적 학대도 존속살해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훈육 방식이 자녀에게는 폭력이 되고, 그 폭력은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지거나 혹은 부모 자신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학대는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견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아이들은 한 달 평균 2.6명(2006년 1월~2013년 3월까지)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Part 1 그들은 왜 아이를 죽였나
Part 2 무관심이 만든 자녀 학대.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