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엔 과학동아 표지에 화성에 거주하는 인류의 그림이 실릴 것 같아요!’
과학동아와 서울시립과학관의 협업 전시 ‘미래를 보는 창, 과학’을 둘러본 관람객이 전시의 마지막 질문에 내놓은 답입니다.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학과 기술의 이슈를 한눈에 담아내는 곳, 과학동아 표지에 미래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릴까요?
상상이 피어나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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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토요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과학관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2024 한여름의 과학관’ 행사가 밤까지 이어지는 야간 개장 날이자, 과학동아와 서울시립과학관의 협업 전시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었죠.
과학관 2층, B 전시실로 향하는 복도. 길이 200m에 이르는 복도 벽면에 1986년부터 2024년까지, 46개의 과학동아 표지가 그해의 과학계 이슈와 함께 일렬로 전시됐습니다. 지금까지 제작된 464개의 표지 중에서도 특별히 엄선한 표지들입니다. 높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4개의 배너는 리처드 파인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 암스트롱 등의 명언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수평, 수직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약 40년 동안 과학동아가 만들어낸 시간을 표현했습니다.
표지, 당대의 이슈를 한눈에 보여주는 창
전시는 과학동아 창간호인 1986년 1월호로 시작합니다. 창간호에는 핼리혜성이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핼리혜성은 평균 76년을 주기로 지구 근처에 오는데, 가장 최근의 방문이 1986년이었습니다. 전시물 표지는 실제 과학동아 잡지 크기로 제작해 현실감을 살렸습니다.
46개의 표지를 따라가면 과학의 연속성과 기술의 연결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1990년 6월호에는 인간의 두뇌 속 컴퓨터와 집적회로가 형상화돼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온다는 특집 기사가 실렸죠. 이후 AI가 다시 과학동아 표지를 장식한 것은 26년 뒤인 2016년 4월호였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승부에서 5전 4승을 거두며 AI 붐이 다시 시작된 겁니다. 그 사이 AI는 혹독한 ‘AI 겨울’을 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죠.
과학기술계의 주요 사건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도 재밌는 관람 요소입니다. 1989년 6월호 과학동아 표지는 초전도 초충돌기(SSC)를 묘사한 일러스트가 장식했습니다. SSC는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건설코자 했던 미국의 입자 가속기였습니다. 하지만 4년 뒤인 1993년, 미국은 우주 정거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SSC 계획을 포기했죠. 지금 시대에는 알 수 없는 가속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과학동아 표지는 그달의 기사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의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그외 주요 기사 제목을 배치해 만든다”는 게 이한철 과학동아 디자인 파트장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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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복도에 응축된 40년의 과학 역사
“원래 전시 장소는 복도가 아녔어요.” 8월 6일, 협업 전시의 연출을 맡았던 이민주 인아웃에스씨 실장은 “처음 계획했던 장소는 1.5층 전시관 앞 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은 1층과 2층, 2층과 3층 사이에 반 층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 실장은 “1.5층 전시 홀을 확인한 뒤 전시를 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다 지금의 복도를 발견했다”며 “40년의 과학 이슈를 시간순으로 살펴본다는 이번 전시의 콘셉트가 전시실보다는 복도와 더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전시의 주요 색상은 주황색을 사용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중앙부가 천장까지 뻥 뚫린 아트리움 구조인데, 벽면과 천장 모두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이 실장은 “흰 벽에 시선을 사로잡을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황색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 모두에서 가장 주목성이 높은 색깔입니다.
“서울시립과학관 관람객의 연령대가 다양해 전시 높이를 결정하는 데 고민이 됐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하는 전시에서는 대개 지상에서 1.5m 높이로 전시물을 설치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립과학관에는 유아, 청소년,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방문합니다. 이 실장은 “보호자가 어린 자녀와 함께 전시를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을 상상하며 1.25m로 시선 평균치를 설계했다”고 답했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최애’ 표지는?
과학동아는 여름휴가의 끝자락인 8월 3일,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전시를 보고 문제를 푸는 활동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앞다퉈 활동지 종이를 받아 갔습니다. 행사 시작에 맞춰 가장 먼저 방문한 백진영 학생(서울 대진여고 2학년)은 200m의 전시를 꼼꼼히 살펴보며 활동지의 답을 적었습니다. 이종환 씨(연세대 물리학과 3학년)는 과학관에서 준비한 ‘양자컴퓨팅이 여는 새로운 시대’ 강연을 들으러 왔다가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학창 시절 과학동아를 읽어 전시에 낯이 익고 반가운 표지가 많다”면서요.
“전시된 많은 표지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표지는 무엇인가요?” 기자의 질문에 최연우 학생(서울 월곡중 2학년)은 2005년 1월호를 꼽았습니다. 해당호는 상대성이론 100주년을 기념한 특집 기사가 게재된 호로, 표지를 보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눈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연우 학생은 “아인슈타인과 눈을 마주치는 기분이 특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빌 게이츠의 얼굴이 실린 1994년 12월호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던 해에 윈도우 95를 설치하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약 30년 전 표지를 ‘최애’ 표지로 꼽으며 “외부 콘텐츠 생산자들과의 연결로 서울시립과학관의 전시를 다각화하고자 했다”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은 이번 ‘미래를 보는 창, 과학’ 전시의 키워드였습니다. 40년 가까이 축적된 과학동아 표지는 당대를 뒤흔들었던 과학과 기술 이슈가 지금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에는 질문이 주어집니다. ‘10년 후엔 어떤 과학 이슈가 중요할까요?’ 여기에 저마다의 답을 내놓는 시간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순간이죠.
이날 활동지 이벤트 정답자들에게는 과학동아 표지 키링을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총 3개의 아크릴 키링엔 기자가 꼽은 ‘최애’ 과학동아 표지를 그대로 인쇄했습니다. 결제를 위해 삽입된 바코드까지 말입니다. 비록 팝업 이벤트는 끝났지만 ‘미래를 보는 창, 과학’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전시장을 거닐며 여러분들의 ‘최애’ 표지를 찾아보고, 과거를 통해 미래의 삶을 생각하는 영감의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