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습격을 대비해 전 국민 모두 면역력 높이기에 한창이다. 시중에 유산균 관련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독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유산균에 관한 궁금증을 모아봤다.
● 궁금증1
유산균, 왜 필요할까?
→ 우리 몸을 지키는 1.5kg
엄마 코알라는 새끼가 젖을 떼면 아주 특별한 이유식을 먹인다. 바로 자신의 ‘똥’이다. 얼핏 더러워 보이지만 엄마의 똥에서 미생물, 즉 유익균을 물려받아야 비로소 아기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사람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무균 상태였던 태아가 엄마의 몸속을 빠져나올 때 일명 ‘미생물 샤워’를 거치며 처음으로 미생물에 노출된다. 엄마 몸에 있는 세균을 물려받는 과정이다. 태아는 여기서 면역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몸속 미생물은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성인 기준으로 우리 몸속에는 약 1.5kg의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다. 장내미생물만 약 38조 마리로 우리 몸의 세포 수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많다. 그중에는 유산균, 비피더스균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도 있고, 질병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유해균도 있다.
유산균은 발효과정에서 젖산을 만들어내는 세균을 통칭하는데, 이렇게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산성 물질은 주변의 수소이온농도(pH)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유산균은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해 위에서 분해되지 못한 섬유질, 다당류 등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유산균은 다른 장내미생물과 마찬가지로 장벽에 밀착 결합하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김치, 요거트 등 발효식품을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장내 유산균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식습관이 좋지 않거나 또는 나이가 들면 장내에 유산균 같은 유익균 비율이 점차 줄어든다. 황광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2 혹은 7:3 정도로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면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쌓이며 체내 유해균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금증2
나에게 필요한 유산균은?
→ 유산균마다 전공이 다르다
십이지장에서 소장, 대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기관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산균은 기본적으로 소화를 비롯한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또 장은 면역세포의 70%가 몰려있는 인체 최대 면역기관이기 때문에 면역력과도 관련이 있다. 유산균 섭취 등을 통해 유익균을 늘리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됐다.
예를 들어 유산균의 일종인 CJLP133의 경우 보조 T세포(Th1, Th2)를 만드는 사이토카인의 생성량을 조절해 면역세포의 균형을 맞춰준다. Th1과 Th2 세포의 균형이 깨지면 아토피 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oi: 10.1111/j.1750-3841.2010.02031.x
최근에는 유산균이 정신건강과 비만, 갱년기 증상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산하 ‘BYO LAB’에서는 유산균의 기능을 더 세분화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LP55는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산균이다. 장내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장벽에 염증이 생기며 유해균이 몸으로 퍼질 수 있다. 일종의 ‘누수’가 생기는 셈이다. 이런 염증 반응은 면역을 불균형하게 만들고, 이때 ‘여드름균’이라고 불리는 큐티박테리움 아크네스(Cutibacterium acnes)가 퍼지면 모낭에 염증(여드름)이 발생한다. CJLP55는 장내 면역 균형을 맞춰 여드름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설사 완화의 효과가 동물실험으로 입증된 유산균(CJLP243)도 있다. 설사를 유발하는 대장균을 먹인 돼지 108마리에게 4주간 CJLP243를 먹인 결과 1~2주 안에 장내미생물 균형이 맞춰지며 설사가 멈췄다. doi: 10.2527/jas2011-4434
황 교수는 “유산균도 균주에 따라 밝혀진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면 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유산균 등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진 유산균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금증3
유산균, 정말 장 끝까지 살아남을까?
→ 핵심은 생존력! 소구 균수를 확인하자
먹는 형태의 유산균 제품이 장까지 도달하려면 pH가 낮은 위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강력한 위산 때문에 유산균이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산균의 생존력이 중요한 이유다.
안희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균주의 종류와 배양 온도, 습도에 따라 유산균의 생존력이 달라진다”며 “같은 유산균이라도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은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보다 생존력이 1000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제품에서 이런 세세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땐 ‘소구 균수’가 많은 것을 선택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종의 ‘인해전술’이다.
소구 균수는 제품에서 보증할 수 있는 균의 개수를 말한다. 유산균 제품을 제조할 때 처음 투입한 균수인 ‘투입 균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투입 균수 100억, 소구 균수 20억이라면 유산균 100억 개를 넣어 만들었고 소비자가 유통기한 내에 제품을 먹으면 최소 20억 개의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구 균수가 많으면 유산균이 장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다.
또 김치나 콩 등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산균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염분이나 산도가 높은 비교적 혹독한 환경에서 자란 식물성 유산균이 영양분이 풍부한 우유 등에서 추출한 동물성 유산균보다 대체로 생존력이 강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유산균 제품은 크게 캡슐형과 가루형으로 나뉜다. 장까지 도달하는 것이 유산균 생존력의 핵심이라면 캡슐형 제품이 더 좋을까. 안 연구원은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캡슐 제품도 대부분 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가루 제품과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에서 풀리는 ‘장용성 캡슐’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산균 제품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장용성 캡슐을 제작할 때 습도나 열을 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유산균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