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98년부터 가동하고 있는스텔러레이터인 ‘거대나선장치(LHD)’의내부. 복잡하게 꼬인 내부 구조는 자기장을기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방편이다. 기이한 외형뱀 형태의 이 기계는 무엇일까](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10715961945476e7bd3a7e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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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핵융합의 난관 - ‘고삐 풀린 말’플라스마 길들이기 / 글 김영철](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6965567815476e7d540c6b.jpg)
우리는 아직 경제적인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류가 만난 가장 어려운 상대인 ‘자연’과, 그 자연이 무기처럼 휘두르는 ‘난류’ 현상 때문이다.
1억K짜리 보온 주전자를 만든다면?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토카막, 스텔러레이터)를 주전자와 비교해 보자.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고온(약 1억K. 0K은 영하 약 273℃)의 플라스마가 자기장에 의해 가둬져 있듯, 주전자 안에는 물이 가둬져 있다. 이 때 가스레인지(외부 에너지 공급)를 이용해 물 온도를 100℃까지 올린 뒤 가스레인지를 꺼 보자. 물의 온도가 떨어지는 시간은 주전자의 보온 성능과 관련이 있다. 물이 식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전자가 보온 성능이 좋은 주전자다.
이 원리를 핵융합 장치에도 적용해 보자. 온도가 최초의 약 36%로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에너지 가둠시간(confinement time, 이하 가둠시간)’이라고 한다. 핵융합에서는 플라스마의 온도가 1억K까지 올라가므로 온도가 3600만K까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둠시간이 된다. 핵융합 장치의 가둠시간 역시 길수록 좋다. 딱 하나 주전자와 다른 게 있다. 핵융합 장치는 스스로 에너지(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에너지가 어느 수준 이상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이 장치는 외부에너지 공급 없이도 플라스마를 영원히 1억K으로 유지할 것이다. 이렇게 외부 에너지 없이도 플라스마가 식지 않는 최소 가둠시간을 ‘임계가둠시간’이라고 하는데, 만약 플라스마 온도가 1억K고 밀도가 1020m-3라면, 임계가둠시간은 약 4초 정도가 된다. 이 말은 만약 가둠시간이 4초가 되는 핵융합 장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연료(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어주기만 하면 반영구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경제적인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단계다.
에너지 가둠시간과 플라스마 유지시간
케이스타 등의 실험 결과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마 유지시간(plasma pulse length)은 가둠시간과 전혀 다른 수치다. 플라스마 유지시간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는 상태로 플라스마를 가동하는 시간이다. 이 수치는 꽤 커서, 현재 케이스타등 토카막에서는 수십 초 수준, 스텔러레이터에서는 수십분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플라스마는 자석으로둘러싸인 진공 용기안에 갇혀 돈다. 이 때플라스마 중심부의온도는1억K를 넘고불과 1m도 안 되는간격을 떨어져 있는가장자리는1000K다.10만 배라는 아찔한온도차는 플라스마를길들이기 어려운야생마로 만든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19483221465476e81220e33.jpg)
현재 연구 중인 핵융합 장치들의 에너지 가둠시간은 약 0.2~0.3초 정도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핵융합 장치의 보온성을 지금보다 10~20배 개선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고온인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잠깐 딸기 잼이 채워져 있는 도넛을 상상해 보자. 도넛 안에는 딸기잼이 들어가는 공간과 잼이 없는 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토카막(도넛) 안에도 플라스마(잼)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구별돼 있다. 이 때문 에 토카막 안에는 플라스마의 경계, 즉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부위가 생긴다. 불과 1m를 사이에 두고 1억K와 1000K라는, 아찔할 정도로 큰 온도차와 그에 따른 밀도차가 발생한다. 자연은 이렇게 커다란 차이를 놔두지 않는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합치면 미지근하게 되듯, 자연은 열평형 상태를 만들고자 한다. 똑같은 현상이 토카막 안에서도 발생한다. 과연 인류는 이런 거대하고 막강한 ‘자연’의 힘을 이기고 고온의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부분이 연구자들의 최대 고민이었다.
다행히 인류는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이 괴물 같은 자연과 싸워 이기는 방법(열 비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그런데 자연은 결코 만만치 않아서, 이번에는 새로운 카드로 연구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바로 고온과 저온의 영역이 잘 나뉘어 있는 플라스마를 난류 상태로 휘저어 버리는 현상이다. 이런 플라스마 난류는 마치 야생마처럼 어렵고 복잡하며 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핵융합 과학자들은 우리의 승리가 멀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다.
재료 문제 역시 풀어야
마침내 플라스마 가둠시간을 4초 이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는 단계다. 이때부터는 새로운 문제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바로 재료다. 플라스마의 가장자리 온도가 1000K 이하라 할지라도, 이 온도조차 오래 견딜 수 있는 재료는 흔하지 않다. 더구나 플라스마 연료(중수소, 삼중수소)를 오염시키지 않는 재료를 찾아야 한다. 또 플라스마가 불안정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돌발현상은 순간적으로 상당히 높은 열을 핵융합장치 내벽에 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면 핵융합장치의 수명이 짧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플라스마 연구자들은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재료 연구자들은 높은 열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다행히 문제를 잠재울 궁극의 재료들이 연구되고 있다. 발전소를 지을 때까지는 이 문제 역시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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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인류최후 에너지 핵융합
PART1. 에너지 비정상회담
PART2. 핵융합의 원리
PART3. 핵융합의 장점과 발전
PART4. 핵융합 실현 기술
PART5. 핵융합의 난관
PART6. 핵융합 선진국의 주역 케이스타
BRIDGE.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 소장 인터뷰
PART7. 인류의 꿈이 모였다 이터(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