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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인류의 얼굴은 왜 점점 작아졌을까

민낯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다

PART 1. 인류의 얼굴은 왜 점점 작아졌을까

얼굴은 중요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먼저 얼굴을 익힌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안색을 살핀다. 요즘 사람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뼈만 남아 있는 인류의 조상을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얼굴이 어떻 게 생겼는지 궁금해한다. 인간의 얼굴은 언제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먼저 인간의 얼굴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인간 얼굴에서 처음으로 눈에 띄는 특징은 맨 얼굴 즉 '민낯'이라는 점이다(콧수염과 턱수 염을 많이 기른 남성은 잠시 논외). 털이 사라지면서 얼굴이 드러났다. 인류 는 원래 얼굴과 몸 전체에 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과 가까운 유 인원도 모두 몸은 물론 얼굴까지 털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진화 역사 속에 서 어느 순간 털을 잃었다. 잃은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밤에 주로 활동하 는 맹수를 피해 대낮에 활동하던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일 가능성이 높다.
 

민낯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다
맨 얼굴이 되자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동물이 됐다. 얼 굴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반면 수염을 기른 남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표 정을 읽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모여 있어서 표정 을 관리한다. 이 43개의 얼굴 근육은 모두 제7뇌신경(일명 얼굴신경)의 관장 을 받는다. 43개의 근육들이 각기 수축과 이완을 달리하면서 이루는 표정의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다. 수축과 이완의 두 경우만 생각해도 243개의 표정 이 가능해지며, 부분 수축, 부분 이완까지 고려하면 무한에 가까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43개의 섬세함, 얼굴 근육
인간 얼굴의 표정에서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눈동자의 움직임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눈에는 흰자위가 크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은, 사람으로 치면 흰자위에 해당하는 부분(공막)이 희지 않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 고릴라도 공막이 짙은 색이다. 반면 사람은 희다. 이렇 게 흰자위가 생기면 장점이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완연하게 드러나, 누군 가가 자신을 쳐다볼 경우 그 눈길을 금세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눈길 을 따라서 같은 곳을 볼 수도 있다. 놀라거나 무서워서, 혹은 위협의 표시로 눈을 부릅뜰 때는 흰자위가 많아지는데, 이 때문에 인간은 다른 사람의 눈 에서 흰자위가 많아지면 자신도 모르게 위험을 느낀다. 소리를 내지 않고도 흰자위만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하는 셈이다.

하지만 흰자위를 얻은 대가로 치러야 할 불편도 있다. 인간은 흰자위 때문 에 자신의 정보가 쉽게 노출된다. 예를 들어, 상대를 은밀히 보기가 힘들다. 상대를 기습 공격하려고 할 경우 큰 단점이다. 공격을 피해 숨어있을 때에도 흰자위는 곤란하다. 희번덕거리는 흰자위는 그대로 나의 위치를 적에게 알려준다.
 
 

눈동자의 홍채 색도 옅어졌다. 홍채의 색깔이 옅어지면 한층 더 많은 정보 를 전할 수 있다. 동공의 크기가 변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 공의 크기는 빛의 강도에 민감하지만, 감정에도 민감하다. 심장 박동수나 혈 압의 변화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이 반응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도 없고 감출 수도 없다. 짝사랑하는 상대를 보고 뛰는 가슴은 감출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동공이 확대되는 것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700만 년 전 인류의 커다랗고 강한 얼굴
인간이 언제부터 맨 얼굴이었고 언제부터 흰자위가 생겼는지, 언제 홍채 의 색깔이 옅어졌을지 등은, 얼굴의 기원과 관련한 중요한 의문이다. 하지만 이들 부위는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발굴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고인류학자들은 진화론을 이용해 추정하기로 했다. 얼굴의 어떤 특징이 주는 유익한 면과 유해한 면을 비교한 뒤, 만약 유익한 면이 유해한 면보다 우세하다면 그 특징이 널리 퍼져나갔다고 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눈의 흰 자위는 기습 공격을 하거나 숨어있을 때 유해하다.
하지만 만약 사회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때 얻는 유익함이 유해함을 압도한다면, 이 형질은 퍼져나갈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했을 때, 흰자위는 적어도 숲에서 살던 시기에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았다. 숨거나 기습을 하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면 숲에 살던 초기 인류는 지금의 침팬지와 고릴라처럼 공막이 짙은 색일 가 능성이 높다.
 

거대한 광대뼈
거대한 광대뼈,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
약 180만 년 전에 살았던 보이세이는 숲에 살며 강력한 턱으로 척박한 기후에도 살아남은 질긴 식물을 씹어 먹었다.
발달한 광대뼈가 턱근육의 위용을 드러내 준다.

뼈에서 살로
뼈만 남은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우리 눈에 보이는 얼굴은 뼈, 근육, 피부, 피하지방이 합쳐서 만들어진다. 얼굴에는 누구나 43개의 근육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근육의 크기는 뼈에 근육이 붙는 자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근육이 클수록 뼈에 근육이 붙는 자리가 크다. 근육의 크기, 피부와 피하지방의 두께는 집단, 성별, 연령,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대략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피부와 피하지방층이 얇아진다. 여기에 피부색, 눈색, 머리색을 더하는데, 이들은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을 통해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영양상태, 질병 유무, 성별과 연령에 따라 색깔이 좀 달라져, 탁해지거나 누렇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복원을 최대한 정확하게 하려면, 뼈에서 집단, 성별, 연령, 질병, 영양상태 등에 관련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해야 한다.

인간의 얼굴 자체도 마찬가지다. 얼굴은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화석 으로 남아있는 부분만으로도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다. 학자들은 오래 전 부터 인간의 어린 얼굴에 주목했다. 어린 아이는 두뇌가 있는 윗부분(머리 부분)에 비해 그 아래에 있는 '얼굴' 부분이 작다. 또 눈에 비해 코와 입이 작다. 이는 눈이 두뇌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의 크기는 두뇌 크기가 완성되면서 완성되고, 코와 입은 얼 굴이 커지면서 완성된다.
그런데 동물과 인간은 이 과정이 서로 다르다. 동물은 보통 자라면서 코와 입이 커지고, 이에 따라 머리 앞쪽으 로 툭 튀어나온다(눈을 제외한 코와 입이 튀어나온다. 개나 원숭이를 생 각하면 쉽다). 그런데 인간은 어른이 돼도 코와 입 부분이 그다지 커지지 않는다. 그래서 옆에서 보이는 모습도 이마와 턱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다. 최초의 인류 후보로서 두개골이 발 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눈두덩이다. 비가 와도 눈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유인원을 닮은 눈,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그 다음은 튀어나 온 머리다. 머리 위에 산맥처럼 솟아있는 시상융기가 있는데, 이는 이 부분에 커다란 저작근육(턱이 씹는 역할 을 하게 하는 근육)이 있었다는 뜻이다. 저작근육은 얼 굴 옆을 지나 턱에 연결되므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 스는 큰 저작근육을 지탱하기 위한 큰 옆 얼굴과 깊은 턱 을 지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저작근육을 지탱하기 위해 반대 근육인 목근육 역시 컸을 것이다. 실제로 뒷머리뼈 를 보면, 목근육이 붙는 부분이 우락부락하게 툭 튀어나 와 있다.
이렇게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크게 튀어 나온 눈두덩과 조그만 두뇌용량, 납작한 코, 큰 턱, 굵은 목, 자그마한 송곳니, 큰 앞니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특징이 조합된 얼굴만 놓고 보면 침팬지와 별로 다 르지 않다. 오직 하나,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이 유일한 차이였을 것이다. 만약 직립보행의 증거가 불확실하다 면, 사헬란트로푸스는 유인원의 조상이거나 인류가 갈라 지기 이전에 살던 공통조상의 화석으로 재분류될 가능 성도 있다.
뼈 외의 다른 부분은 어땠을까. 사헬란트로푸스 차덴 시스는 숲에서 생활했다. 흰자위는 숲 생활에 불리하기 때문에, 아마도 공막은 짙은 색깔이었을 것이다. 코뼈가 납작하므로(두 코뼈가 나란히 수평을 이루고 붙어 있다), 코 역시 밋밋하고 평평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반면 인간의 두 코뼈는 각을 이루고 붙어있 어서 붙은 부분이 지붕처럼 솟아 있다).
 

루시는 인간적인 얼굴을 했을까
초기 인류의 대명사이자 명백한 직립보행의 주인공 '루시(오스트랄로피 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에게는 얼굴이 없다. 화석이 목 아래만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시와 같은 종인 남자 화석(AL 444-2)의 얼굴을 통해 상상해 볼 수는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얼굴은 이전의 초기 인류와 별반 다 르지 않았다(119쪽). 크게 튀어 나온 눈두덩, 조그만 두뇌용량, 납작한 코, 큰 턱, 굵은 목, 자그마한 송곳 니, 큰 앞니 등이 여전히 유인 원과 비슷했다. 이런 특성은 저작근육(씹는근육)이 발달했 기 때문이다. 저작근육은 옆머 리와 턱뼈의 크기를 좌우한다.
저작근육을 지탱하기 위한 구조물로 머리뼈 위에 깃이 생겼고, 턱뼈도 우락 부락하게 커졌다. 큰 이빨을 지탱하기 위해 입 속 역시 깊고 넓어졌다. 이들 이 이렇게 막강한 저작근육을 가진 것은 역설적으로 당시 환경이 점점 척박 했다는 뜻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자, 질긴 식물 등 영양가가 적은 것이라도 일단 씹어 삼켜야 했다.
눈동자의 흰자위는 어떨까. 고인류 복원 예술가인 존 거치는, 루시가 흰 자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숲을 벗어나 벌판 생활을 했다 는 가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아직 없다. 다만 두 발로 걷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동료나 가족과 소통을 하는 루시를 상상해보 면, 눈이 까만 눈동자로 꽉 찬 유인원과는 확연히 다른, '인간'의 느낌을 받 을 수 있다.

얼굴이 작아진 호모 하빌리스와 에렉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파란트로푸스가 숲에 군림하고 있을 때, 저작근육으로는 이들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었던 또다른 한 떼의 인류 조상 이 다른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덜 씹어도 되는 먹거리 즉 고기를 먹게 된 호모 속 인류다. 이들은 억센 풀보다는 부드러운 골수, 내장, 그리고 생고기 를 구해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저작근육보다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 는 머리가 커지는 게 더 중요해졌다. 일단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자, 그동안 머리 크기를 제한하고 있던 저작근육은 작아졌다. 이제 인류는, 머리가 커지고 대신 얼굴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작아진 얼굴, 호모 하빌리스
호모 속에 속하는 첫 번째 화석종인 호모 하빌리스 (위 사진)와 호모 루돌펜시스 역시 이 경로를 따랐다. 우선 두뇌가 커졌고, 그에 따라 얼굴이 상대적으로 작 아졌다. 강한 저작근육에 의존하던 파란트로푸스에 비 해 그다지 많이 씹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광대뼈와 어 금니, 턱뼈도 작아졌다. 코뼈는 약간 솟아올랐다. 머리 가 커진 것은 주로 전두엽(뇌의 앞부분) 영역이 늘어났 기 때문인데, 그 결과 이마가 곧고 훤칠해졌다. 훤칠한 이마, 오똑한 코, 그리고 전반적으로 갸름해진 얼굴은 분명 인간과 한층 가까워졌다.
또다른 호모 속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124쪽)는 이전 인류보다 두뇌가 더 커졌고(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 배), 얼굴 역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됐다. 눈두덩은 두텁고, 따라서 부리부리하다. 그러나 현생인류와 비교해서는 두뇌가 아 직 3분의 2정도의 크기로, 얼굴은 여전히 지금보다는 큰 느낌을 준다. 호모 에렉투스의 가장 유명한 화석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지만, 아시아에도 많 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과연 얼굴이 달랐을지 궁금함이 생긴다. 하지만 중 국 등 아시아에서 발견된 에렉투스 화석에는 얼굴뼈가 거의 남아 있지 않 아 비교할 수가 없다. 일부 학자들은 아시아의 호모 에렉투스의 얼굴이 남 아 있지 않은 이유가 식인이나 호전적인 공격성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하 지만, 증명된 적은 없다.
호모 에렉투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수렵인, 그러니까 처음으로 다른 동물들을 잡아 먹은 종이다. 사냥은 에렉투스의 얼굴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단 사냥에는 소통이 중요한데, 사냥감의 주목을 끌지 않으며 조용하게 소통하려면 눈길과 표정, 몸짓이 발달해야 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이런 특 징을 발달시켰을 것이다. 대단히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일본인은 왜 덧니가 많을까
유럽 이외 다른 지역의 인간, 특히 아시아인은 코가 커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광대뼈도 작고 가냘프다. 아시아인의 경우, 일찍부터 발달한 농경 덕분에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됐다. 그에 따라 저작근육이 발달하지 않았고, 저작근육이 붙는 턱뼈도 가냘퍼졌다. 가냘퍼진 턱뼈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는데, 바로 그 턱뼈를 비집고 나오는 치아다. 치아의 크기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그 치아를 지탱하는 턱뼈의 생김새는 후천적으로 결정된다. 작고 가냘픈 턱뼈와 상관없이 나오는 치아는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하게 들어서게 된다. 결국 삐뚤빼뚤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른바 덧니가 생기는 셈이다. 덧니는 특히 부드러운 음식을 오랜 동안 선호해 온 일본에서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증가했다. 일본 문화에서 덧니는 고쳐야할 비정상의 상태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표징으로 여겨졌다는 점도 수가 늘어나는 데에 한몫을 했다. 일본의 덧니는 바로 생물과 문화가 어우러져서 진화한 좋은 예다.

눈길과 표정, 몸짓, 호모 에렉투스는 이런 특징을 발달시킨 대단히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인간적인 얼굴, 호모 에렉투스
유럽인 얼굴의 기원 네안데르탈인,
축소형 얼굴 플로레스인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에서 발견된 의문의 화석,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일 명 '플로')는 어떨까. 플로는 여자인데, 두뇌가 인류 역사상 가장 조그마한 편이다. 용량이 450cc로, 오래 전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 스에 버금간다. 하지만 얼굴은 크게 다르다. 플로는 두뇌뿐 아니라 얼굴도 작기 때문에, 얼굴이 크다는 느낌이 들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는 전혀 다르다.
플로는 현생인류에 비해서는 눈두덩이 굵고 튀어나왔으며, 턱은 뾰족하 지 않고 밋밋하다. 하지만 대신 눈이 큰 편이다. 종합하면, 생김새 자체는현생인류와 상당히 닮았다. 코뼈는 발굴 당시 깨져서 없어졌기 때문에 코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전세계로 퍼져나간 인류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굴 모습을 보인 다. 현생인류 중 아시아인의 경우, 앞 에서 보면 얼굴이 동그랗고, 옆에서 보면 앞뒤로 짧다. 동그란 얼굴은 광대 뼈가 앞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긴 쪽이 얼굴과 평행). 반면 서유럽인의 경우, 광대뼈가 옆쪽으로 향해 있어서 앞에서 보는 얼굴은 갸름하고 옆에서 보면 앞뒤로 길다. 유럽인의 얼굴이 이렇게 옆에서 봤을 때 긴 이유는 무엇 일까. 그 기원은 네안데르탈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전 의 인류처럼 눈두덩이 두텁긴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보다는 갸름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눈두덩이 정말 갸름해져서가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워낙 큰 두뇌(현생 인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컸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얼 굴이 상대적으로 갸름하게 보인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위는 코를 중심으로 한 얼굴 중간 부분이다. 코가 커지고 양쪽의 부비강도 커지면서 코 부위가 앞으로 튀어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의 이런 코 생김새에 대해서는 가설이 많은데, 빙 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그럴 듯 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빙하기의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들이 마시면 폐에 너무 심한 충격이 오기 때문에 코가 마신 공기를 머금어 따뜻하게 데우는 역할을 한다. 네안 데르탈인은 또 굵고 튼튼한 목을 지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앞니를 도구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가죽을 무두질할 때, 앞니를 앙다물고 당겨 가 죽을 부드럽게 했다. 그러자면 이를 지탱할 만큼 목근육도 발달해야 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뼈가 부러지고 붙는 일은 다반사 였다. 머리에도 무수한 상처를 입었다. 만약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고된 삶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안 데르탈인은 힘든 삶 와중에도 빨간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마 그들의 눈은 예술적인 영감으로 번득였을 것이다. 고된 삶 가운데에서도 예술 행위 를 놓지 않는 모습.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은 바로 우리들의 얼굴이다.
 

다시 작아진 두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우리의 얼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다양한 우리의 '얼굴'
곧게 선 이마, 오똑한 코, 존재감 있는 턱, 표정 있 는 눈매와 다문 입. 여기에 금발과 푸른 눈을 더한 모 습. 혹시 이 모습을 현생인류의 전형으로 떠올리는 사 람이 있을까. 과거에는 그런 사람이 꽤 있었다. 이 모습 은 1986년도에 나온 '에이라의 전설(Clan of the Cave Bear)'이라는 영화에 나온 얼굴의 특징이다. 이 영화에 서 현생인류 여자아이 '에이라'는, 우연히 네안데르탈인 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미개한' 삶에 한 가닥 밝은 빛을 비춰준다. 영락없는 북서 유럽인의 얼굴을 한 영화 속 에이라는, 당시 학계와 사회가 모두 생각하던 현생인류 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얼굴만 현생인류의 얼굴은 아니다. 납작 한 이마를 가지고 있거나 납작한 코를 가지고 있는 사 람, 턱이 뾰족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카락색, 눈동자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 현생인 류라는 범위에 포함돼 있다. 현생인류의 얼굴은 몇 가 지 특성으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다양한 얼굴 중에는 한국인의 얼굴도 있다. 과거에는 중국 한족의 얼굴을 한국인의 얼굴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얼굴도 다양한 얼굴이 섞여 있다. 여기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다양성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송 등에서 이러한 다양성 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아마 오래지 않 아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진화, 천의 얼굴을 빚다
PART 1. 인류의 얼굴은 왜 점점 작아졌을까
PART 2. 광대뼈가 높을수록 진실한 사람이라고?

201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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