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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살게 된 최초의 식물 이끼 기르기

이끼는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지만 직접 관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우 작아 평소 눈길이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끼는 어떤 생애를 보내고, 키우려면 어덯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PET병에 직접 키운 이끼. 직사광선을 피하고 정수기 물을 사용해 키워야 한다.


봄과 함께 피어나는 각양각색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지만 꽃의 화려함에 뒤지지 않게 아름다운 초록 융단으로 대지를 덮어주는 존재가 있다. 이끼가 바로 그것이다.

이끼는 물속에서 살던 조류(藻類)가 진화해 땅 위에서 살게 된 최초의 식물이다. 흔히 이끼는 그늘지고 습한 나무 그늘과 계곡에서만 서식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끼는 작은 몸체와 달리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높은 산악지방이나 툰드라지방, 심지어 극지방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5천4백m 고지대에서, 남극에서는 남극점으로부터 4백8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끼류가 발견된다. 북극권의 툰드라에 서식하는 이끼는 무릎 높이까지 자라 드넓게 지표를 덮으며, 겨울철에는 순록의 주요한 먹이가 되고 있다. 그래서 북극의 이끼를 '순록이끼'라고 부른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이끼는 약2만3천여종. 이들은 선태식물이라고 부르는데, 솔이끼류(선류)와 우산이끼류(태류)가 포함돼 있다. 선태식물은 다른 종자식물들과 달리 꽃이 피지 않는다. 또 관다발이 없으며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뿌리는 있지만 단순히 몸을 지탱해 주는 헛뿌리이다. 그러나 엽록체를 가지고 광합성을 한다는 점에서 이끼는 어엿한 식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시림이나 물이 마르지 않는 습원에서 많이 자라는 이끼는 제 몸속에 물을 저장해둔다.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계속되어도 원시림 속의 습도를 언제나 높게 유지해 초목의 성장을 돕는다. 특히 물이끼같은 경우는 제 몸의 15-20배의 물을 몸안에 저장할 수 있다.

소나무 잎을 닮은 솔이끼

솔이끼류는 모양이 마치 소나무잎처럼 생겼다. 솔이끼류에는 들소이끼, 주름솔이끼, 솔이끼 등이 있다. 이들은 우산이끼와 달리 줄기와 잎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인 관다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의 작은 줄기에는 녹색의 잎들이 돌려나며 줄기의 끝에는 헛뿌리가 있다.

솔이끼 수그루의 줄기 끝에는 꽃잎이 돌려서 난 것 같은 장정기가 있다. 그 꽃잎처럼 생긴 것을 떼어보면 녹색의 바나나처럼 생긴 것이 나온다. 그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정자가 만들어진다. 솔이끼 암그루의 끝에는 난자를 만드는 장란기가 있다.

이른 봄 비가 오거나 큰 이슬 때문에 습기가 충분해지면 정자는 장정기에서 터져나와 암그루로 이동한다. 정자는 암그루의 장란기로부터 나오는 당분의 냄새를 맡고 난자까지 이동해수정한다. 수정 후에는 포자 모세포와 이것들을 담고 있는 포자낭을 만든다. 포자 모세포는 여름철에 감수분열해 포자를 만든다. 날이 건조해지면 포자들은 튀어나와 땅에 떨어진다. 포자들은 적당한 조건에 놓여지면 발아해 원사체라 불리는 실모양의 녹색의 세포로 자란다. 이 원사체에서는 약 3일 후면 싹이 나와 다시 이끼로 자라는 것이다.

무성이라도 번식하는 우산이끼

우산이끼류는 포자낭을 달고 있는 몸체의 형태가 우산처럼 생겼다. 여기에는 털우산이끼, 삿갓우산이끼, 패랭이우산이끼, 아기패랭이우산이끼 등이 있다. 솔이끼와는 다르게 우산이끼는 줄기와 잎을 나누어 구별할 수 없다.

땅에 납작하게 붙은 나뭇잎같이 생긴 몸체에는 바로 헛뿌리가 붙어 있다. 납작한 우산이끼의 몸은 엽상체라 부른다. 엽상체의 표면은 오각형 또는 육각형의 세포들이 모여 있고 중간 중간에 구멍이 있어 공기가 출입한다.

우산이끼의 수그루는 가장자리에 홈이 패인 원반 모양을 하고 있다. 원반의 위쪽에는 정자를 만드는 장정기가 있다. 암그루는 찢어진 우산모양이다. 난자는 갈라진 우사살의 아래부분에서 만들어진다. 솔이끼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거나 습기가 있으면 수그루의 정자가 암그루로 헤엄쳐오고, 장란기에 도착해 수정하게 되면 포자모세포와 포자낭이 만들어진다. 포자모세포의 감수분열에 의해 포자를 만들고, 솔이끼의 경우처럼 날이 건조해지면 포자낭이 터져 번식한다.

우산이끼는 포자로 번식하는 것 외에 무성아라고 하는 분신을 만들어 번식하기도 한다. 엽상체 위에 납작한 컵모양을 하고 있는 무성아 컵에는 많은 무성아가 들어 있다. 이들은 가을이 되면 더욱 많이 만들어지는데 땅에 떨어져 새로운 이끼로 자란다.

이끼는 어떻게 채집하나

이끼는 멀리 산이나 계곡을 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담장에도, 낡은 계단이나 나무 줄기에도 붙어 있다. 특히 화단의 그늘진 곳을 보면 초록융단같은 이끼를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끼를 채집할 때는 채집장소, 날짜, 토양의 색깔 및 그밖의 주위환경을 기록한다. 또 포자낭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서 포자낭도 같이 채집하고, 나무줄기에 붙어있는 이끼는 나무껍질까지 함께 채집한다.

이끼를 키우는 방법

이끼를 키우기 위해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기르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빛이 너무 강한 곳을 피하고, 맑은 정수기 물을 사용하면 이끼의 일생을 관찰할 수가 있다. 특히 포자낭 등은 매우 작기 때문에 돋보기로 관찰해보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관찰 키 포인트

이끼의 포자를 모아 키우면 싹기 트고 자라는 모습을 1년 동안 관찰할 수 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포자모세포를 만드는 시기이다. 이때 솔이끼의 경우는 잎이 자라는 것을, 우산이끼의 경우는 암그루와 수그루에서 우산대처럼 생긴 부분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6월이 되면 이끼의 포자낭이 성숙한다. 이 시기는 포자모세포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 포자를 만들기 때문에 우산이끼의 암그루에서 노랗게 영그는 포자낭과 솔이끼의 암그루 끝에 자루처럼 달리 포자낭을 관찰할 수 있다. 날이 건조해지는 가을이 오면 포자낭이 터져 포자가 바람에 날린다. 이때는 포자낭의 뚜껑이 열리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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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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