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은 에볼라무방비 국가환자 수송·확진·치료 모두 할 수 없다 - 미국인 에볼라 환자두 명을 본국으로 실어 나른 피닉스 에어사의에어 앰뷸런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05455002153fbee4791100.jpg)
1 에어 앰뷸런스가 없다
7월 말,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와 선교사 낸시 라이트볼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국 정부는 8월 초 ‘에어 앰뷸런스’를 파견한다. 에어 앰뷸런스는 각종 의료기기가 설치돼 있는 ‘하늘 위의 구급차’다. 미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현재 신약 지맵(ZMapp)을 투여 받고 호전되고 있다. 수많은 아프리카 희생자와 달리 두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건 미국의 의료기술과 에어 앰뷸런스 덕분이다.
에어 앰뷸런스에는 환자를 안전하게 담아 오는 특수 플라스틱 텐트가 설치돼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만든 이 밀폐장치는 기내에 있는 수송요원들을 에볼라로부터 보호한다. 바이러스는 0.3μm보다 큰 입자를 99.97% 이상 거르는 헤파필터(고성능 공기필터)에 막혀 텐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의료진은 글로브박스를 통해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장비가 없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인이 에볼라에 감염되면 급히 외국에서 에어 앰뷸런스를 빌려와야 한다. 급한 대로 밀폐 텐트를 일반 비행기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비상시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송영조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관계부처에서 논의 중”이라고만 답했다. 아예 데리고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전문가는 “국내 의료진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다룰) 전문성이 없어서 데리고 들어오는 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지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2 환자 확진 못 한다
현재 WHO도 서아프리카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도 아프리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발열검사나 개인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는 잠복기가 최대 21일에 이른다. 잠복기에는 발열이나 출혈 같은 증상이 없고 전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방역망이 뚫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0’은 아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스페인의미겔 파하레스 신부가 8월 7일 밀폐텐트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204726375953fbedbe9fe2d.jpg)
▲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스페인의 미겔 파하레스 신부가 8월 7일 밀폐텐트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검사를 더 한다. 간접면역형광항체법(IFA), 효소면역분석법(ELISA), 바이러스 분리배양 등이 있다. 여러 번 검사하다보면 점점 100%에 가까워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확진’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RT-PCR 장치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확진을 위해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산 채로 다뤄야 한다. 안전이 확보된 특수실험실 ‘BL4(Biosafety Level 4)’가 필요하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옷을 입고, 공기를 따로 공급받으면서 실험을 하는 곳이다(Inside 참조). BL4 실험실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에볼라가 발생해도 확진할 방법이 없다. 시료를 미국으로 보내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
3 에볼라 치료제 없다
우리나라에서 에볼라에 걸리면 고칠 방법이 없다. 일부 국가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수량이 부족해 구하기도 어렵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 걸까. 역시 실험실이 없어서다. 에볼라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면 바이러스를 산 채로 다룰 수 있는 연구실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BL3(Biosafety Level 3)급 실험실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죽일(불활성화) 수만 있다. 이것도 원래는 BL4에서 해야 하는데, 여건상 BL3 안에 격리시설을 갖춰 안전을 강화한 다음 실시한다.
현재 전 세계 21개국에 54개 BL4 실험실이 있다. 우리나라도 55번째 BL4 실험실을 만들고 있다. 올해 말에 실험실이 완성되고, 복잡한 승인과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도 최소 1년 뒤에나 가능하다. 그전까지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 당분간 우리나라에 에볼라가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앰뷸런스가 없는우리나라는 해외에서에볼라 환자가 발생하면속수무책이다BL4실험실이 없어확진이 안 돼고치료제도 없다. 국내에서 의심 환자가 발견되면?의심 환자의 검체(혈액이나 침 등)를 추출해질병관리본부의 BL3+ 실험실로 가지고간다. BL3 이상 실험실은 완전히 밀폐된공간에 음압이 유지되고 있어 바이러스가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90744486153fbedcf4060e.jpg)
INSIDE | ‘문 열어놓은 냉장고’ BL3 실험실을 가다
“한 달에 전기료만 2000만 원이라고요?” 8월 13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이희일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에게 BL3(Biosafety Level 3) 실험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듣고 놀라서 되물었다. “그래도 BL3는 낫습니다. BL4는 두 배예요.” BL3와 BL4에 전기료가 많이 드는 이유는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BL3는 1시간에 실험실 전체 공기를 10번 갈아치운다(BL4는 20번). 실험실 안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공기가 계속 바뀌니 에어컨(또는 난방기)을 무한대로 틀어야한다. 야외에 놓은 에어컨, 문 열어놓은 냉장고와 같은 개념이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행여 실험실 안에서 바이러스가 누출되더라도 고성능 필터로 빨리 걸러낼 수 있다. 이 연구관은 BL3에서도 BL4에 근접한 곳이 있다고 말했다. “BL3+라고 부르는 방입니다. 호흡장치가 추가로 있고, 격리시설(isolator)에 설치된 글로브 박스로 손을 넣어 실험합니다.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곳이죠.”
에볼라 환자는 어떻게 치료받을까?
에볼라가 확인된 환자는 17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중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진다. 이곳에 설치된 격리병상에도 헤파필터가 설치돼 있다. 외국에서 치료제를 들여올 때까지 증상치료(대증요법)만 진행한다.
![생물안전도의 정의 및 취급 병원체의 종류](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61764158353fbedf323135.jpg)
![BL3+와 BL4 비교 - 헤파필터는지름 0.5~2μm단면의 유리섬유가복잡하게 얽혀있어바이러스를 걸러냄.](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97252242853fbee06102e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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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쇼크
INTRO. 에볼라의 모든 것
PART1.전염의 시작
BRIDGE. 에볼라가 보내 온 편지
PART2. 한국은 에볼라 무방비 국가
PART3. 인간에겐 아직 두 개의 무기가 남아 있습니다
EPILOGUE. 에볼라 대재앙 앞으로 어떻게? 대유행 팬데믹은 아직 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