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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아! 문제는 배터리야 PART 1

스마트폰 마음껏 구부리고 접으려면 필요한 건~ 플렉서블 배터리 3가지 미션

멍청아! 문제는 배터리야 PART 1

현재 스마트폰이나 노트북PC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다. 리튬이온전지는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휴대용 전지보다 성능이 월등하다. 같은 용량의 니켈카드뮴전지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전기 용량도 다른 이차전지의 2배에 달한다. 실제로 리튬이온전지가 나오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훨씬 작고 얇아졌다. 문제는 모양이다. 안경이나 손목시계처럼 생긴 웨어러블 기기에는 큰 직육면체 모양의 리튬이온전지를 넣기 어렵다. 작게 만들어서 넣어야 하는데, 전기용량이 줄어들면서 불과 몇 시간밖에 쓸 수 없게 된다.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 배터리’가 답이다
 
휴대전화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비하면 배터리는 거북이 걸음이다. 배터리의 역사를 보면 전지의 에너지밀도가 10년마다 2배씩 늘어났다. 컴퓨터 프로세서의 처리속도가 2년마다 2배씩 늘어나는 데 비해 5배나 느린 셈이다. 더구나 리튬이온전지가 상용화된 지 20년이 훌쩍 지나 이제는 성능을 더 이상 개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세상에 없던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리튬이온전지를 구부리고 접을 수 있게 만들어
서 안경테나 손목시계 밴드에 적용하면 어떨까. 성능을 월등히 높이지 않아도 용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유연한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더 작게 만들어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필수다. 하지만 무작정 휘어지는 리튬이온전지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플렉서블 배터리가 꼭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미션을 살펴보자.

이차전지

리튬이온전지의 원리

폭발하지 않는 전해질
휘어지는 배터리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전지를 심하게 변형하면 안에 든 액체전해질이 새어 나오면서 합선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때 열이 발생해 분리막이 녹으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폭발할 위험이 있다. 또 액체 전해질은 휘발유보다 더 쉽게 불이 붙어서, 잘못해서 높은 전류나 전압이 가해지면 전지가 타들어간다. 실제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려고 새어 나올 염려가 없는 고체 형태의 ‘고분자전해질’에 주목했지만, 유연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성능도 낮다). 그런데 지난 1월 8일, 저널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고분자전해질을 유연하게 만들어서 심하게 구겨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를 주도한 이상영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이온전도도가 좋은 ‘플라스틱 크리스탈 전해질’을 이용했다. 이 전해질에 고분자를 만드는 물질인 ‘단량체’를 혼합한 뒤 PET 고분자 틀 안에 넣고 20초간 자외선을 쬐어 주었더니, 단량체들 간에 가교반응이 일어나면서 3차원 그물 형태의 새로운 고분자전해질이 만들어졌다.
 
플라스틱 크리스탈처럼 전기도 잘 통하면서 열에도 강하고, PET 고분자처럼 단단한 ‘하이브리드’ 재료로 변신한 것이다. 기존 고분자전해질과 비교했을 때 두께는 10분의 1 이하로 줄었고, 유연성은 30배 이상 높아졌다. 연구팀은 새로운 고분자전해질을 이용해 리튬이온전지를 제작했다. 실험 결과, 지름이 5mm인 원통에 둘둘 말거나 심하게 구겨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80℃ 열을 가해도 문제가 없었다.

가교반응

입을 수 있는 신개념 '섬유배터리'

부러지지 않는 금속 집전체
 
현재 쓰이는 이차전지는 도시락 통처럼 정해진 케이스에 얇은 막 형태의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서로 포개 모은 뒤, 전해액을 넣어 만든다. 음극재와 양극재는 본래 분말 형태인데,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평평한 판 모양의 ‘집전체’ 위에 고정한다. 이런 모양의 집전체는 반복해서 구부리거나 접었을 때 부러지기 쉽다. 접었다 구부렸다 하는 웨어러블 기기에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케이블 배터리다. 김제영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알루미늄 호일 집전체를 속이 빈 나선 모양의 스프링으로 만들었다. 안에는 ‘겔’ 형태의 전해질을 채우고 겉에는 피복을 입혔다. 배터리 성능은 그대론데, 유연성은 크게 높아졌다. LG화학 홍보팀 관계자는 “케이블배터리는 어느 방향으로든 구부릴 수 있으며, 지금까지 개발된 유연한 배터리 가운데 전기화학적 성능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혹시 미래에는 동네 철물점에서 필요한 길이만큼 배터리를 잘라 구입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케이블배터리는 생산 단계부터 웨어러블 기기에 맞는 길이로 제작될 예정이다. 물론 제작할 수 있는 길이에 제한은 없다. 여러 개를 이어 붙여서 밴드 형태로 만들거나, 케이블을 더 얇게 만들어서 옷감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케이블 배터리





 
사방으로 늘어나게 만든 배터리도 있다. 휘어지는 것만으론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배터리가 한계치 이상으로 휘어지면 늘어난 쪽이 찢어질 수도 있는데, 배터리 자체에 신축성이 있다면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백운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은 휘어지고 늘어나는 배터리를 개발해 지난해 2월 2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여기에도 스프링 구조가 활용됐다.
 
네모난 모양에 말랑말랑한 이 배터리는 사방에서 잡아당기면 최대 4배까지 늘어난다. 손을 놓으면 원 상태로 돌아간다. 연구팀은 지름 2mm짜리 전극 100개를 S자 모양의 스프링으로 연결해 이 배터리를 만들었다. 각 소자를 커튼처럼 주름을 만들어 연결하거나 ‘Ω’ 모양으로 연결하기도 했는데, 결국 S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성능 실험 결과, 늘어난 상태에서도 전력과 전압이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해 LED 전구를 9시간 가까이 밝힐 수 있었다. 상처에 바르는 밴드처럼 팔꿈치에 붙여 늘린 실험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마지막 문제는 성능이다. 휘어지기 전후의 전압이 변하거나, 전지의 용량이 떨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들려면 배터리의 양극재료를 고온에서 열처리 해야 한다. 딱딱한 기존 배터리는 문제가 없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 플라스틱 기판으로 만든 배터리는 이런 열처리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고온열처리 없이 분말형태로 만들게 되면 충전 밀도가 매우 낮아진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문제도 해결했다.

2012년 8월, 이건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잘 휘면서도 충·방전을 1만 번 반복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저널 ‘나노레터스’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딱딱한 광물인 운모로 만든 기판 위에 양극재료인 ‘리튬코발트산화물’을 얇게 층층이 쌓아 올려 700℃로 열처리했다. 그 뒤 운모 기판을 떼어내자 남은 물질은 유연하면서도 전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고분자로 다시 감싸 머리카락 10분의 1 두께의 얇고도 유연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로 휘어지는 전자제품 개발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을 넘었다”며 “앞으로 배터리의 충전용량만 더 늘리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가 디자인을 혁신한다
 
최근에는 아예 전지 소재를 섬유에 입힌 ‘섬유배터리(129쪽, PLUS 참조)’나 손목에 붙이면 체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개념 열전소자 등이 나오고 있다. 어떤 플렉서블 배터리가 가장 유연하고 안전하며 뛰어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상용화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현재 쓰이는 네모나고 딱딱한 배터리는 각종 스마트 기기의 크기와 두께 등 디자인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유연한 배터리를 탑재할 미래형 스마트 기기는 지금은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찾아올 것이다.

배터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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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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