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BRIDGE - ELO랭킹 적용하면 한국 16강 확률 높아져

Bridge ELO랭킹 적용하면 한국 16강 확률 높아져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우승은 어느 나라가 할까. 콜롬비아 에아핏대 경제학과 안드레스 하산 교수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 통계학과 조나탄 지메네즈 교수는 지난 2월 14일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에 월드컵 경기결과를 예측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세계 배팅업체에서 각 팀에 부여한 배팅율과 A매치 승률, FIFA랭킹 등을 고려해서 정교한 식을 만들었다.


이 예측에 따르면 아쉽게도 한국은 16강에 오르지 못한다. 한국의 16강 진출확률은 31.71%로, 벨기에(85.02%)와 러시아(71.05%)에 이어 조 3위다. 알제리는 12.22%로 가장 낮다. 또 연구팀은 브라질(19.95%)이 우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14.68%)과 아르헨티나(12.05%), 스페인(6.2%)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찍었다.


과연 이 예측이 맞을까?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앞두고 옛 소련은 ‘브라질이 결승전에서 소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는 예언을 했다. 월드컵에 참가한 24개국이 이전 4년간 치른 240경기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한 결과였다(당시 슈퍼컴퓨터는 세계에 몇 대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분석자료에는 경기결과뿐 아니라 경기장소와 관중 수, 득점시간과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포함돼 신뢰도가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브라질과 소련 모두 4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런 허망한 실패를 보고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제학과 통계학에서 금융과 산업을 예측하는 데 쓰이는 수식들을 가지고 왔다. 선수들의 공 점유율, 패스와 드리블 및 슈팅 성공률, 이동거리와 기후, 휴식시간까지 변수로 고려하며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발전시켜나갔다. 수백 회에서 수만 회까지 계산을 반복한 다음 평균치를 구해 정확도를 높이면서.


FIFA랭킹에 문제 많아


하지만 아직 멀었다. 예측이 틀릴 때가 더 많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후원사 캐스트롤에서는 ‘캐스트롤 프리딕터’라는 프로그램으로 경기결과를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은 28.2%로, B조에서 가장 낮았다. 세계 최대 배팅업체인 영국의 윌리엄 힐을 비롯해 대부분의 스포츠 도박사들도 비슷한 예측을 했다. 우승은 브라질,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20% 후반대(탈락이라는 말이다)일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브라질은 8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고, 우리나라는 그리스를 꺾고 16강에 진출했으니.


FIFA랭킹


INSIDE | FIFA vs ELO, 누가 더 잘 맞을까?

 
승률 예측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어차피 모두 계산할 수 없다. 몇 가지 대표적인 변수만 뽑아서 ‘실제와 같다고 치고’ 계산하는 것이다. 위쪽은 FIFA랭킹(또는 ELO랭킹)을 객관적인 팀 전력이라 가정하고 다른 변수를 무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예측모델이다.
H조에서 16강에 진출할 2개국 팀 조합의 확률을 구해보면, FIFA랭킹보다 ELO랭킹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ELO링킹에서는 러시아(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을 꺾은 덕분에 점수 급상승)와 우리나라(아시아에 속해있어 FIFA랭킹에서 저평가)에 대한 평가가 FIFA랭킹과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변수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승률은 요동친다. 실제 도박사들이 승률을 예측할 때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붙어서 이길 확률을 계산할 때, 러시아와 비슷한 전력을 가진 다른 나라와 치렀던 경기를 분석하는 식이다. 박상규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도박사들은 고급정보를 이용해 자기들만의 식을 만들지만 특정 변수에 가중치를 두는 기본적인 원리는 똑같다”고 말했다.



사실 월드컵 상위 4~5개국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 예측이 빗나갈 확률이 높다. 작은 변수 하나도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측모델에서 중요한 변수로 반영하고 있는 국가 순위 즉, FIFA랭킹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FIFA랭킹은 경기에서 져도 점수가 깎이지 않는다. 이기면 3점(승부차기로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으므로 경기를 많이 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구조다(단, 시간이 오래 지난 경기는 점수가 낮아지므로 총점이 무한정 오르지는 않는다). 100경기에서 10번 이긴 팀이 10경기에서 9번 이긴 팀보다 점수가 높을 수 있다. 대륙별 가산점도 있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를 기준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 0.86배를 하는 식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기 예측에 FIFA랭킹 대신 다른 모델을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인기 온라인게임에 사용하고 있는 ‘엘로(ELO)랭킹’이다. ELO랭킹은 경기에서 이기면 점수가 올라가고, 지면 내려간다. 쉽게 말해 FIFA랭킹이 절대평가라면 ELO랭킹은 상대평가다.


ELO랭킹은 국제 체스연맹의 선수 순위를 매기는 데 이용하기 위해 1960년대 개발됐다. 개발자인 미국 물리학자 아르파드 엘로 박사의 이름을 따서 ELO랭킹이라고 부른다. 미국 메이저리그 등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 등의 선수 순위를 매기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FIFA랭킹에서는 55위인 한국이 ELO랭킹에서는 36위(5월 20일 기준)까지 껑충 올라간다. 스위스 UBS 은행에서 2006년 ELO랭킹을 사용해 독일월드컵의 승패를 예측한 결과 우승국 이탈리아를 비롯해 8강 진출국 중 6국가를 맞혔다. 하지만 과연 올해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월드컵에 관한 수많은 예측들도 여지없이 빗나갈 것이다. 31.71% 따위의 숫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대한민국을 응원해보자. 우리에게는 홍명보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가 있지 않은가.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 올라! 브라질 월드컵 사이언스
PART 1 - 과학기자가 예측한 브라질 월드컵
BRIDGE - ELO랭킹 적용하면 한국 16강 확률 높아져
PART 2 - 과학으로 본 월드컵 하이라이트!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 진로 추천

  • 통계학
  • 경제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