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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과학기자가 예측한 브라질 월드컵

1PART 과학기자가 예측한 브라질 월드컵 도움 | 정태석 박사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분당베스트병원 SPRC 센터장) 1.비행기가 승부를 결정한다 예측 미국, 멕시코,카메룬, 일본16강 탈락


기사에 앞서,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는 각국 선 수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한다. 곧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행기 울렁증이 없길 바란다. 그 어떤 월드컵보다 많은 시간을 비행기에 서 보내야 할 것이므로.

브라질 월드컵은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나라에서 열리 는 월드컵이다(첫째는 1994년 미국). 브라질은 세계에 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로, 면적이 남한의 85배다. 기후 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경기장과 베이스캠 프를 골고루 흩뿌려 놓았다. 덕분에 선수들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다니듯 비행기를 타고 띄엄띄엄 경기를 하러 다니게 됐다.

장거리 여행이 좀 피곤하긴 해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 칠까 싶지만, 생각보다 심각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에서도 경기장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고 기후도 제각각 이라 선수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선수들은 경기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탈진할 정도였다.

여행피로가 쌓이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대한 축구협회 기술위원인 정태석 박사는 작년 터키에서 열 린 20세 이하 월드컵에 한국대표팀 주치의 겸 스포츠 과학 컨설턴트로 참가했다. 정 박사는 일부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점을 이상하게 생 각해 경기 전후 일정을 분석해봤다. 이유는 ‘수면 부족’ 에 있었다.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난 다 음날 아침 일찍 장거리 여행을 시작할 경우 경기피로에 여행피로, 시차까지 더해졌다. 이동 전후로 수면 시간과 질은 최악으로 떨어졌고, 결국 다음 경기를 위한 컨디션을 해쳤다.


경기력 회복에는 ‘잠이 보약’


잠은 축구선수의 경기력 회복에 가장 중요하다. 남아 공 스텔렌보쉬대 스포츠과학과 라첼 엘리자베스 교수는 프로축구선수 14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2014년 ‘유럽스포츠과학지’에 발표했다. 경기 직후 마사지나 근육이완요법, 기도 등 9가지 방법 중에서 체력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잠이었다. 특히 국내대 회보다 국제대회를 치를 때 잠의 효과가 더 커졌다.

축구선수가 전·후반 90분 동안 경기를 치르고 난 후 회복될 때까지 48~72시간 정도 걸리는데,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회복시 간 동안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 으로 제대로 쉬거나 자지 못할 경우 선수 컨디션은 최악 으로 떨어져 회복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두 번째나 세 번째 경기에서 선수들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보이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 기후 문제가 겹친다. 브라질처럼 도시마다 기 후가 다른 지역에서는 기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 래 걸린다. 정 센터장은 “몸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노 출시켜 기후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보통 5~6일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기후적응을 위해서는 다음 도시로 빨리 이동할수록 좋다.





INSIDE | 러시아전 승리 열쇠는 기후 적응!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는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다.
러시아를 이기면 16강도 넘볼만 하다. 대표팀의 최종 전지훈련장 위치만 봐도 얼마나 러시아전에 ‘올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마이애미는 체감온도가 40.1℃로, 러시아전이 열리는 쿠이아바(37.4℃)와 비슷하다. 러시아가 쿠이아바와는 기후가 꽤 다른 세르비아를 최종 전지훈련장으로 선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평가전을 유럽팀과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 러시아는 벨기에와의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우리로서는 잘 된 일이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베이스캠프인 이과수다. 이과수는 쿠이아바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진다.
고온인 마이애미에서 실컷 기후적응을 해봤자 이과수에 머무는 동안 몸이 도로 저온에 익숙해져버린다. 마이애미에서 쿠이아바로 바로 가면 좋은데, 베이스캠프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바로 갈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방법은 이과수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로 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6월 11일(이하 현지시간)에 이과수로 들어가 경기 이틀 전인 15일에 쿠이아바로 이동한다. 이과수에 있는 동안 선수들의 몸이 도로 현지에 적응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동일정은 이처럼 섬세하게 짜는 것이다.

 

결국 제한된 시간에서 최적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계 산해내는 것이 스포츠과학자의 역할이다. 이번 월드컵 처럼 경기장 사이의 거리가 무지막지하게 멀고 기후가 제각각인 경우 이런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우리 대 표팀이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는 곳은 브라질 중부고 원의 쿠이아바와 남쪽 해안의 포르투알레그리, 상파울루다. 경기장 사이의 거리만 2534km, 인천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다. 선수들은 월드컵 기간 중에는 전용기를 타기 때문에 사실 이 정도 거리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경기와 경기 사이에 베이스캠프를 꼭 거쳐야한다는 규정만 없다면.

우리 대표팀은 이과수폭포가 있는 이과수(Iguacu)를 경유한다. 그래서 실제 이동경로는 ‘이과수-쿠이아바-이과수-포르투알레그리-이과수-상파울루-이과수’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총 5108km). 이동하는 데만 하루 평균 2~3시간 이상씩 걸린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이다. 32개국 중 이동거리가 24번째로, 짧은 편에 속한다. 천만다행으로 경기가 열리는 세 도시의 정 가운데에 베이스캠프를 잡은 덕분이다. 조별리그 경기장이 결정되기 전에 베이스캠프 계약을 마치기 때문에, 조 추첨을 잘못해서 경기장이 베이스캠프와 멀리 떨어진 곳에 걸려도 바꿀 수가 없다.

베이스캠프를 잘못 정해서 망한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상파울루 근처 일본 교민들이 많이 사는 작은 도시 ‘이투’를 베이스캠프로 정했다.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고 시설도 워낙 깔끔해 베이스캠프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조 추첨을 해보니 아뿔싸, 경기장이 모두 브라질 북동부(나타우, 헤시피) 또는 서부내륙(쿠이아바)으로 걸린 것이다. 특히 나타우와 헤시피는 베이스캠프와 거리가 2000km 이상 된다. 일본 대표팀은 10일 동안 총 1만1494km를 이동해야 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가는 거리(9900km)보다 길다.

집처럼 편안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잡아 놓았는데, 이제는 베이스캠프를 찍으러 수천km를 날아다니는 ‘웃픈’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축구강국 멕시코나 카메론도 비슷한 상황이다.
 


울고싶은 미국 대표팀

가장 최악은 미국이다. 무려 1만4324km를 이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까지 거리가 대략 이 정도 된다. 더구나 미국팀은 역사상 적도에서 가장 가까운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한 가운데 있는 도시 ‘마나우스’는 남위 3°에 위치해 있어 일평균 체감온도가 최고 42℃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폭염으로, 이런 날씨에 운동을 하면 수분 손실로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마나우스에서 경기를 치르는 팀은 기후적응과 이동피로 극복에 특히 열세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 쟁쟁한 팀들이 묶여 있어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D조에는 우루과이만 제외하고는 모두 마나우스에서 경기가 있다.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경기피로와 여행피로가 워낙 쌓여 다음 경기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가장 여행피로가 적게 쌓이는 팀은 우리와 같은 H조의 벨기에다. 벨기에는 총 이동거리가 1660km로 32개 참가국 중 가장 짧다. 체력을 비축해 상대적으로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참고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조별리그에서 이동 거리가 가장 길었던 알제리와 북한, 프랑스, 세르비아는 모두 조 4위에 머물러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였던 ‘자블라니’는 두 가지 패 널 방향에 따라 공이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이 크게 달 라졌다. 프리킥의 달인 호날두가 2010년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 것도 혹시 이런 들쭉날쭉한 공 때문은 아니었을까.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는 궤적이 훨씬 안정적이다. 패널에 따른 속도와 방향 변화도 자블라 니에 비해 적다. 패널을 6조각으로 줄여서 최대한 구에 가깝게 만든 덕분이다. 홍성찬 일본 츠쿠바대 박사는 브라주카가 자블라니와 달리 탄착점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2014년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했다.

축구공은 패널 수가 줄어 구에 가까워질수록 원하 는 방향으로 정확히 날아간다. 지난 수십 년간 패널 수 는 계속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다(50~51쪽 참조). 그 런데 공이 완전한 구에 가까워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 다. 공 표면이 매끈할수록 공 뒤에서 형성되는 공기저항 이 커져 공이 느려진다.

이런 속도 저하를 막으려고 공 표면을 일부러 울퉁 불퉁하게 만든다. 골프공 표면의 작은 홈인 ‘딤플’이 바 로 이런 장치다. 브라주카 표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돌기가 있어 공기저항을 줄여준다. 덕분에 공이 빠 르게 날아갈 수 있다. 특히 브라주카는 느린 속도(초속 10~20m)에서 자블라니에 비해 공기저항이 월등히 적 다. 빠른 속도(초속 25~35m)에서는 자블라니보다 공 기저항이 약간 크다. 강한 슈팅보다 짧은 패스에서 브 라주카의 장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홍 박사는 “패스 속도와 정확도가 증가해 티키타카(Tiki -Taka) 축구를 하는 나라에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전 망했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짧 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전술을 말한다. 최규정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수석연구원도 “브라 주카는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와 팀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브라주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영국 런던 대 자비에 로페즈 페나 박사와 휴고 토우쳇 박사는 남 아공에서 “스페인의 짧게짧게 주고받은 패스가 우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페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패스가 활발한 팀이다. 브라주카 의 최대 수혜주는 스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패스 활발한 스페인

런던대 연구팀은 남아공월드컵 결승에 오른 스페인과 네덜란드, 16강에서 맞붙은 독일과 잉글랜드가 치렀던 월드컵 전 경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페인이 패스를 한 횟수가 독일보다 40%가량, 네덜란드보다 2배가량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스페인은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집중됐다.


세계에서 가장 패스 활발한 스페인


패널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흐름

홍성찬 박사가 흰 연기(사염화티타늄)를 이용해 날아가는 축구공 주변의 공기흐름을 세계 최초로 시각화했다. 축구공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패널을 이어붙인 홈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공기흐름이 변한다. 변화가 심한 공일수록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이 불안정하다. 브라주카는 방향에 따른 공기흐름 변화가 매우 적은 편이다.

A와 B는 같은 공이 패널 방향만 다르게 날아가는 경우다. B는 A보다 공 뒤에서 일어나는 역류(위 그림에서 흰 연기,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가 적다. 공기가 분리되는 지점(화살표)이 A보다 뒤에 있기 때문이다. 패널과 패널 사이의 ‘홈’이 분리점을 뒤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역류가 적은 B의 경우, 뒤에서 공을 잡아당기는 힘(항력)이 작아 공을 더 빠르고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


패널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흐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월드컵 공인구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역대 월드컵 공인구를 만나보자. 공인구 변천사에는 축구의 발전사와 과학이 녹아있다. 브라주카 자블라니 팀가이스트


탱고 탱고에스파냐 아즈테카 텔스타와칠레 텔스타 에트루스코유니코 퀘스트라 피버노바 트리콜로


INSIDE | 공 때문에 졌다?
 

 

 

기자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방별로 한 팀이 되어 맞붙는 축구 리그에 참여하곤 했다(한 방에 12명씩 16개 방이 있었다). 같은 방 친구들과 말랑말랑한 공으로 열심히 연습했는데, 정작 시합 때는 옆방에서 가져온 딱딱한 공에 적응을 못해 패한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나고 ‘공 때문에 졌다’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실력 때문에 진 것은 절대 아니다!).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자기 공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FIFA의 중재로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게 됐다. 전반에는 아르헨티나가 2-1로 리드하다가 후반에 우루과이가 4-2로 역전했다. 묘하게도 자기 공을 사용할 때 더 많은 골을 얻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는 FIFA가 공인구를 지정했다. 최초의 공인구는 가죽조각 32개(검정색 오각형 12개·흰색 육각형 20개)를 이어붙인 ‘텔스타’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패널 32개를 유지하다가, 2006년 독일월드컵 때부터 14개(트로피 모양 6개·프로펠러 모양 8개)로 패널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패널 수는 2010년 월드컵에서 8조각으로 줄었고, 올해는 6개로 줄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역대 어느 공보다 구에 가까운 공을 만날 수 있다. ‘브라주카’는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브라질인을 뜻하는 포르투갈 속어다. 공 표면의 디자인은 브라질을 가로질러 흐르는 아마존강을 나타낸다. 화려한 색채는 브라질 살바도르 사람들이 소원을 빌 때 차는 소원 팔찌인 바히아 위시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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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올라! 브라질 월드컵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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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 ELO랭킹 적용하면 한국 16강 확률 높아져
PART 2 - 과학으로 본 월드컵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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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 도움 정태석 박사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분당베스트병원 SPRC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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