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컴퓨터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인원과 조직이 거의 없다는 경고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지난 3월 초 미국 컴퓨터 보안 연구소가 기업, 정부기관, 금융기관, 대학의 전문가 5백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컴퓨터 네트워크의 위험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한번씩 같은 설문조사를 벌여왔다. 올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지난 12개월 동안 컴퓨터 보안을 침해받았다고 응답, 작년의 16%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2백41개의 조직은 이로 인해 1억3천6백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응답했는데, 이 역시 작년보다 36%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같은 손실액은 컴퓨터 범죄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침해 사례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유입, 컴퓨터나 독점적인 정보의 도난, 설비 파괴 등 다양하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이 연구소의 프트리스 라펄러스 소장은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정보 보안에 필요한 만큼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손실액은 사정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경고가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지난 3월 중순 애널라이저라 불리는 해커가 지금까지 펜타곤에 행한 공격 가운데 가장 조직적이면서 체계적으로 11개의 미국 군사컴퓨터를 해킹한 뒤 나온 것이기 때문.
당시 미 국방부 관계자는 해커가 접근한 전산망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해커들이 침입한 자료는 국가적으로 기밀분류가 되지 않은 인사나 봉급 명세서 같은 자료로, 기밀취급으로 분류된 컴퓨터망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