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의 사진 열추적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적진을 뒤지는 인공위성. 군사목적으로 이용되는 위성의 가공할 파괴력이 페르시아만에서 확인되고 있다.
1990년 7월 20일 소련이 발사한 코스모스 2086위성은 처음 며칠동안 정상적인 기본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7월 28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감지한 소련은 코스모스 2086의 궤도를 낮춰서 이 위성이 분쟁지역을 하루에 한번씩 통과하며 지상사진정찰을 하도록 조정했다.
쿠웨이트 침공이 시작된 다음날인 8월3일에 코스모스 2086은 지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라크의 침공이 시작된지 48시간도 채 못되어 소련은 또 하나의 첩보위성인 코스모스 2089를 발사했다. 이 새로운 위성은 원지점 3백20㎞와 근지점 1백88㎞의 궤도에서 하루에 한번씩 중동지역 상공을 통과하며 사진촬영을 했다. 통과시간은 날이 밝으면서도 지상물체가 충분히 긴 그림자를 나타내는 오후로 정함으로써 지상물체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위성은 촬영한 사진의 필름을 용기에 넣어서 지상으로 보내는 소련의 제4세대 고해상도 사진촬영위성이었다.
곧 이어 8월 8일에 소련은 6개의 군사통신 위성을 고도 1천4백32㎞부터 1천3백90㎞의 궤도에 진입시켜 1백14분마다 지구를 한바퀴씩 돌면서 교신을 중계하도록 했다.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소련은 1991년 1월 17일에 새로운 사진정찰위성을 페르시아만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에 진입시켰다. 이 위성은 수명이 끝난 사진정찰위성 코스모스 2120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스모스 2120과 그 대체위성은 소련의 제3세대 사진정찰위성으로서 임무가 끝난 후에는 필름과 함께 지상으로 귀환하는 모델이다. 이 위성은 목적지 상공에 1백70㎞까지 접근하여 사진촬영을 한다. 이들 위성외에도 소련은 한개의 제4세대와 한개의 제5세대 사진정찰위성을 궤도상에 올려놓고 있는데, 이 모델은 본체가 귀환하지 않고도 사진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할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휴대용 수신기만으로 위성통신 가능
다국적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위성 활동은 대단하다. 미국의 군사위성군(群)은 이라크의 집결상황을 상세히 보여주고, 그들의 교신을 청취하며, 이라크 미사일 발사를 탐지한다. 또 미군부대간의 교신을 중계하고, 미군부대의 위치확인과 모래바람이나 기타 기후상황을 알리는 등의 큰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를 주장하는 국제적 압력이 고조되자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군의 이동사진을 TV에 보여주면서 철수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부시 미대통령은 "후세인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호히 반박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첩보위성을 통해 이라크군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제한된 분야에서 사용됐던 미국의 각종 군사위성들이 동시에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서 실전에 응용되기는 걸프전쟁이 처음이며 민간상용위성도 한몫을 맡아 바야흐로 전장(戰場)은 인공위성의 무대가 되고 있다.
군사위성응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범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에 의한 사용자의 위치확인이다. GPS시스템은 21개의 나브스타라고 불리는 위성으로 구성되어 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사용자의 위치를 16m 까지의 오차로 산출해 준다. 사용자의 상공에 나타난 몇개의 나브스타 위성들의 위치로부터 사용자까지의 거리를 알면 삼각법에 의해서 사용자의 위치가 간단히 계산된다. 위성의 위치는 비행궤적을 통해 아는 것이고 위성으로부터 사용자까지의 거리는 극히 정확한 원자시계를 사용하여 위성과 사용자간에 왕복하는 전파의 전파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측정된다.
2차원상의 위치(X-Y 좌표)를 알기 위해서는 3개의 나브스타 위성이 상공에 보여야 하며 고도까지 포함한 3차원 위치의 측정을 위해서는 4개가 시야에 들어 있어야 한다. 현재 GPS는 16개만이 궤도상에서 작동중이다. GPS에 의한 위치확인은 특히 위치를 식별할 거대 지형이나 건물등의 아무런 특성이 없는 평범한 사막지대에서 아주 효과적이다.
GPS사용자의 지상장비는 군인이 손에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수신기로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미 5천대의 휴대용수신기가 공급되어 있고 미 육군은 추가로 8천대를 주문해 놓고 있다. 이미 GPS는 페르시아만 위기 초기에 유조선의 페르시아만 항행을 호송하는 미 해군의 작전을 지원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시에 부설됐던 기뢰지역을 GPS가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미 함정의 안전운행을 도운 것이다. GPS는 '사막의 폭풍'작전에서도 정확한 폭격을 가능케 하는 데에 기여했다.
전쟁에서 교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 지상군은 현재 2개의 UHF통신위성과 초고주파 통신위성 2개를 지상정지궤도에 배치해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파병된 공수부대는 45㎏ 중량의 UHF단말기를 휴대하고 있다. 이런 장비덕택에 지상낙하후 낙하산을 회수하고 5분이내에 어느 곳과도 즉시 교신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미 해군은 UHF위성통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6개의 플리트 샛콤(Fleet Sat Com)위성을 궤도상에 배치사용하고 있으며 1992년부터는 10개의 후속 UHF위성을 추가할 계획이다.
정확한 기상예보는 전쟁에서 극히 중요한 정보다. 페르시아만 상공을 지나가는 3개의 방위기상위성은 군사작전에 영향이 있는 사막의 모래바람과 기타 기상상태를 알려줄 뿐 아니라 이라크가 화학전을 개시할 시점에 독가스의 이동상태를 파악하고 이들이 확산되어 없어지는 시기를 예고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동물체 포착 어려워
미국이 걸프전쟁에 이용하고 있는 첩보위성은 2,3개의 KH-11 사진정찰위성과 2,3개의 진보형 KH-11 위성이다. 이들 위성은 전쟁지역 상공을 하루에 몇번씩 통과한다. 또 라크로스라는 레이더 위성도 고(高)해상도의 영상을 지상에 보내오는데 주로 이라크군의 탱크이동을 감시하고 추적한다. 이외에도 화이트 클라우드라는 해양정찰위성이 해상의 선박활동을 감시하고 있고, 보텍스 레이더위성도 선박과 지상차량을 감시하고 고해상도의 영상을 보내온다. 또한 메그넌 탐색위성은 지상의 전파통신을 엿듣고 기록한다. D-SP라는 방위지원위성은 이라크의 미사일 발사시에 발생하는 로켓 배기열을 적외선 탐지장치로 찾아 낸다.
한편 첩보위성의 해상도는 극비로 되어 있는데, 지상의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정도라느니 또는 지상 자동차의 번호판숫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라느니 하는 추측이 있다. 모스크바광장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의 신문글씨까지 식별한다는 것은 소설에나 나오는 과장된 얘기같다. 현재 문헌에는 군사위성의 해상도 최고치가 15㎝로 나와 있어 실제 가장 좋은 해상도는 그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비행장이나 항만시설을 식별하자면 해상도가 최소 30m는 되어야 하며, 항공기는 5m, 차량이나 탱크 그리고 야포등의 대형무기는 적어도 30㎝의 해상도가 있어야 식별이 가능하다. 사진정찰위성이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낮은 고도에서 작동해야하고 또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라야 한다. 이들 저고도 위성은 지상정지궤도가 아니기 때문에 목표 지역상공에 고정되어 있지않고 지구를 하루에 열댓번씩 회전한다.
위성들은 고도와 경사각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목표물 상공을 매일 같은 시간에 통과해 목표물의 활동상황과 그 주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저고도로 궤도비행하는 위성은 지나가면서 관측할 수 있는 폭이 불과 1백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위성의 비행통로인 1백여㎞의 폭 밖에 있는 물체는 관측이 안 된다.
또한 현재의 우주항공기술은 이들 위성을 역으로 추적해 그 궤적을 알 수 있으므로 사전에 위성의 통로를 피해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알려져있는 고정위치의 목표물 정찰은 쉬워도 어디있는지 모르는 것이나 기동성이 있는 목표물을 인공위성으로 찾아 내기는 어렵다. 또 사진촬영만으로는 지하에 은폐돼 있는 목표물을 발견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의 발견에는 어려움이 많다.
다만 지상정지궤도상의 위성에 탑재된 적외선 탐지기로 미사일 발사대의 대략적인 위치는 알아 낼 수 있다. 그러나, 발사를 끝마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동식 발사대는 적외선 탐지기만으로는 추적하기 어렵다.
상업위성 군사용으로 인정돼
걸프전쟁에서 예상외로 커다란 활용성이 발견된 것이 민간상업위성이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밤낮으로 진행된 CNN의 생방송을 시청하면서 우리는 통신방송위성의 극적인 활약을 실감했다. 전쟁의 진척사항과 뉴스를 세계 각처에 전달한 것이 인텔샛위성이었으며 유럽의 유텔샛위성도 큰 역할을 했다. 소련의 인타스푸트닉위성도 CNN방송을 이라크에 중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의 피터 아네트 특파원이 바그다드의 호텔 뜰에서 6피트 직경의 우산식 휴대용 안테나로 뉴스를 교신하는 모습은 인상깊은 것이었다. 이러한 통신방송위성의 덕택으로 우리는 걸프전쟁을 안방에서 마치 전쟁영화를 관람하듯 생중계로 보게된 것이다.
적지의 정확한 지도는 전쟁수행에 필수도구다. 페르시아만 지역지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미 국방성은 민간상업용지구관측 위성인 미국의 랜드셋 위성과 프랑스의 스팟 위성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지구관측위성은 해상도에서 군사정찰위성에 못 미치지만 다중분광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군사정찰위성보다 훨씬 선명하게 지형을 나타낸다. 특히 스팟위성은 카메라를 경사지게 작동하여 지상의 3차원 영상을 꾸밀 수도 있다.
따라서 상업용위성의 해상도는 우수하지 않지만(랜드샛은 30m, 스팟은 10m) 정찰용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게 됐다. 광대하고 아무 특징이 없는 사막은 그 모래표면 밑에 무엇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 관측위성은 모래표면과 그 밑을 관측하여 탱크행렬의 안전한 이동을 지지할 수 있는 튼튼한 지반을 식별한다. 사막에는 탱크나 기타 무거운 차량을 송두리째 가라앉게 하는 모래수렁이 있기 때문이다.
랜드샛의 30m 해상도로서도 전문가는 포대진지, 병력의 크기, 폭격에 의해서 발생한 화재등을 식별할 수 있다. 특히 10m해상도의 스팟위성으로 프랑스의 중거리탄도유도탄(IRBM)의 사일로(silo)를 탐지한 일이 있고, 공개된 것으로는 소련의 비밀해군기지 사진이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 상용탐사위성이 관측한 자료는 '자유우주정책'에 의거해 세계 어느곳의 사진도 누구에게나 다 팔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는데 걸프전쟁이 시작되자 프랑스는 페르시아만에 관한 스팟위성 자료를 보안상의 이유로 판매중지하고 있다.
한편 소련도 비교적 고해상도의 상업용 관측위성 자료를 군사목적에 활용하고 있다. KFA-1000이라는 위성탑재용 카메라의 사진영상은 해상도가 5m 보다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0년 9월 중순에 촬영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진에서 미국의 군용수송기와 보병진지 그리고 기갑부대의 위치들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우주전 벌일 위성파괴 위성
인공위성의 전쟁무기화에 대한 구상은 우주개발의 초기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련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2호가 우주 비행사 티토프를 태우고 24시간동안 우주비행을 한 뒤 귀환한 1961년에 당시 소련의 서기장 흐루시초프는 "우리는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보냈고 다시 지상으로 귀환시켰다. 우리는 그들대신에 폭탄을 실어 지구의 어느 곳에나 보낼 수 있다"라고 그의 특유한 제스처로 가슴을 두드리며 큰소리쳤다.
소련은 실제로 단순한 제스처에 그치지않고 위성폭탄이라고 볼수 있는 무기를 개발해 1966년부터 1971년 사이에 18번이나 실험했다. 이 위성폭탄은 고도 1백60㎞의 궤도비행을 하다가 역추진로켓으로 감속한 뒤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핵탄두(이들 실험에서 실제 핵탄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를 목표물에 투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 후에 이들 위성폭탄 시험은 중단됐는데, 과연 그들이 이 시스템의 실용화에 성공, 개발이 완료되어서 실험을 안 하는건지 또는 개발을 포기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하나의 소련 위성무기는 에이샛(A-SAT)이라고 불리는 대(對)위성공격시스템이다. 에이샛위성은 자체내에 폭발물을 싣고 우주에 발사되는데, 궤도수정을 하면서 표적 위성에 접근한 뒤, 가까운 거리에서 스스로 폭발해 수많은 파편으로 표적위성을 파괴한다. 소련은 1968년부터 1982년까지 20회이상의 에이샛요격시험을 했는데, 이미 이 요격위성의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위성무기로는 전략방위구상(SDI) 연구에서 개발중인 브릴리언트 페블(BP)이 있다. 이는 4백㎞고도의 궤도미행을 하다가 소련의 대륙간탄도유도탄(ICBM)을 탐지하면 자체내의 크레이 컴퓨터로 궤적분석을 한 뒤 요격 격파하는 우주배치미사일이다. 궤도 수명은 10년이며 4천4백개가 우주배치된다. BP는 추진기관, 통신능력등을 모두 자체내에 탑재한다.
인공위성의 군사적 응용이 대단히 효과적임에도 미국 소련 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군사위성활동은 주로 민간통신방송위성의 일부를 군사통신에 할애하거나 스팟이나 랜드샛 같은 상용 지상관측위성의 자료를 군사목적으로 이용하는 정도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공동으로 엘리오스라는 해상도 1~3m의 군사용관측위성을 개발 중이고, 프랑스의 시라큐스 군사통신위성, 영국의 스카이네트 군사전용통신위성 등의 개발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