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맑았다 흐렸다 하며, 비나 눈이 내리는 등 시시각각으로 일기는 변한다. 1년 동안의 이러한 일기 변화 모습은 각 지역에 따라 다르며, 그 지역의 특징적인 기후가 나타난다.
엊그제만 해도 대낮에는 셔츠를 벗어던질 정도의 무덥던 날씨였는데, 어느새 주변의 낙엽과 꽃들이 하나 둘 지고 살얼음이 어는 겨울로 접어 들고 있다.
여름은 덮고 겨울이 오면 춥다는 정도의, 1년을 주기로 하는 기후의 변화는 경험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짧은 주기의 내일 또는 오늘 오후의 날씨가 어떻게 될는지는 장담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이 지구상에 살면서 일기의 변화는 인간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그 변화를 미리 알아내려고 노력해 왔다. 이 달에는 일기의 변화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는지에 알아보기로 한다.
코의 모양을 결정지은 기후
인간의 몸은 기후에 순화하며 진화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기후에 따라 코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차고 건조한 지대에 사는 북유럽이나 알프스인들은 코가 높고 뾰족하며 더운 곳에 사는 니그로나 멜라네시아인들은 코가 낮고 넓적하다.
코의 임무는 들이마신 공기가 폐에 도달하기 전에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높여 주는 일이다. 그래서 공기가 차고 건조한 기후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 기능을 증대시키기 위해 콧구멍이 길쭉하며 코가 높고 날카롭게 돼 있다.
기후는 이와 같이 신체의 모양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햇빛이 강한 곳에 사는 남방인들은 일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야외에서 활동을 많이 해 활달하고 기민하다. 이에 비해 온난한 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은 풍부한 농산물의 덕으로 게으른 면이 있다. 또 북방인들은 어둡고 둔중한 감이 있으나 끈기를 가지고 있다.
기후라 함은 어느 지역의 일정 기간 동안 대기의 평균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위에서와 같이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기후뿐 아니라 순간 순간의 대기 상태인 일기 또는 날씨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의 일기를 예측하는 일은 농사를 짓거나 인간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일기 또는 날씨와 기후라는 용어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어느 날의 날씨가 매우 맑은 경우 "오늘 참 기후가 맑다"라는 표현은 어딘지 어색하다. 아울러 "우리 나라의 기후는 좋다"와 "우리 나라의 날씨는 좋다"라는 것은 서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기후는 어느 지역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대기의 평균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일기 또는 날씨는 어느 순간의 대기의 상태를 나타낼 때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일기 예보술이 발달해 오늘 몇시에 비가 얼마나 내릴 것인지 또는 비올 확률이 몇 %인지 예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상 관측 기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일기를 어떻게 예보할 수 있었을까?
일기에 얽힌 속담
농경 생활을 하는 우리 민족에게 일기 예보는 필수적인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구전돼 오는 여러 가지의 날씨 속담을 통해 조상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여기서 그 예를 찾아보자.
○ 햇무리,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온다
해와 달의 주변에 권층운(卷層雲)이 덮고 있을 때 이를 무리라 한다. 권층운은 보통 온난 전선의 전면에 나타난다. 온난 전선이 진행하면서 점차 고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운형이 변하고 이어서 비가 오게 되므로 고층운인 권층운이 나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온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햇무리나 달무리가 진 후 비가 올 확률은 60% 이상이라고 한다.
○ 아침에 무지개가 나타나면 비가 오고, 저녁에 무지개가 나타나면 맑다
무지개는 물방울에 햇빛이 굴절돼 나타나는 것으로 태양의 반대쪽에 나타난다. 따라서 아침 무지개는 서쪽 하늘에 나타나며 저녁 무지개는 동쪽 하늘에 나타난다. 결국 아침에 무지개가 뜨면 서쪽 하늘에 수증기가 많거나 비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 즉 대체적인 공기의 흐름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므로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 이어서 비가 올 확률이 높다.
○ 종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면 비가 온다
날씨가 좋은 날은 지면에 많은 일사가 있기 때문에 지면 부근이 더워져서 상층과 지면부근의 기온 차이가 심하게 된다. 반면에 일기가 악화되기 시작하면 일사량이 적어져 지면부근의 기온이 높지 않아 지면과 상층의 기온차이가 적게 된다.
한편 소리는 기온이 높을수록 속도가 빨라지며 파동은 속도가 늦은 쪽으로 휘게 되므로 일기가 악화되면 소리는 지면쪽으로 굴절된다(그림 1). 이것은 한낮에 비해 하층 대기의 밀도가 높은 새벽녘에 종소리가 잘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날씨가 맑은 날은 소리가 위로 휘어지기 때문에 먼 곳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며, 흐린 날은 소리가 지면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먼 곳의 소리가 잘 들리게 된다.
○ 바다가 울면 일기 급변의 징조다
바다에서 '우우'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태풍이나 강한 폭풍우가 밀려올 징조라고 한다. 이것은 바다 위에 열대 저기압이나 태풍이 나타나면 중심 부근에서 발생한 긴 파장의 소리가 전파돼 오기 때문이다.
○ 연기가 똑바로 오르면 맑고 옆으로 퍼지면 비가 올 징조다
연기가 똑바로 오르면 바람이 없음을 뜻하고 옆으로 퍼지면 지상으로부터 좀 높은 곳에 바람이 있음을 뜻한다. 연기가 북서쪽으로 흐르면 상공에 남동풍이 불고 있음을 뜻하며 이때 대개 날씨가 악화되기 쉽다. 그 이유는 버이스 발로트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앞가슴을 향하고 서 있을때 양쪽 팔을 벌리면 왼손 앞에는 저기압이 있고 오른손 뒤쪽에는 고기압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버이스 발로트의 법칙이다.(그림2)
따라서 남동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서쪽에 저기압이 있다는 뜻이다. 편서풍대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서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점차 우리나라로 접근해 오는 것은 앞으로 날씨가 흐려진다는 것을 말한다.
○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은 지 30시간 안에 비가 올 확률은 60% 이상이라고 한다. 비가 오기 전에는 기압이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는데, 청개구리는 이와 같은 이유로 호흡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운다고 한다.
○ 물고기가 물 위에 입을 내 놓고 호흡하면 비가 온다
온난 전선이 통과하면 기압이 낮아지고 기온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물고기가 물 속에 산소의 양이 적어져서 물위에 나와 호흡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개미가 열을 지으면 비가 온다
개미들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안전 지대인 잔디풀 밑이나 나무 그늘로 피난한다고 생각된다.
○ 새벽 안개가 짙으면 맑다
바람없이 고요하고 맑은 날 밤과 이른 아침에 걸쳐 안개가 발생하기 쉽다. 안개는 주야의 기온차로 야간에 지면이 매우 냉각되기 때문에 지면 근처의 공기가 복사로 냉각,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은 안개는 해가 뜨면 지면이 가열되면서 걷힌다. 흐린 날은 주야의 기온차가 그리 크지 않다.
일기예보
관측 기계를 이용해 일기를 예상하려고 시도한 것은 1643년 갈릴레이의 제자 토리첼리와 그의 친구인 비비에니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수은주의 높이가 날씨에 따라 다르며 이를 이용하면 날씨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날씨에 따라 기압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초보적인 수준의 일기예보다.
그 후 1848년 런던의 데일리 뉴스지는 처음으로 기상전보를 모아 일기도를 만들었고 1855년 프랑스에서는 일기도를 작성해 폭풍 경보를 발표하는 사업을 개시했다.
일기예보는 현재의 대기 상태를 토대로 해 앞으로의 일기를 예상하는 것이므로 현재 대기 상태의 정확한 파악이 우선 중요하다. 지상의 각 관측소에서 관측한 기상 요소와 기상 위성이나 기상 레이더를 이용해 관측한 상공의 기상 요소를 취합 정리한 다음 일기도를 작성하고 이를 분석해 일기예보를 하고 있다(그림 3).
일기예보는 24-28시간 정도의 일기를 예보하는 단기예보와 1주일 동안의 주간 예보, 1개월 간의 월간 예보 등이 있다. 공간적으로는 1개 도시 또는 도 정도의 국지예보로부터 우리나라 전체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전반적인 예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일기도를 읽어 보자
대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압 기온 바람 습도 구름 강수 등을 기상 요소라 한다. 기상 요소는 지상의 각 관측소에서 매일 정해진 시각에 일제히 관측하고 라디오 존데 등을 사용해 고공 관측을 행하기도 한다.
관측소가 없는 해상의 기상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기상학상 중요한 해상의 지점에 기상관측선을 배치해 해상과 상층의 기상 관측을 하고 있으며 항공기에 의한 관측도 병행하고 있다. 더구나 편서풍대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는 황해에서의 기상 관측이 일기예보에 필수적이어서 해상 관측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료는 기상청에서 등압선 등고선 고기압 저기압 전선 등을 그려 대기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풀어내고 예로하는 데 이용된다. 일기 예보는 기상을 관측해 일기도를 그리고 분석한 다음 발표하고 있다(그림 4).
일기도에 나타난 실선은 등압선을 나타낸 것이며, 등압선에 표시된 숫자는 기압을 나타낸다. 기압의 단위로는 수은 기둥의 높이인 ㎜Hg를 사용하기도 하나, 일기도에서는 관용적으로 mb를 사용한다. mb와 ㎜Hg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1mb=${10}^{3}$dyne/㎠=0.75㎜Hg
여기서 1dyne은 1g의 물체에 작용해 1㎝/${s}^{2}$의 가속도를 낼 수 있는 힘이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1984년 7월 1일부터 기압의 단위를 mb에서 파스칼(㎩)로 바꿀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mb와 ㎩가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mb는 1hPa와 같다.
한편 동그란 원으로 표시된 지점이 관측소다. 관측소에서 관측한 날씨 운량 풍향 풍속 등은 여러가지 기호로 나타낸다. 대략적인 일기도에서는 관측소의 표시인 원안에 그 날의 날씨와 풍향 풍속 정도를 표시하지만 전문적인 일기도에서는 좀더 복잡한 기호가 쓰인다(그림5).
일기도의 고기압 중심에 위치한 지역은 바람이 불어나가며 하강 기류가 생겨 날씨가 맑다. 저기압 중심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바람이 불어 들어오며 상승 기류가 생겨 날씨가 흐리다. 한편 온난 전선의 전면과 한랭 전선의 후면에서는 구름이 많고 비가 올 확률이 높다.
일기도에 표시된 등압선을 보면 어느 지점에서의 풍향이나 풍속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등압선에 직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기압경도력에 의해서 생기는 것인데, 기압경도력의 크기는 두 지점 간의 기압 차에 비례하고 두 지점 간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생각해 보기]
서로 10㎞ 떨어진 두 지점 간의 기압 차이가 8mb라고 할 때 기압 경도력의 크기는 얼마인가?
한편 지표면 부근에서 등압선이 평행할 때 바람은 마찰력 전향력 기압경도력 등이 평형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분다(그림 6).
이때 북반구에서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쪽으로 등압선에 대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불게 되는데, 지표면의 영향이 클수록 그 각은 커서 육상에서는 20-35˚, 해상에서는 15-20˚가 된다.
일기예보를 하기 시작한 지 1백 5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는 아직 정확한 일기예보를 하고 있지 못하다. 기상위성을 통한 관측으로 대기의 상태를 수평적으로 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구조도 밝혀내고 있지만 일기예보의 적중률은 아직 8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대기 순환이 전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어서 어떤 순간의 전지구적인 대기 순환의 모습을 밝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되고 일기 예보에 관심을 갖는 젊은 학도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일기 예보의 적중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