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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청소년의 정신질환

빨리치료해야 불행을 막는다

청소년 정신질환과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다. 다행히 일찍 치료하면 정상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자네트'는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사랑받는 총명한 소녀였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수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아무도 이를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그 또래의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녀는 말수가 적어지고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없어지자 선생님들은 그녀를 그냥 내버려둔채 학교일에 관심이 없어서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녀의 부모는 다소 걱정을 하긴 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학교의 상담선생은, 자네트의 태도가 청소년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서 곧 문제가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울증 치료제의 효과
 

그런데 사태가 악화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인 그 해 여름 자네트는 아침에 일어나는 데 애를 먹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매사에 의욕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일종의 무력상태에 빠져서 식욕을 잃고 잠을 설치며 울기조차 했다. 그녀의 부모는 이제서야 이것이 성장과정의 한 현상이 아님을 깨닫고 가족의 주치의에게 그녀를 데려갔다. 의사는 그 지방의 정신병원을 소개해주었는데, 자네트와 같은 아이들을 수십 명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정신병의사는 자네트의 원기부족, 의욕상실, 식욕부진이 우울증의 한 증세라면서 우울증치료제인 '아미트리프티알린'을 처방해주었다.
 

한 달이 지나자 자네트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고 학교성적도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다음 해에는 전교에서 수석을 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약물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원만한 학교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다.

 

우울증은 어른만 해당되는것이 아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심한 우울증은 어른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믿어졌읍니다." 매릴랜드 주의 '베데스타'에 있는 NIMH(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정신의학자 '프레드릭 굳윈'의 말이다. "청소년들은 참된 의미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그저 청소년기의 적응문제가 있을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들은 그들에게서 그 증세를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한 형편이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그 생각이 전혀 틀린것임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도, 심지어는 아이들조차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심한 우울증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이나 우울증을 포함한 여러 정신질환을 어떻게 겪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구구하다. 청소년의 나이에 따라 그리고 그 질환의 규정에 따라 평가는 1% 내지 6%씩 달라진다.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이 문제가 심각하며 그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지난 40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했다.
 

NIMH의 임상정신유전학 과장인 '엘리옷 거숀'은 말한다. "끔찍한 사실은 조병(躁病), 우울증, 자살이 전염병처럼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추세는 거의 기하급수적이며 전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읍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90년대 이후에는 이것이 공중보건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많은 성인들이 어린아이였을 때나 10대에 병의 첫 증세를 보였고 또 그 징후가 이르면 이를수록 병의 증세도 심하다는 것을 밝힌 연구들은 '거숀'의 입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어린아이들에게서 많은 우울증의 증세를 발견한다면 그 아이들이 30대에 이르렀을 때 진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그만큼 많이 보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30대라는 나이는 우울증이 본격적으로 증세를 드러내는 시기인것이다.

 

일찍 치료해야 30대에 정상이 된다
 

모든 사람이 '거숀'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극적인 증가 현상이 실제 병의 발생증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그만큼 많이 보고되고 진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도 그 추세에는 공감하고 있다.
 

"우울증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소아과 신경학자인 '로버트 들롱'은 말한다. "왜냐하면 그 병이 청소년이나 아이들의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있어서 그토록 중요한 시기에 지각작용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그들은 원래의 우울증이나 조울증과는 별도의 장기적인 문제들을 안게 되는 일이 흔히 있읍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을 가능한 한 일찍 진단, 치료할수록 그들이 보다 정상적인 삶을 누리는 어른으로 성장할 확률은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발견은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일부 정신의학자들은 청소년들이 긴장스러운 사춘기에 약으로 정신질환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생화학 작용이 안정을 되찾아 평생 동안 복용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에 수반하는 일련의 이롭지 못한 형태-자살시도, 약물남용, 식욕감퇴, 식욕과다, 청소년 비행 따위-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쓰는 수단들임도 밝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방지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무질서의 행위 또한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우울증 일찍 치료해야 30대에 정상된다.


조기 약물치료로 성공한 케이스들
 

"우리는 정신질환과 관계있을 듯한 모든 범주의 문제들에 관해 논의하고 있읍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가진 모든 청소년들이 어떤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죠."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의 아동정신의학 과장 '조셉 코일'의 말이다.
 

'벤'은 8세 때인 1974년 부모와 함께 '로버트 들롱'을 찾게 되었다. 그는 IQ 128의 짓궂고 심술맞은 깜찍한 아이였다. 그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이 소년에게 극도의 분열증세가 있다고 얘기했으며, 이웃에서도 가족들에게 이 소년이 창문을 깨었다거나 자기네 아이를 때렸다거나 하는 불평들을 했다.
 

아동의 정신질환에 관심을 갖고 있던 '들롱'은 벤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어본 끝에 이 소년이 수시로 심한 우울과 혼돈상태를 겪는 것을 목격했다. "그 소년은 전형적인 조울증환자였읍니다. 심한 우울증 뒤에 거칠고 공격적이며 조증(躁症)인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는 이 소년에게 '리튬'치료를 시행했다. 그것은 성인 조울증환자에게는 자주 쓰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별로 쓰이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 아이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그 아이의 호전된 상태에 놀랐읍니다." 벤은 이제 조기진단, 리튬, 든든한 정신요법 덕분에 더는 리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다.
 

아동은 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정통적인 정신의학의 견해에 물들지 않은 비정신과 의사에게 '벤'이 보내어졌던 것은 행운이었다. 지금 20대 중반에 들어선 '그레이스'는 불운한 경우였다. 13세 때 그녀는 다소 우울증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15세에 그녀는 촉망받는 음악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공부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녀는 식사 후에 구토를 하곤 했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기분을 북돋아준다는것.

 

때늦은 치료로 평생 불운하게된 경우
 

그녀의 부모는 집 주위에 숨겨진 구토그릇들을 발견하고 그녀를 정신의학자에게 데려갔다. 의사는 그녀의 증세에 대하여, 약물치료로 효험을 보기 어렵고 뾰족한 예측처방도 하기 어려운 자해적(自害的)이고 충동적인 형태를 나타내는 광적인 인격분열증세로 진단을 내렸다. 그레이스는 그 뒤 9개월에 걸쳐 고통을 겪었으나 저절로 상태가 좋아졌다. 그러다 18세에 그녀는 다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팔목에 칼로 상처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9개월 뒤에 그녀는 회복됐다. 그녀는 음악장학금을 받아 훌륭한 대학에 잘 다녔으나 2년후 다시 우울증의 증세가 나타나 존스 홉킨스 병원에 입원했다. 이때 이 정신병원의 원장인 '레이몬드 데파울로'는 그녀를 조울증으로 진단하고 그녀에게 리튬 치료를 실시했다. 한 달 사이에 그녀는 썩 좋아졌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병이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구토와 팔목의 자상(刺傷)으로 자신의 기분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약물복용을 멈추었다. 이 혼란의 여러 해 동안 그녀의 가정은 풍지박산이 되었고 그녀의 음악공부 또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것은, 정신질환의 조기 진단치료가 이 소녀와 그 가족이 지금 겪고 있는 것과 같은 많은 심리사회학적 문제들을 여하히 경감시켜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보기입니다. 만약 그녀가 15세에 정확한 진단을 받았더라면 지금쯤은 더 좋은 형편에 놓여 있었겠지요."라고 '데파울로'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확률게임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진단은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다양한 증후를 나타내기 때문에 용이하지가 않다. 그리고 어느 아이가 전형적인 일탈(逸脫)의 증세를 보이고 있는지, 어느 아이가 우울증인지를 분별하기도 어렵다. 틀에 박힌 진단에 앞서 정신의학자들은 정신질환의 이해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하나가 1950년대에 일어났다. 당시에, 심한 정신의학적 질병의 여러 증후를 완화시키는 약물들이 발견되어 정신질환을 생화학과 유전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연구자들은 생화학적 변태에 관해 깊이 연구하면서, 보다 나은 검사를 통해 정신의학적 문제들을 추적하고 그것들을 분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정신의학적 질병에 대한 완전히 믿을 만한 진단검사장치는 아직도 없는 형편이며, 의사들은 늘 그래왔듯이 주관적 기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레이몬드 데파울로'는 말한다. "그것은 확률 게임입니다. 우리는 환자와 그 친척들에게 말합니다."
 

데파울로의 오랜 벗이자 협조자인 코일은 말한다. "우울증을 판별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잠을 설치는가 또는 체중이 최근에 크게 변했는가를 확인합니다. 우리는 또 그들이 확고한 자기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그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단점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공허함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데파울로는 말한다. "조울증을 판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급작스러운 기분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변화가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중에 나타나는지 하는 것도 말이죠. 큰 문제는 이러한 정보를 아이들로부터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과 달리 그들은 자신이 느끼는 방식에 따라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치우는 때이니까요.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분이나 느낌에 관해 말하게 한다 해도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주는 아이를 발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유전
 

진단의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그 가계(家系)의 정신질환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것이다. 우울증이 어린 시절 또는 청소년기에 시작될 때는 십중팔구 유전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리'는 작년에 조울증환자로 진단받았다. 그녀는 26세로서 이미 8세 때에 학교의 수업에 흥미를 잃는 시기와 선생님이 묻는 모든 질문에 답하고 싶어지는 반대성향의 시기가 번갈아 찾아드는 징후를 보였다. 이에 놀란 그녀의 부모는 정신과 의사에게 그녀를 데려갔는데 그는 그 원인이 그녀의 어머니와의 너무 밀착된 관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의사의 말도 조금은 맞았다. 작년에 '매리'의 어머니는-그녀는 그때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딸의 문제가 그녀와 관계되어 있음을 깨닫고 남편과 함께 딸을 '존홉킨스'병원에 데려갔다. '데파울로'는 그 집안의 가계를 살펴보던 중 매리의 여동생이 정서불안증세를 가졌으며 매리의 아버지가 수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의 고통을 겪었음을 발견했다. 매리의 아버지 쪽의 형제들은 조울증에 해당하는 증후를 갖고 있었으며 그의 친척 가운데 두 사람이 자살을 했다. "매리의 증세는 아주 가벼운 편입니다. 별것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 집안의 내력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범상치 않군요." 매리는 그후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병세도 괜찮아지고 있다.
 

가계의 내력은 청소년의 정신질환 진단에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친의 어느 한 쪽이 조울증환자인 청소년의 경우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정신질환 증세를 보일 가능성은 적어도 25%이다. 양친이 다 그럴 경우 그 가능성은 50~70%이다. 그러나 유전자는 어디까지나 우울증, 조울증에 그만큼 걸리기 쉽다는 측면에서만 유효할 뿐, 이 병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사회적·생물학적 요인이 동원되어야만한다.
 

'프레드릭 굳윈'은 말한다. "나는 우울증, 자살, 병적 식욕현상의 증가가 환경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전학은 정신질환에 대한 취약성을 제공하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종교적 동질성, 가족유대, 애국심 같은 외면적 존중대상들이 많은 침식을 입었읍니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혼란시킨 많은 상처들은 우리들을 내면으로 향하게 했읍니다. 따라서 유전적 취약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신질환 문제의 발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예일'대학 의학부의 전염병학자 '미르나 바이스만'과 유전학자 '켄 키드'는 정신질환자가 많은 대가족의 식구들을 한데 모아봄으로써 그러한 유전지표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DNA표본을 추출해내어 정신질환의 유전지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2년 전에 연구자들이 '헌팅턴 병'(Huntington's disease)에 대해 하나의 유전지표를 분리해낸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바이스만은 말한다.

"그것은 헌팅턴 지표보다 훨씬 곤란한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정신질환에는하나이상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헌팅턴 지표의 성공지점으로부터 사뭇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쨌든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진단검사는 생명을 구해준다는 잇점을 갖고 있다. "자살은 청소년들에게 있어 제3의 살인마입니다. 이 연령층의 자살에 대한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의 하나는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입니다." NIMH의 행동의학 과장인 '수잔 블루멘탈'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살을 감행하는 청소년들의 적어도 3분의 1이 정신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평가한다.

 

자살은 청소년들에게 있어  제3의 살인마


청소년 자살 136% 증가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자살도 청소년층사이에 증가일로에 있다. 1960~1980년 사이에 15~19세 연령층의 자살률은 136%로 증가했다. 이 자살자들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소년들의 경우 자살률은 154%로 뛰어올랐다. 자살미수-이는 그 4분의 3을 소녀들이 차지한다-는 실제 자살률의 100배 내지 15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정신의학자들이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기도자의 20% 정도는 훗날 기어이 그 행위를 완성한다. 자살할 확률이 높은 청소년의 가장 좋은 판별기준은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유전자이다. 세로토닌의 기능이 활발치 않은 소녀들은 대개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병적인 식욕과다 현상을 보인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행태문제에있어서 식욕과다는 가장 기이한 것이다. 이 병은 억누를 수 없는 식욕충동(1분당 1백칼로리 또는 30~60분당 5천칼로리에 해당하는 음식섭취를 하루에 5회씩이나 하게 된다) 과 구토 및 설사의 특징을 갖는다 자살과 마찬가지로 식욕과다 현상도 증가일로에 있는데 최근의 연구는 청소년기 소녀들의 15%정도가 이 질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소녀들의 70~80%는 정상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발견하기가 힘들며 나머지는 나쁜 영양상태로 말미암아 몸무게가 크게 처진다. 이런 폭식가의 50~70%는 심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가계에 흐르는 우울증과 큰 관계를 맺고 있다.


식욕과다는 우울증과 관계있다
 

식욕과다는, 중앙통제기관의 역할을 하는 뇌속의 작은 구조로서 식욕, 몸무게, 체온, 내분비선, 억압반응과 같은 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視床下部) 내의 위축된 '세로토닌'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상하부는 정서를 통제하는 뇌의 한 부분인 대뇌변연부(大腦邊緣部)와 여타 신체부분 사이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약학부의 정신의학 교수인 '해리거츠만'은 이렇게 얘기한다. "이 질병의 촛점인 시상하부를 연구함으로써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마 거기서 무엇인가가 세로토닌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있는 듯하며 그것이 식욕과다의 징후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식욕과다가 뇌질병의 일종인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지만, 시상하부종양의 어떤 종류는 그와 거의 구분할 수 없는 형태의 질병을 가져온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뿐만 아니라, 뇌의 세로토닌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어떤 우울증치료제들은 폭식충동을 줄이거나 제거시켜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소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째서 유독 세로토닌의 기능이 저하된 소녀들만이 식욕과다 현상을 일으키는것인지는 아직 설명되지 않고 있다 "우리들은,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년들이 공격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우울증을 표출하는 반면 소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내면으로 향한다는 것을 발견했읍니다. 우리는 이 사실이, 사춘기 동안의 소년의 자화상과 소녀의 자화상 형성에 중요한 서로 다른 단서들과도 어떤 관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NIMH 발달심리학연구소의 심리학자 '엘리자베드 서스먼'의 말이다.
 

'서스먼'은 청소년기의 다양한 호르몬 변화 및 신체변화가 어떻게 사회적 사건들과 결합하여 청소년의 심리발달에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우울증, 식욕이상, 자살이 수반되는 심각한 정서변화의 요인에 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외관상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모든 행태를 결합시키는 하나의 신체기관을 이미 확인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한 증거들은, 억압에 대한 비정상적인 생화학적 반응들이 시상하부를 통해 결과적으로 이러한 질병증세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발견하는 다양한 생화학적·행태적 변화를 야기한다고 말해주고 있읍니다." 프레드릭 굳윈의 말이다.
 

동물의 경우 억압에 대한 반응으로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 호르몬들이 정서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 이러한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가 사람의 정서를 통제하는 대뇌변연부를 대상으로 행해진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억압 호르몬이 우리의 정서에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신경들이 대뇌변연부로부터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각 부분까지 뻗쳐 있음도 발견되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억압담당조직의 위축된 적응력입니다. 그래서 세로토닌 같은 신경유전자가 당연히 해야 할 바대로 변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NIMH의 정신약물학자인 '윌리엄 포터'의 말이다. 그는 유전적 결함이 이 조직의 탄력을 감소시키고 따라서 반복되는 억압은 그것을 더욱 마모시켜 결국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이론으로 정립했다.
 

영장류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는 포터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스콘신'대학에서 최근 NIMH로 전임한 심리학자 '스티븐수오미'는 15년 이상이나 어린 벵골원숭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위스콘신에서 그는, 어떤 새끼 원숭이들은 짧은 기간 동안 어미로부터 격리되었을 때, 사람의 경우라면 우울증이라고 진단받을 만한 흥분, 의기소침, 그리고 그 외의 생화학적 변태들의 징후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 원숭이들 또한 우울치료제에 제대로 반응했다.

 

원숭이도 사람과 같은 반응보여
 

이것이 사람의 우울증에 대한 좋은 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인간사회에 던져진 원숭이들의 대부분이 마치 사람들이 대체로 억압적인 상황에 적응하듯 결국 그들의 격리상황에 대처해나가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어미로부터 격리된 원숭이들은 훗날 어른원숭이가 되어 억압스런 환경에 처했을때처럼 의기소침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억압이 없으면 이 원숭이들은 완전히 평소대로 행동한다.
 

애초부터 그는 사기가 저하된 어린 원숭이들이 정상적인 원숭이들과는 달리 행동한다는 것을 주시했다. 그 원숭이들의 근육은 보다 더 긴장되어 있었고 그것들은 자극에도 보다 민감했다. '수오미'는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여 어떤 새끼원숭이들이 훗날의 행태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
 

'수오미'는 또한 유전적 위험요인도 발견했다. "처음에는 나도 회의적이었읍니다. 그렇지만 원숭이 사회의 계보를 한 번 살펴 보기만 하면 여러분도 이 질환증세에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불운한 원숭이들이 반드시 침울한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울증에 걸릴 소지가 많은 새끼 원숭이들을 영양상태가 아주 좋은 어미원숭이들 곁에 놓아둡니다. 이 실험은 최근에야 시작되었지만 그 잠정적 결과는 영양환경에 의해 유전적 취약성을 개선시킬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읍니다."
 

'엘리자베드 서스먼'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스티븐 수오미가 원숭이에게서 발견한 것과 같은 징후의 많은 요소를 아이들에게서 발견합니다. 만약 우리가 유전학과 생화학에 관해서, 그리고 아이들의 행태문제를 낳는 사회적 결함요인에 관해서 보다 많이 알 수만 있다면, 우울증의 발생을 줄여 그들로 하여금 현재와 미래의 보다 나은 삶을 이끌어가도록 도와줄 수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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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이언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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