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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Part2_ 물고기, 방사능, 그리고 거짓말



2일본발 방사능 괴담이 무섭다. 2년 전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에서는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와 뒤섞인 지하수가 하루에 300t씩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9월 11일 원전 저장탱크 인근에서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트라튬)에 의한 방사능이 지하수 1L 당 9만 7000베크렐이 검출됐다. 3시간만 노출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세기다.

아무리 바다가 크고 넓다지만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특히 오염수가 우리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 이미 방사능 공포에 전국 횟집이 울상을 짓고 있고, 서해와 남해에서 잡힌 물고기가 외면을 받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 물고기마저 위험한 걸까.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전에 비판적인 전문가 각각에게 물었다.



국내 수산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내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11년부터 우리나라 해역과 동중국해 75개 지점에서 방사성 물질 함유량을 조사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영해에서 방사능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뜻이다.

원전 문제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있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우리 수산물은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에서 흘러나온 치명적인 오염수는 우리 바다로 오는 대신 쿠로시오 해류에 실려 동쪽(태평양)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돌다보면 결국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지 않을까. 후쿠시마 부근의 오염 물질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 바퀴 돈 뒤 쓰시마해류를 타고 우리 영해로 돌아오려면 짧게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이 걸린다. 서 교수는 “태평양을 지나 우리나라 영해로 들어온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바다로 퍼져 나간 오염 물질이 이미 태평양을 돌아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처럼 여전히 방사능 수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보면 그 정도 양은 아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인터넷과 SNS에는 ‘이미 일본은 망했다’ ‘일본 여행을 가지 말라’ 등의 괴담이 유행이다. 괴담의 진위를 쫓아가 보았다.






일본은 망하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8월 2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후쿠시마 관련 괴담을 조작·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 부처에 괴담의 진위에 관해 물으면 뻔한 대답이 돌아올 게 분명했다. 평소 원자력 발전을 반대해 오던 시민단체 전문가에게 괴담의 진위에 대해 물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일단 일본은 이미 망했다는 건 괴담”이라고 못 박았다. 보통 ‘일본 전역이 방사능 물질로 오염됐다’는 얘기가 이 괴담의 근거로 쓰이는데, 이 대표는 “오염이라는 말자체가 기준이 모호하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극미량 검출된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오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일본 상황이 심각한 건 맞지만 근거 없는 괴담이 떠도는 것도 사실”이라며 “호주는 일본에서 오는 사람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금방 거짓으로 들통 나는 괴담도 많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외교부에 물었는데, “원전 근처의 여행제한 구역을 제외하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면 불법’이라는 또 다른 소문은 뜻밖에도 취재 중 정부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검토하고 보도해 달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는데, 일본 도쿄에 있는 동아일보 박형진 특파원에게 물으니 “금시초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좀더 확인해 본 결과, 일본의 비밀보전법안 발의 소식이 와전돼 나온 괴담일 가능성이 컸다. 국무총리의 바람과 달리 정부부처에서도 괴담이 재생산되고 있었다.



괴담이 떠도는 이유

정부와 전문가들이 거듭 우리나라나 일본산을 포함한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괴담이 유행하고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윤재 동국대 교수(시민단체 에너지전환 대표)는 “정보를 쥐고 있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 교수는 “지금까지 해왔던 주장을 번복할 때 가장 신뢰가 무너지는데, 우리 정부는 늘 그래왔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철저한 검역으로 일본산 식품은 안전하다”고 자신하던 정부가 9월 6일 후쿠시마 현을 포함 인근 8개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금지했다. 국가가 안전하다고 해서 믿고 먹던 일본산 생선이 갑자기 금지품목이 된 것이다. 정부는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정보의 부족함에 있다. 식약처는 현재 생선, 고기, 계란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를 1kg당 370베크렐(세슘 기준)에서 일본 수입산에 한해 100베크렐로 강화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방사능이 110베크렐 검출되는 일본산은 위험하고 240베크렐이 검출되는 미국산은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뿐만 아니다. 같은 항목에 대해 대만은 우리와 같은 1kg당 370베크렐, 유럽연합은 500베크렐, 미국은 1200베크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서균렬 교수는 “각 국가 국민들의 평균 연령, 신체 표면적, 성비등을 고려해 정한 기준치”라 설명했다. 하지만 차이가 너무 크다. 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서너 배 큰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왜 우리나라가 370베크렐로 정했는지를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뾰족한 답을 얻기 어려웠다. 이처럼 정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자꾸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서 교수와 강윤재 교수 모두 “저선량 방사능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도가 높은 방사선을 쬐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일정량 이하(100밀리시버트) 방사선량의 위험성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강 교수는 “미약한 방사선이 인체에 유해한지 아니면 오히려 이로운지 조차도 논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저선량 방사선을 조심하는 까닭은 조금이든 많든 모두 유해하다는 전제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보가 없는 만큼 저선량 방사선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무조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과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사선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괴담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은 세계 평균(연간 2.4밀리시버트)보다 높은 방사선(연간 3밀리시버트)을 지속적으로 쪼이며 아무 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올림픽 유치 위해 SF소설 쓰는 일본

그러나 모든 문제가 괴담은 아니다. 2020년 올림픽 유치 같은 정치 이슈들을 위해 일본이 정보를 조작 및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서균렬 교수는 “일본은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바다로 흘러가는 오염수가 하루 300t이라는 데 이 수치가 통계값인지 측정값인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독일과 노르웨이는 일본에 꾸준히 원전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사건이 있을 때만 요청하는 것도 문제”라며 “우리 정부가 방사능 오염 시뮬레이션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우리나라 기상청이 방사능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올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가 노르웨이 기상연구소가 반대 결과를 내놓으면서 다시 수정하는 망신을 산 적도 있다. 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일본은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뿐만 아니라 주변 지하수와 하천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방사성물질의 양도 정기적으로 주변국에 알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일본이 내놓은 오염수 대책도 문제투성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주위의 땅을 얼려 지하수의 접근을 막겠다는 ‘동토차수벽’ 계획을 밝혔는데, 전문가는 물론 일본 언론도 회의적이다. 서 교수는 “원전 주위 1.4km를 냉각재 파이프로 둘러싸 땅을 얼려 만든 얼음벽으로 오염수를 막겠다는 건 일종의 SF”라며,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지진이 잦은 후쿠시마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원전내 오염수에서 방사성물질 62종을 제거하기 위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도 쓸만한 대책이 되긴 어렵다. 서 교수는 “ALPS로 들어가는 물 자체가 방사능물질뿐 아니라 다른 이물질도 많이 섞여 있어서 정수가 어렵다”며, “방사성물질이 늘어붙은 필터는 또 다른 방사능폐기물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현재 일본은 이 장치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트리튬)는 희석해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비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국인 우리나라가 좀 더 능동적으로 원전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윤재 교수는 “최인접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일본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며, 몰랐다는 것이 국민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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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Part1_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긴급진단] Part2_ 물고기, 방사능,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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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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